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미술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출현한 개념미술은 감상을 위한 예술작품의 생산과 작품을 명상하듯 바라보는 행위 자체에 도전한다. 개념미술의 입문서라 할 이 책에서 저자는 개념미술의 역사적 배경과 전개과정, 그리고 현재적 의미를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설명한다. 특히 아방가르드와의 연관성 속에서 개념미술을 파악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모더니즘 미학의 한계에 대응해 갔는지 기술한 측면은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메리 켈리 같은 페미니즘 작가를 비롯해, 일리야 카바코프와 온 카와라, 실도 메이렐리스 등 서유럽과 북미 바깥의 작가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제2, 제3세계로 확산된 개념미술의 최근 동향도 살펴본다.

1960년대말, 모더니즘을 비평적으로 점검하려는 자의식적이고 엄격하게 이론화한 ‘개념미술’이 등장했다. 이 운동은 1970년대 들어 보다 광범한 재현방법을 취하면서 정치비평적 실천으로 발전해 갔다. 한편으로는 보다 분석적이고 언어적인 기반에 근거하는 경향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퍼포먼스 요소를 포함하는 플럭서스적 행위와 유사하게 드러나면서, 개념미술은 특별한 미학적 실천보다는 예술이 무엇인지, 예술제도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확인하는 일에 몰두했다.

개념미술의 입문서라 할 이 책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출현한 이 아방가르드가 왜 그같은 비판적 작업을 생산할 수밖에 없었는지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운동이 세잔으로부터 로스코에 이르는 순수회화로서의 모더니즘이라는 과거와, 모더니스트 회화만 제외한 모든 것을 다 전시할 수 있을 것 같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현재 사이의 전환점으로 간주된다는 점에 비중을 두어 서술한다. 저자 폴 우드는 개념미술의 뿌리와 그 궤적을 마르셀 뒤샹의 반예술(反藝術) 실천과 피에로 만초니가 보여준 예술계의 가치에 대한 패러디, 그리고 플럭서스 그룹의 활동에서 찾는다. 그리고는 개념미술 작가들이 제기한 예술적 모더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보다 광범한 사회 정치적 쟁점을 언급하는 작업방식을 설명한다. 이어서 댄 그레이엄과 조지프 코수스, 영국의 아트 앤드 랭귀지 그룹에 덧붙여, 메리 켈리를 포함한 페미니즘 작가, 요제프 보이스, 다니엘 뷔랭과 같은 유럽의 대표적 작가들, 그리고 일리야 카바코프와 온 카와라, 실도 메이렐리스 등과 같은 서유럽과 북미 바깥의 작가들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개념미술은 예술이 가르쳐지고 재생산되는 대학과 미술시장에서 제도화한 모더니즘의 권력에 대항하는 게릴라적 행동 형식으로 출발했지만, 이제 거만한 현대미술의 또 다른 현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비판적 예술은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등장한 하나의 운동으로서만이 아니라 비판적 태도를 지닌 모든 예술로서 개념미술의 의미를 확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책을 끝맺는다.

옮긴이의 말

흔히 현대미술을 ‘개념적’이라 한다. 그것은 작품에서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수공예적인 솜씨를 보기보다는, 작품이 의도하는 의미와 개념을 통해 우리들의 생각을 바꾸는 식의 ‘의식의 전환’을 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13년초, 남자 소변기를 전시장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마르셀 뒤샹은 우리에게 ‘이것도 작품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다. 우리에게서 작품 감상의 기회를 빼앗아가고, 대신 질문 앞에 서게 한 것이다. 이처럼 예술을 둘러싼 제도적 장치에 대한 질문이 실제로 개념미술을 가능케 하는 지점이다. 무엇이 예술을 평가하고 단죄하는가, 예술은 어떻게 신화를 만드는가, 어떻게 예술작품은 시장의 논리를 포장하는가, 무엇이 예술을 제도적 질서로 편입시키는가, 예술은 제도적 권력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등. 예술이란 본질적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보면, 어쩌면 모든 예술은 기본적으로 개념적인 것이리라. 그러나 점차로 제도적 권력이 막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개념미술은 그만큼 쉽지 않고, 또 그만큼 중요하다. 퍼포먼스와 설치, 사진과 텍스트 작업, 심지어는 비디오 아트와 관련한 영상작업의 많은 부분이 이런 질문을 보유하는 한, 개념미술의 접근은 여전히 의미있다. 조형적 완결성보다는 사유와 의식의 흐름을 따르게 하는 ‘과정’을 중시하고, 예술을 짓누르는 관념과 정신주의보다는 일상과 삶을 중심으로 새롭게 ‘질문하기’에 의미를 둔다면, 개념미술은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개념미술은 사조로서가 아니라, 어떤 태도와 시각의 문제로 바라볼 일이다.

저자 폴 우드는 이 책에서 개념미술의 역사적 배경과 전개과정, 그리고 현재적 의미를 비교적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설명한다. 특히 아방가르드와의 연관성 속에서 개념미술을 파악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모더니즘 미학의 한계에 대응해 갔는지 기술한 측면은 매우 유용하다. 즉 기본적으로 개념미술이 기존 질서에 대해 회의론적 입장을 취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보고, 그 양식적 출현의 계기를 세계사적 흐름과 구도 속에서 접근해 가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이차대전 이후 미국식 모더니즘과 함께 펼쳐진 미술제도의 권력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1960년대 사회사적 필연성 속에서 개념미술의 전개를 설명하고 있다. 개념미술을 양식적 문제로 규정짓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주제와 문화론적 이해로 확장시킨 점, 이를테면 페미니즘과 정체성의 정치학 등의 관점 또한 설득력있는 부분이다. 한편, 오노 요코와 구타이 그룹 외의 아시아권 개념미술에 대한 페이지가 할애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1999년 미국 퀸스 미술관에서 열렸던 「세계의 개념미술」전을 계기로 확산된 제이, 제삼세계의 개념미술에 대한 언급과 해석은 큰 도움이 된다.

폴 우드 (저자)

런던 왕립미술대학에서 미술학 석사를 마쳤으며, 1980년대 초부터 영국 개방대학에서 미술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아방가르드의 사회사적 쟁점이며, 최근에는 예술의 전 지구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The Challenge of the Avant-Garde>(1999), 엮은 책으로 <Art in Theory 1900-2000>(2002) 등 다수가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박신의 (역자)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을 수료하고 1986년 파리4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2회 광주 비엔날레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와 ‘미디어시티 서울 2000′의 큐레이터를 지냈다. 2002년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라즐로 모홀리 나기>, <문화예술 경영, 이론과 실제>(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라즐로 모홀리 나기> 등이 있다.

1. 개념미술에 접근하기
2. 선행조건과 관점
3. 재개된 아방가르디즘
4. 아이디어로서의 예술
5. 정치와 재현
6. 유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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