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송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진송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활동했으며, 출판기획자로서 근현대미술사와 문화연구에 대한 관심을 텍스트로 복원해내는 작업을 통해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광고의 신화·욕망·이미지』 등의 책을 기획했다. 1930년대 신문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여 한국의 근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 그의 대표 저서인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1999)는 주류의 역사에서 벗어난 개인들의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역사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998년, 그는 역사와 문화와 예술을 넘나드는 전방위 지식인의 삶을 뒤로하고 아버지의 고향인 남양주로 내려가 ‘목수 김씨’의 삶을 시작한다. 사십 년 가까이 책상물림으로 살았던 그가 별다른 수업이나 훈련 없이 덜컥 목수를 자처하며 대패를 들고 나무를 갈아댔을 때, 그것은 다만 생계를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제재목이 아닌 천연목을 생긴 모양 그대로 깎고 다듬어 ‘게으름뱅이를 위한 테레비 시청용 두개골 받침대’ ‘자유로운 포즈를 위한 의자’ ‘야한 책상’ 등 기발하고 엉뚱한 가구며 목물을 만들어냈을 때 사람들은 놀람과 감탄을 동시에 보냈다. 그 당시의 과정을 소박하게 기록한 『목수일기』(2001)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후 목공작업에 이야기와 상상력을 보탠 작품들로 일곱 차례 전시회를 개최했다. 애초에 글쓰기와 만들기, 생각하기와 움직이기를 따로 떼어놓지 못하는 기질 혹은 능력 탓이 작품이 쌓이는 만큼 글도 쌓였고 나무작업에 관한 기록은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2003)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2007) 등의 책으로 묶였다.
스스로를 ‘목수’라고 칭하지만 ‘저술가’이거나 ‘비평가’이거나 ‘예술가’이기도 한 김진송을 굳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종합지식인’이다. 근대 형성과정에서 개발 논리에 잠식당한 서울이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기억으로 재조명한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1968 노량진 사라진 강변마을 이야기』,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대성의 이면과 역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 『가루부의 신화』, 현대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지식체계들을 뒤집어 봄으로써 ‘논리’의 허상과 지적 허영의 폐부를 파헤친 『인간과 사물의 기원』 등의 책을 집필함으로써 ‘지식의 계통과 체계’라는 상투성의 벽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그는 문화와 역사, 과학과 기술, 사회와 예술 등 현대의 ‘교양’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종횡무진의 상상력과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현대사회와 물질문명의 핵심을 꿰뚫는 사유를 보여주는 그는 정신과 물질, 이론과 경험, 사유와 행동을 분리시키지 않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르네상스적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