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술사 연구

미술관련 서적이 태무했던 해방기, 하나의 '자극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편적인 구고(舊稿)를 모아놓은' 『조선미술사 연구』를 출간한다고 윤희순 선생은 밝히고 있다. 때로는 호방하게, 때로는 치밀하게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미술과 미술가들을 논했다. 특히 제1부에서는 조선민족의 천품과 그것이 흐르는 미술양식을 시대적, 풍토적으로 고찰하며, 제4부에서는 조선미술이 가진 한계점들을 날카롭게 지적해내고 그 계승, 발전의 길을 이야기한다.

범이(凡以) 윤희순(尹喜淳, 1902-1947)은 서울 출생으로, 20세기 전반의 우리 미술사학계에 보기 드문 재사였다.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데다 독자한 방법론을 펼쳐 나간 몇 안 되는 사학자로서 고유섭(高裕燮), 김용준(金瑢俊)과 더불어 그 이름을 빛내고 있으며, 민족주의 미술사학의 커다란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동서양 미술사학의 고전을 두루 섭렵, 정진하여 미술론 갈래에서 가장 균형잡힌 방법과 체계의 미술사학을 형성해 나간 윤희순은, 그의 작품 〈휴식〉과 〈모란〉이 보여주듯이 감성이 발달한 섬세한 성격의 화가였으며, 식민지시대 비평사에 최대의 문제작인 「조선미술의 당면과제」를 발표한 바 있는 이성이 넘치는 냉철한 이론가이자 활동가였다. 그런 그가 미술사학에 헌신했던 시기는 기껏 십 년쯤에 지나지 않는데, 그 사이 그가 쏟아낸 열매들을 묶은 금자탑인 『조선미술사 연구』는 영민하고 강직한 진보적 민족주의 미술사가 윤희순의 학문, 지성 그리고 민족미술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배어 있는, 20세기 미술사학이 낳은 값진 유산이다.

이번에 발간된 『조선미술사 연구』는, 윤희순이 1930년대 후반부터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한 한국미술 관련 글들에 신고(新稿)를 더해 1946년에 발간했던 것을, 초판본을 온전히 살린 것은 물론, 본문과 인용문 등 책 전체에 걸쳐 정확성을 기하고, 현대적인 편집 디자인으로 새롭게 꾸민 복간판이다.
시대양식을 포괄하는 풍토양식의 다각적인 고찰로써 미술의 전모를 파악하는 「풍토양식과 민족성」, 여러 사료의 철저한 비교·검증을 통해 삼국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담징, 솔거, 김충의 등을 조명한 「삼국시대 화인고(畵人攷)」, 조선회화의 성격과 특징, 도화서의 직제와 변천, 정열적인 삶을 살았던 조선조 화가들 등으로 이루어진 「조선회화」, 윤희순 미학사상과 조선미술에 대한 평론, 기타 산문 등의 「소론(小論)」, 이렇게 모두 네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조선미술사 연구』는, 민족 전통의 계승과 그 현대적 혁신의 길을 명확히 제시한 미술론으로, 우리 미술에 대한 윤희순의 날카로운 역사의식과 통찰이 온축된 역작이다.

윤희순 (저자)

범이(凡以) 윤희순(尹喜淳, 1902-1947)은 서울 출생의 화가이자 미술평론가, 미술사학자이다. 1920년 휘문고보와 1923년 경성사범학교를 졸업하여, 주교보통학교(舟橋普通學校) 교사로 근무했다. 1927년 제6회 「조선미전」에 ‘램프와 꽃’ ‘소년’이 입선하여 화단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조선미술의 당면문제> <조선미전의 모색성> 등 다수의 미술 관련 논문과 비평문을 발표했다. 해방 후 1946년 조선조형예술동맹 위원장, 조선미술동맹 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서울신문사 국장을 역임했다. 1946년 <조선미술사 연구>를 출간했고, 회화작품으로 ‘황의(黃衣)의 소녀’ ‘모란’ ‘휴식’ 등이 있다.

1. 풍토양식과 민족성
1. 양식 고찰
2. 고구려 벽화에 대한 소감
3. 출토품과 민족성
4. 시대양식 (狩獵文樣, 瓦當, 天人 등)
5. 풍토양식 : 신라 이후의 반도적 풍토양식
6. 고려의 청자상감
7. 조선 초상화 수법의 일 고찰

2. 삼국시대 화인고(畵人攷)
1. 서언
2. 솔거
3. 담징 (因斯羅我, 白加, 阿佐太子, 子麻呂, 河成)
4. 김충의(釋靖和, 弘繼)

3. 조선회화
1.조선회화의 성격

1) 현실생활의 응시 
2) 유교와의 관계 
3) 중국회화와의 관계
4) 문기숭상(文氣崇尙)

2. 조선의 도화서(圖畵署) 잡고(雜攷)
3. 조선의 정열 화가

4. 소론(小論)
1. 동양의 서화여기사상(書畵餘技思想) -조선의 숭문천기사상(崇文賤技思想)
2. 사군자의 예술적 한계
3. 화조화(花鳥畵)
4. 서(書)와 전각(篆刻)
5. 미술의 교류 변천
6. 회화와 예지(叡智)
7. 조형예술의 역사성

1) 제삼고찰(第三考察)
2) 민족 
3) 과거 조선의 조형예술
4) 잔재문제(殘滓問題)
5) 새로운 세계와 리얼리즘

8. 조형예술의 전통과 그 계승,발전의 문제
9. 토함산 해맞이 (기행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