갤러리로터스 | 정물이 있는 풍경: 김혜련展 | 2004. 12.01-12.31

갤러리 로터스, 그 두번째 전시
김종학 화백의 개인전 「자연을 마음대로 그렸습니다」로 문을 연 파주출판도시 열화당 사옥 내 ‘갤러리 로터스’에서 두번째 전시로 서양화가 김혜련의 「정물이 있는 풍경」을 마련했습니다. 김혜련은 2002년 열화당에서 출간한 『낭만을 꿈꾼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의 저자로 좋은 인연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독일 유학시절부터 최근까지 작업해 온 작품 중 강렬한 선으로 그려낸 정물과 정적 구도를 보여주는 풍경 이십여 점을 선보입니다. 바쁘시더라도 꼭 오셔서 독려해 주시고 더불어 같은 공간에 자리한 아트북카페 ‘향기있는 책방’에서 한해를 돌아보는 편안한 휴식의 시간 누리시길 바랍니다.

  

<사원-북독> 2002. 캔버스에 유채

 

전시 소개 | 정물이 있는 풍경·김혜련展 강렬한 형태의 정물, 감성과 기억의 풍경

낯선 시간, 형태화한 경험
김혜련이 베를린 예술대학 시절(1990-1994) 제작한 유채 정물화들에서는 우선 마티스나 모란디의 영향을 엿볼 수 있으나, 풍부하게 진행되는 색채대비 및 힘찬 필력 등은 한국적인 미감을 찾아 나가려는 작가 개인의 양식적 실험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주로 캔버스에 유채작업을 하지만 한지에소묘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강렬한 색채대비 및 주관적인 형태표현에서는 독일 표현주의와의 공통점이 엿보이지만, 윤곽선을 선묘처럼 다루는 방식에서 볼 때 화면구성은 오히려 동양적인 조형체계와 연관성이 깊다.
한편, 1999년 북부 독일 쥘트 섬 체류 이후의 풍경화에 등장하는, 나이프로 긁어낸 형태표현은 캔버스 위의 회화적 재현이 자연에 대한 물리적인 시각만이 아닌, 감성과 기억을 드러내는 인식적 차원임을 암시하는 시도이다. 이와 같은 김혜련의 정물과 풍경의 의미는 일종의 ‘사물에 대한 작가의 내적 경험의 재현물’이라 할 수 있는데, 독일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게하르트 찰스 룸프는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평했다.
“김혜련의 작품에 때때로 등장하는 재현된 사물들은 실은 거기에 없다. 이런 재현물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그들 자신이 어떤 특정한 물체임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은 색면으로서의 회화적 공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우리가 현실세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회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재현물들은 곧 작가의 ‘경험의 형태(form of experience)’이다. 김혜련의 그림 안에 있는 것이 적으면 적을수록 우리는 거기에서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며, 그 반대의 경우에 있어서도 더욱더 그러하다.”

「정물이 있는 풍경」 전시장 전경

동양적 선묘와 표현주의적 형태의 만남: 에밀 놀데와 김혜련

김혜련이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를 접하게 된 것은 서울대 독문학과 시절이었는데, 이후 독일에서 이론이 아닌 회화 실기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박사학위 논문으로 놀데에 관한 작품론을 쓰게 된다. 이는 일차적으로 미술이론적 접근으로 볼 수 있지만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두 예술가의 시공을 뛰어넘는 작품양식의 상호관계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서양미술의 추종이라는 일방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동서양 미술의 동등한 상호교류라는 측면에서 해석된다. 왜냐하면 20세기초 유럽 전위예술 형식들이 그러했듯이 놀데 또한 동양을 비롯한 비유럽 예술형식에서 새로운 힘과 영감을 얻으려 했기 때문이다. 1913년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인을 스케치하기 전부터 놀데는 한지에 먹으로 드로잉하기를 즐겨 했고, 한국 장승의 단순하고 강렬한 형태미에도 매력을 느껴 유화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놀데가 스케치한 펜화 〈한국 소녀〉와 김혜련이 그린 유화 〈독일 친구〉는 이러한 상호관계성을 미묘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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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김혜련(金惠蓮)은 1964년 출생으로, 서울대 독어독문학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다. 1990년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국립 베를린 예술종합대학에서 회화 실기로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마이스터실러 칭호를 얻었으며 1998년 베를린 공과대학 예술학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베를린 갤러리 암 자비니플랏츠에서의 첫 초대개인전(1994)을 시작으로 독일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으며, 다름슈타트 미술가협회 기획전 「작은 행복, 큰 동경」(1997), 독일 노이뮌스터 시립미술관 기획개인전(1998), 갤러리 네투쉴 기획전 「여행의 목적지」(1999), 베를린 샤를로텐부르크 미술관 빌라 오펜하임 기획전 「작품 속의 인물」, 「예술과 책」(1994-1999) 등의 전시회를 가졌다. 국내에서는 2000년 학고재에서 첫 초대개인전 「바다로 가는 길」을 열었고 올해 들어 일민미술관 기획전 「정물예찬」, 서울대학교 박물관 특별기획전 「화가와 여행」,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평화선언 세계 100인」 등에 참여했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고 있는 창동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있으며, 서울대 서양화과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2004년초부터 시작한 ‘임진강: 상처 난 풍경’ 연작을 제작중이다. 저서로 『낭만을 꿈꾼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열화당, 200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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