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문화공간 17717 | 「매화와 붓꽃」 근원 김용준과 존 버거의 글 그림 | 2017.9.14 – 10.15

매화와 붓꽃
근원 김용준과 존 버거의 글 그림

Plum Blossom and Iris
Drawings & Writings of Kim Yong-Jun & John Berger

성북동 문화공간 17717
2017. 9. 14 – 10. 15
오프닝  2017. 9. 14. 목요일 오후 6시
기획  열화당 • 17717
후원  청년허브, 환기미술관, 온그라운드갤러리, NOL
전시 디자인  장시각융합소
포스터 디자인  안마노

성북동 문화공간 17717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77-17
개관 수-일 오후 1-7시 | 휴관 월-화, 추석 당일(10/4)
http://www.17717.co.kr
project17717@gmail.com

동양화가이자 수필가, 미술평론가, 한국미술사학자인 근원 김용준(近園 金瑢俊, 1904-1967)과,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인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 이 둘은 한반도와 유럽이라는 다른 시공간에 머물렀지만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화를 전공했으나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으로 붓보다는 펜을 들었고, 그렇게 남겨진 방대한 원고는 감성과 지성 모두를 아우릅니다. 에세이와 드로잉에는 사소한 것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미술비평문에는 독특하고 날카로운 논리가 담겨 있으니, 이처럼 강건함과 부드러움, 문장과 이론을 동시에 갖춘 근현대 인물을 세계 미술사에서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열화당은 지금까지 추구해 온 인문주의적 예술출판의 이상적인 상을 보여주는 두 저자의 만남을 김용준의 50주기와 존 버거의 죽음을 맞은 해에 마련했습니다. 거창한 기념보다는 그들이 남긴 진솔한 글귀와 드로잉들을 책과 함께 펼쳐 보는 자리로 소박하게 꾸몄습니다. 무엇보다 일반인과 젊은 세대에게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근원의 맛깔나는 문장, 미술사가와 논객으로서의 깊이 있는 면모를 소개하는 기회였으면 합니다. 전시 장소의 의미를 살려 근원의 성북동에서의 인연도 함께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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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강연 및 대담]
대담 – 존 버거를 위하여 / 김현우, 최재원, 백다흠 대담 / 와우북페스티벌 상상마당 6층 / 9월 24일 일요일 5시 / 참가비 5,000원
강연 – 근원 김용준의 삶과 예술 / 최열 / 성북동 문화공간 17717 / 9월 28일 목요일 5시 / 참가비 무료
참가신청 http://bit.ly/2xqTVpl

 

[언론 매체 기사]

 

[3D 전시장]
https://my.matterport.com/show/?m=J2bFLt3gLHv&brand=0

 

[보도자료]

 

성북동에서 만나는 두 지성

동양화가, 미술비평가, 한국미술사학자인 근원(近園) 김용준(金瑢俊, 1904-1967)과 미술비평가, 소설가, 사회비평가인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 이 둘은 한반도와 유럽이라는 다른 시공간에 머물렀지만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회화를 전공했으나 그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으로 붓보다는 펜을 들었고, 그렇게 남겨진 방대한 원고는 감성과 지성 모두를 아우른다. 에세이와 드로잉에는 사소한 것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이, 미술비평문에는 독특하고 날카로운 논리가 담겨 있으니, 이처럼 강건함과 부드러움, 문장과 이론을 동시에 갖춘 근현대 인물을 세계 미술사에서 만나기 쉽지 않다. 열화당은 2002년 ‘근원 김용준 전집’을 다섯 권으로 완간하고 그의 사십 주기인 2007년 보유판(補遺版)을 내면서 그의 모든 저작과 작품을 한 자리에 정리했다. 존 버거의 책은 2004년부터 내기 시작해 지금까지 열일곱 권을 출간했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갈 예정이다. 이처럼 인문주의적 예술출판의 이상적인 상을 보여 주는 두 저자의 만남을, 김용준의 오십 주기와 존 버거의 죽음을 맞은 해에 「매화와 붓꽃」이라는 전시로 마련했다. 거창한 기념보다는 그들이 남긴 글귀와 그림을 만나는 소박한 기회로 삼았다. 전시 장소의 의미를 살려 근원의 성북동에서의 인연도 함께 이야기한다.

전시 구성과 연계 프로그램

워낙 방대한 세계를 가진 두 사람이지만, 이번 전시에는 그들의 진솔한 생각이 담긴 『근원수필』과 『벤투의 스케치북』을 중심으로, 존 버거의 드로잉, 근원의 수묵화, 저서와 장정, 관련 사진 및 자료 들로 구성했다. 전시에 맞춰 발행한 『책과 선택 32호』에서는 그가 살았던 성북동 노시산방(老枾山房)과 의정부 반야초당(半野草堂) 이야기, 벗들의 해학넘치는 골동 취미를 엿보고, 근원을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의 글을 한 자리에 모았다. 근원 전집 보유판 이후 현재까지 새로 발굴된 자료를 보완한 ‘근원 김용준의 전작 목록’을 실어 앞으로도 계속 완성해 나갈 김용준 아카이브를 위한 준비로 삼았다. 근원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표지를 꾸민, 오십 주기 기념 백 부 한정판 근원 전집 리커버도 전시 판매한다. 전시 기간 중에 두 차례의 강연과 대담이 열린다. 미술평론가 최열이 말하는 「근원 김용준의 삶과 예술」이 성북동 17717 전시장에서, 번역가 김현우, 독립큐레이터 최재원, 『악스트』 편집장 백다흠이 함께 이야기하는 「존 버거의 삶과 예술」이 홍대 앞 상상마당에서 와우북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일부로 열린다. 존 버거의 드로잉들은 올 봄 서울 온그라운드갤러리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의 두 차례 전시를 끝으로 유족에게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근원의 오십 주기와 함께하기 위해, 또한 서울에서의 앵콜전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잠시 더 머물기로 했다. 한편, 지난 8월 파리에서는 존 버거를 추모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그와 주고 받은 그림과 그의 드로잉을 모은 전시 ‘Seeing Through Drawing: A Celebration of John Berger’가 존 크리스트(John Christie)와 마틴 배티(Martin Battye)의 기획으로 열렸다. 가족들은 이때 맞춰 나온 동명의 책과 함께 그의 큰아들이자 영화감독 제이콥 버거(Jacob Berger)가 아버지의 젊은 시절부터 만년까지의 모습을 편집한 영상을 보내 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 책과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시간과 장소의 한계로 근원의 많은 작품을 보여 주지는 못하지만 몇몇 새로운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근원이, 키가 유달리 큰 벗 김환기가 자신을 ‘옹(翁)’이라고 부르는 섭섭함을 유머러스하게 풀어 가는 글과 그림, 인도의 간디가 살았던 허름한 집을 사진으로 보고 쓴 단상과 삽화, 1942년 그린 범부(凡夫) 김정설(金鼎卨)의 초상 원화, ‘반창춘색(半窓春色)’이라는 화제가 있는 〈매화〉 원화, 『근원수필』 첫머리에 나오는 그 유명한 글 「매화」가 처음 발표된 신문지면 원본 등, 보유판에 실리지 못했던 자료들이 소개된다.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서가에는 두 작가의 책뿐만 아니라 열화당에서 출간된 주요 도서들이 함께 전시 판매된다. 뒤늦은 준비와 장소의 한계로 ‘오십 주기 기념’이라는 이름에는 많이 부족한 내용이나, 젊은 세대들에게 그를 조금이나마 알리고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장막 너머의 진실을 보는 예리한 눈

식민지 조선, 냉전이 극에 달한 유럽의 상황은 속에서 미술대학을 다닌 근원 김용준과 존 버거는 막상 그림보다는 이론에 몰두했고, 글쓰기를 시작한 비평문에는 불합리한 세계를 향한 투쟁적인 태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어느 한 이념에 무비판적으로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눈과 머리로 판단하려는 주체성과 균형감각이 공통되게 존재한다. 김용준은 도쿄미술학교 시절 근대화 과정에서 중요시된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화단개조(畵壇改造)」 「무산계급(無産階級) 회화론」을 발표하며 예술지상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이 지나 기능주의에 빠진 프로미술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한다. 이같은 입장 변화의 핵심은 예술이 마르크스주의의 도구가 되어선 안 되며, 프롤레타리아 사회에 적합한 새로운 예술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주체의식은 식민지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조선의 것’ ‘조선향토색’을 찾자는 민족미술론으로 옮겨 가게 된다. 말년까지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스스로 명명했던 존 버거는 어떠했을까. 1995년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마르크스주의는 예술사를 포함한 역사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가 제 미학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지요. 제가 아주 오래 전에 깨달았던 중요한 점인데, 마르크스주의에는 윤리학이 없듯이 미학도 없습니다. 그것이 마르크스주의의 빈틈입니다. 역겨운 마르크스주의자들도 있었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희생하면서 윤리적으로 무척 고결한 사람들도 수백만 명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지 마르크스주의에서 온 것이 아니었지요.”(존 버거, 엘리너 와크텔과의 인터뷰, CBC 라디오, 1995; 허진 역, 『작가라는 사람』, 엑스북스, 2017) 그는 현실은 언제나 그 앞을 가리고 있는 것 너머에 있으며, 이는 이상주의자뿐만 아니라 유물론자, 과거를 신비화하는 사이비 마르크스주의자에게도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용준의 당대 프로미술에 대한 비판적 시각, 민족미술론과 순수예술론으로의 이동은, ‘장막을 걷어내고 현재를 분명하게 볼 수 있다면 과거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존 버거의 생각과 연결된다.

대중을 위한 미술 교육자이자 저술가

논쟁적인 비평가였던 그들은 대중을 위한 미술 교육자이자 저술가이기도 했다. 근원은 모교였던 중앙고보를 시작으로 보성고보 미술교사로 있었고, 서울대 예술대학 미술학부를 창설하고 동양화과 교수를 지냈다. 일반인을 위한 미술과 문화 관련 라디오 강연을 비롯해, 국립박물관 미술연구회에서 개최한 미술강좌도 했는데, 항상 그의 강연이 가장 인기있었다 전해진다. 존 버거는 졸업 직후 학교 강단에도 섰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한 대중매체 강연을 많이 했다. 1959년부터 비비시(BBC) 텔레비전 미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해, 그 유명한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를 1972년 방영하고 이를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이 책은 지금도 대학교재로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 보는 방법들을 알려 주는 가장 대중적인 미술이론서로 자리매김해 있다. 김용준의 『조선미술대요(朝鮮美術大要)』 역시 지금의 미술학도들에겐 생소하나,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대중서라 할 만하다. 그 스스로 썼듯이 “중학교 상급, 전문·대학교의 학생 및 일반인의 조선미술사의 참고서로 조선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되도록 평이하게 약술”하고 있고, “우리가 보고 느끼는 미술품이 왜 아름다우며 어떠한 환경에서 그렇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점을 밝혀”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진솔한 사연이 담긴 글과 그림

이태준과 함께 골동 취미에 빠져들던 1936년 무렵부터, 근원은 수필을 꾸준히 발표한다. 훗날 『근원수필(近園隨筆)』(1948)로 묶여 나오게 된 이 글들에는 비평문에서 보이던 투쟁적인 문체는 온데간데 없고, 매화와 감나무, 골동품과 서화, 벗들과의 소소한 사연들이 웃음짓게 한다. 이후 분단과 월북이라는 비극적 상황으로 그의 자유분방한 문장을 더 이상 만나기 어렵게 된 일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고통을 거부하는 영국과 영국인에 환멸을 느낀 존 버거는 1962년 고향을 떠나 1970년대 중반 프랑스 알프스 산록에 정착해 자유롭고 폭넓은 글쓰기를 이어 갔다. 예술이나 정치적인 글 외에도, 그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남겼고, 말년으로 갈수록 꽃, 나무, 사물을 그리며 짧은 글들을 썼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출간한 『벤투의 스케치북』(2011)에는 그가 바라본 세계의 진실된 기록이 아름다운 글과 드로잉으로 담겨 있다. 이들이 매화와 붓꽃을 두고 쓴 짧은 글을 보면, 서로의 존재도 몰랐고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했던 두 작가의 유사한 표현에 놀라게 된다. 근원은 X선생 댁 매화의 암향(暗香)을 맡으며 그리스의 대리석상, 중국의 석굴사원, 신라의 석불, 조선의 백자로 환상을 전개하고, 존 버거는 집 앞마당에 핀 붓꽃을 그리며 책장의 펼침, 건축적 구조의 본질, 터키 모스크의 고요함을 연상한다. 근원은 ‘있는 체도 않고 은사(隱士)처럼 앉아 있는’ 매화 앞에서 그 향기가 다칠세라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나에게 곧 무슨 이야긴지 속삭이는 것 같습니다.” 존 버거는 꽃을 그리며 그 형태가 ‘어떤 언어로 씌어진 텍스트’라고 상상했다. “그 텍스트의 흔적을 쫓는 동안 나는 내가 그리는 대상과 한 몸이 되었고, 그것들이 씌어진 언어, 한계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그 모국어와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말 없는 것의 메시지를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혼란의 현대사를 예술과 글쓰기를 통해 이해하려 한 동서양의 두 지성. 그들의 책을 낸 출판사를 매개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조금 부족하고 생소할지 모르나, 책을 컨텐츠로 한 색다른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근원과 그의 벗들이 살았던 성북동에서 젊은 문화공간에서 열리는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책의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풍성하게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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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문화공간 17717 | 「매화와 붓꽃」 근원 김용준과 존 버거의 글 그림 | 2017.9.14 – 10.15]에 1개의 댓글

  1. 정영숙 님의 말:

    흥미로윤 주제 강연에 참석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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