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우리 옛집, 지혜로운 삶의 공간: 韓國의 傳統家屋 文獻展 2015. 7. 15 – 12. 16.

우리 전통 주거양식인 ‘한옥(韓屋)’은 근대 이후 급속한 서구 문명의 유입과 산업화 속에서 잊혀져 왔으나 최근 우리 선인들의 사상과 지혜가 담긴 고유의 건축이 다시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열화당책박물관에서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우수한 주거문화로서 ‘한옥 문화’를 조명하기 위해 「우리 옛집, 지혜로운 삶의 공간 : 한국의 전통가옥 문헌전」을 기획했다. 이 전시는 그동안 발간된 한옥과 전통건축 관계 고문헌과 단행본 및 보고서, 사진집, 그 밖의 시각자료들을 통해 우리 주거문화를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제1전시실에서는 한국건축사 및 전통가옥에 관한 개론서, 전국에 분포된 한옥 답사여행서,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 조사연구서 등 우리 한옥에 관한 어제와 오늘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한국 전통건축을 대표하는 궁궐, 성곽, 사찰, 서원에 관한 문헌을 통해 주거지와는 다른 구조와 의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건축에 관한 서적들은 우리 건축의 역사를 상호 영향관계 속에서 바라봄으로써 우리의 건축문화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전통건축의 역사 

한국 건축사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본격적인 연구는 해방 이후 시작되었다. 고유섭이 한국 건축사의 토대를 마련한 이후 윤장섭, 정인국, 신영훈, 주남철, 김동욱 등의 연구자들이 그 뒤를 이었다. 고유섭(高裕燮)의 『조선건축미술사 초고(朝鮮建築美術史草稿)』(1930년대에 집필된 미발표 유고)는  한국 최초의 건축 통사(通史)로서 지금까지 한국건축의 이해를 위한 길잡이가 되어 왔다. 한국 건축사를 다룬 문헌들은 한국건축의 흐름과 특징을 원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별로, 그 속에서 분야별로 나누어 논한다. 특히 현존하는 대부분의 전통건축이 조선시대의 것이므로 조선의 건축 연구는 더 세분화되었는데, 크게 궁궐과 왕실 정원, 불교 건축물인 사찰, 유교 건축물인 문묘와 향교, 그리고 서원, 주거건축, 분묘건축, 성곽건축 등으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옛집에 대한 관심과 노력

옛사람들은 집을 짓기 전에 집지을 터를 정하는 것을 가장 중히 여겼기에 풍수지리는 전통 주거문화를 이해하는 기본이 된다. 조선 후기 홍만선, 이중환, 서유구, 박지원 등의 실학자들의 저서에는 살만한 곳을 정하는 일[卜居]에 대한 저술을 비롯하여, 가옥의 축조기술과 중국 가옥과의 비교를 통한 조선 가옥에 대한 비평 등이 언급되어 있다. 조선시대 가옥을 양반가옥인 반가(班家)와 서민의 주거지인 민가(民家)로 구분할 때, 민가의 경우는 부락·촌락·마을의 개념을 포괄하여 지리학·민속학의 범주에서 해방 이후 일찍부터 다루어져 왔으나, 반가에 속하는 상류주택에 관한 연구서는 1970년대 이후 건축학적 관점에서 출간되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한옥에 관한 답사여행기가 발간되면서 한옥을 인문학적 미학적으로 접근하는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2000년대 이후에는 현대적 주거 공간으로서의 한옥 짓는 법과 사례에 관한 단행본이 출간되고, 사라져가는 고택을 보존하기 위한 정부·지자체의 노력을 전통가옥 조사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살림집 공간의 면면

조선시대의 가옥은 신분과 남녀의 구분을 뚜렷이 적용했고 각 공간이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한 집으로 들어서는 대문, 바깥주인의 공간이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 다른 공간으로 안내하는 중문, 안주인의 공간인 안채, 조상을 모시는 사당, 하인들의 공간인 행랑채, 마당, 정원, 정자와 누각, 그리고 툇마루, 부엌, 곳간, 방앗간, 뒷간 등 세세한 내부 공간이 존재했는데, 이에 관한 문헌들은 정감 있는 한옥의 면면을 보여 준다. 이와 함께 한옥 짓기에 필요한 재료인 기와, 전돌, 돌, 나무 등과 단청, 각 건물 또는 공간의 이름표라 할 수 있는 현판에 이르기까지, 한옥의 부분들에 관한 구체적인 사진과 설명을 곁들인 서적에서는 끊임없이 자연과 합일하려는 선조들의 운치있는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옥의 재생과 확산

최근 몇 년 사이에 한옥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면서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들은 한옥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설립된 국가한옥센터는 한옥의 보급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고 콘텐츠를 개발하여 한옥의 미래가치를 제안하는 연구기관이다. 여기서 발간되는 정기 보고서 및 포럼자료, 단행본 등은 한옥의 활성화를 위한 매우 실용적인 자료들이다. 한편, 「한옥문화원」은 교육·출판·건축·연구 등의 활동을 통해 한옥의 가능성과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 『한옥문화』는 한옥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옥전문잡지로서 2000년 개관 이후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이 외에 한옥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려는 내셔널 트러스트의 전시도록, 현대식으로 개조한 도시형 한옥의 사례를 담은 단행본 등 전통한옥이 오늘날 새롭게 재현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근대주거 건축

한국 근대주거는 오늘날의 주거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쳐 왔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하나의 조형물로서 한국의 건축발달사상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근대의 주거는 개항과 더불어 서구식과 일본식, 이들을 결합한 절충양식 등을 취하게 되어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일제강점기의 전통가옥은 ‘문화주택’과 같은 개량한옥으로 변질되었으며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건축회의 주도로 일본정신을 바탕으로 경제적이고 간소한 ‘국민주택’의 개념이 제안되었다. 따라서 근대 주거양식의 변화는 자발적인 전통의 계승에 의한 현대화가 아닌 타율적인 이식 및 절충, 전통의 단절이라는 시대적 한계를 보인다. 이 시기의 주택들은 주거사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파괴되거나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되는 등 관련자료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 문헌자료의 한계와 이에 따른 연구의 부족을 피할 수 없다.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건축관련 보고서 및 관광안내서, 풍물 사진집, 내한한 서구인들이 기록한 한국에 관한 서적들은 부족한 한국 근대건축 사료를 보완하는 자료가 된다.

 

북한지역 건축사

북한지역의 건축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대 후반 북한지역 문화답사가 부분적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북한의 고분, 명승지 위주의 건축문화재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지면서이다. 특히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발간한 『북한의 전통건축』은 북한지역 사찰건축의 연혁과 배치구조, 양식, 도면, 그리고 세부사진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1989년 평양에서 발행된 리화선의 『조선건축사』는 그 원전이 국내에서 재출간되었는데, 사회주의적 시대구분에 따라 원시 및 고대건축, 중세건축, 근대건축에 이르는 건축의 흐름을 유물사관에 입각해서 서술하고, 각 시대별로 살림집에 대해 계급적 관점에서 언급하고 있다. 특히 발해시대 건축에 있어 시기별 분석과 탑, 무덤, 사찰, 석조각 등 영역별 연구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북한지역 건축사에 대한 연구는 남북관계의 진동에 따라 현장답사와 자료취득의 어려움이 있으나 민간차원의 교류를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사찰과 서원 건축

한국 건축사에서 가장 장대한 역사를 보여 주는 불교건축은 현재에도 그 종교의 전통이 살아있어 종교건축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 건축사를 증거하는 중요한 건축물로서 불교건축을 통해 당대의 종교적 세계관과 공간인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의 국교인 유교는 최고 학문기관인 성균관을 비롯하여 지방의 교육기관인 향교, 사림정치의 발판이 되었던 서원, 조상 및 성현숭배를 위한 묘(廟) 등 새로운 개념의 공간을 이루어내는데, 이들 유교건축물을 통해 봉건사회의 질서와 성리학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이들에 관한 문헌들은 실물 화보를 통한 세세한 기록, 건축답사와 실측도를 통한 실증연구, 교리에 기반한 종교적 해석이나 양식사적 접근에 의한 미학적 고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궁궐과 성곽 건축

현존하는 궁궐·성곽 건축 관련 문헌은 조선후기에 제작된 의궤서가 대부분이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지은 각종 건축물의 공사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건축 관련 의궤에는 주로 궁궐건축이 대상이었으며 예외적으로 수원화성 축조를 다룬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가 있다. 이들 의궤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궁궐건축의 면모를 글로 전해 주고, 건물 세부의 용어에서부터 목재 조달에서 단청 안료, 벽돌 굽는 장인이 누구였는지까지, 당시 건축공사와 관련한 모든 일을 소상히 알려준다. 영건의궤연구회에서 편찬한 『영건의궤(營建儀軌)』는 서른두 종의 조선시대 건축 관련 의궤에 대한 내용을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근대에 들어와 궁궐에 관한 기록으로는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와 같은 일제의 문화유적 조사보고서나 일본인 건축가에 의한 논문 등이 있다. 이에 반해 1930년대에 탈고한 고유섭의 『조선건축미술사 초고(韓國建築美術史草稿)』는 고문헌의 인용과 중국건축과의 비교를 통해 각 시대의 궁궐을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광복 이후에는 본격적인 한국 건축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면서 그 중심에 궁궐건축이 있었으며, 이러한 개설서들은 양식변천에서부터 기술사적 복원적 제도사적 접근으로 확대 심화되고 있다.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건축

한국의 전통건축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향 관계에 있던 동아시아 지역을 함께 살펴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건축은 한국 건축사 연구의 중요한 전제임에도 정치체제와 이데올로기의 차이, 자료접근의 제한 등 여러 한계로 국내에서의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국 북송대(北宋代)에 편찬된, 현존하는 건축기술서적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영조법식(營造法式)』에서는 황가건축(皇家建築), 민간주택, 예제건축(禰制建築)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의 영향 관계를 살필 수 있다. 일본건축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반일감정으로 인해 거의 전무하다가 1990년대 이후 활기를 띠지만, 한국건축과의 비교연구적 측면이 강하며 부분적인 학회 논문 외에 저서 출간은 미흡한 편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주거사를 연구해 온 민속학자 김광언의 『동아시아의 뒷간』이나 『동아시아의 부엌』과 같은 저서는 살림공간의 구석구석을 동아시아의 영향관계에서 연구한 시도로서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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