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로터스 | DNA·픽셀 – 황규태 사진전 | 2005.07.20-10.10

생명공학시대, 그 키치적 DNA 패러디
황규태는 초현실적 상상력과 자유로운 실험정신으로 우주시대와 생명공학시대의 도래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의식을 매혹적으로 표현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사진가이다. 멀티 프린팅과 더블 익스포저, 콜라주, 몽타주 등 반사진적 방법과 디지털 프로세스로 표현된 그의 사진은, 문명의 종말을 암시하는 미래세계의 묵시록처럼 과학과 인류의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그의 이미지는 변종의 생명체나 복제된 아기, 알록달록한 DNA, 유전자 조작으로 변형된 듯한 인간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섬뜩하고 암울한 미래의 한 단면이지만 황규태는 이를 절망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유머와 키치, 장난스러움으로 대신한다. 그리하여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사물들은, 우주공간과 인류의 미래,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운명을 담은 대상으로 재창조되는 것이다.

“황규태의 기법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사진의 개념을 확장한 것인데, 그는 대형 카메라로 사물의 미세한 영역을 찍어서 현미경으로 확대한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스캐너로 스캐닝한 것도 사진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차피 스캐너도 렌즈가 있고 초점면이 있고 빛을 받아서 작동한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카메라와 다를 것이 없다. 이미지를 읽어내는 것이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지 황규태에게는 인터페이스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이영준

황규태에게 스캐너의 개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되어, 그의 카메라는 극도로 강화된 눈의 기능에 집중하게 된다. 그가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백 배 이상으로 확대촬영한 컴퓨터나 텔레비전 픽셀을 사람들이 합성사진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황규태가 체험한 강화된 눈의 경험을 짐작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화된 눈의 훈련으로 그는 유리창에 비친 불빛에서 우주공간의 유에프오를 보고, 컬러 메모지의 단면에서 토성의 띠를 연상하게 된 것이다. 황규태는 과학을 가지고 ‘놀이’하듯 차용과 복제를 넘나들며 테크놀로지적 상상력을 펼침으로써 우리에게 익숙하고 일상적인 물체들을 초현실적인 산물로 바꾸어 놓을 뿐만 아니라, 그의 고도로 세련된 색채와 빛에 대한 감각은 그가 다루는 키치적인 주제를 범상치 않은 미학적 산물로 빛나게 하고 있다.

작가 소개 
황규태는 1938년 충남 예산 출생으로, 1961년 ‘현대사진연구회’를 통해 예술사진에 입문, 동국대 정치학과 졸업 후 『경향신문』 사진기자로 활동했습니다. 196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컬러 현상소 암실기사로 팔 년간 일하면서 컬러 사진 작품에 몰두했으며, 1992년 이십칠 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하여 현재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활동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프레스센터(1973), 펜탁스 갤러리(1973, 도쿄), 시노 갤러리(1975, LA), 니콘 살롱(1992, 도쿄), 워커힐미술관(1994), 금호미술관(1998), 아트선재센터(2001), 갤러리 인(2004), 국립현대미술관(2005)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사진집으로 『원풍경』(1994), 『bLOW UP』(2003)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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