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다양한 형태의 ‘추상’은 20세기의 지배적인 미술양식이었다. 많은 전시회의 주제이자 비평적 논쟁과 미술사 연구의 초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상미술은 여전히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저자 멜 구딩은 추상에 대한 이야기를 미술사적 맥락에서 일련의 양식적 경향으로 풀어내는 기존의 관념을 거부하고, 카지미르 말레비치, 바실리 칸딘스키, 나움 가보, 피트 몬드리안, 윌럼 드 쿠닝 그리고 루초 폰타나와 같은 다양한 미술가들의 특정 작품들을, 중복되는 추상의 역사에서 특정한 경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유사해 보이는 추상미술의 유형들에서 차이점을 밝혀내고, 상이해 보이는 유형들에서는 내재된 공통점을 드러낸다.

다양한 형태의 ‘추상’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지배적인 미술양식이었다. 많은 전시회의 주제이자 비평적 논쟁과 미술사 연구의 초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상미술은 여전히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저자 멜 구딩은 추상에 대한 이야기를 미술사적 맥락에서 일련의 양식적 경향으로 풀어내는, 기존에 널리 받아들여진 생각을 거부하고 이 주제에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말레비치, 칸딘스키, 브라크, 레제, 가보, 드 쿠닝 그리고 폰타나 같은 특정한 미술가들의 사상과 그들의 작품을 살펴본다. 그는 “보이지는 않으나 감각세계의 현상들 사이에 존재하는 고차원적인 연계성과 우주에 생명을 불어넣는 추상적인 ‘정신적’ 에너지”를 제시하고자 한 말레비치나 “추론과 이해를 통해서가 아니라, 영혼과 경험을 통해서 미술에 다가서야 한다”고 주장한 칸딘스키의 작업을 설명하면서, 추상미술은 세계의 보이지 않는 측면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반면, “회화를 통해 ‘가시적 세계’를 재창조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 큐비스트들의 작업을 살펴보며, 추상미술은 보이는 세계를 선, 색채, 형태와 같은 회화적인 사실들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 멜 구딩은 “미술이 새로운 문명의 문화적 형태를 건설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 구성주의의 발전과 전후(戰後)에 나타난 추상표현주의, 시적 추상, 후기회화적 추상 등 다양한 경향을 살펴보며, “추상미술은 현실에서 나온 것이든 상상에서 나온 것이든 모두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실재의 역동적 양상을 드러낸다”는 인용문으로 이 책을 끝맺는다. 이는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다양한 개인적인 ‘독해’를 허용하는 대상으로서의 추상미술”이라는 그의 관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옮긴이의 말

넓은 의미의 추상미술이란 ‘대상을 알아볼 수 있게 재현하지 않는 미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연의 모방’이라는 전통적인 미술개념이 폐기된 20세기의 다양한 미술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이 추상미술에는 자연의 외관을 아주 단순한 형태로 환원하거나, 비재현적인 형태를 구성하거나,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표현을 중시하는 등의 다양한 경향이 포함된다. 이처럼 추상미술은 서로 다른 전제조건과 의도를 지닌 양식이 등장하여 여러 방향으로 분산, 중복되며 전개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추상미술의 역사에 대한 단일한 기술은 불가능하다. 아폴리네르의 ‘순수회화’,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그리고 타피에의 ‘타시슴’과 같은 다양한 용어가 등장한 것도 모두 서로 다른 역사적 이념적 비평적 문맥이 반영된 결과이다.

저자 멜 구딩은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추상’을 일련의 양식적 경향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배제한다. 그는 추상미술을 ‘구상적이지 않은 미술’이라고 간단하게 정의한 뒤, 쿠프카, 들로네, 말레비치, 칸딘스키, 포포바, 로드첸코, 나움 가보, 몬드리안, 드 쿠닝, 폰타나, 클랭, 마틴과 같은 한 세기에 걸친 다양한 미술가들의 특정한 작품들을 특정한 추상의 경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추상미술작품은 다양한 개인적 ‘독해’를 허용하는 대상이라고 보며, 자신의 해석이 절대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는 작품을 읽는 하나의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에게 의미있고 타당한 해석을 이끌어내도록 부추긴다. 또한 저자는 추상미술이 구상미술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 다양한 방식에 눈뜨게 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알아볼 수 있는 어떤 대상도 없는 색채와 형태의 바다에서 상상력에 의지하여 항해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멜 구딩 (저자)

현대미술과 현대미술가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Patrick Heron>, <Song of the Earth : European Artists and the Landscape> 등이 있다.

정무정 (역자)

홍익대 미술사학과 대학원 및 뉴욕시립대학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홍익대, 서울대, 숙명여대에서 강의했다. 2006년 현재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사학위 논문으로 ‘추상표현주의, 앵포르멜, 그리고 한국현대미술 1945-1965′(Abstract Expressionism, Art informel and Modern Korean Art, 1945-1965)를 발표했으며, ’1970년대 후반의 한국 모노크롬 회화’, ‘프랭크 스텔라의 1960년대 작품 연구’, ‘추상표현주의와 정치:수정주의 관점 다시 읽기’, ‘추상표현주의와 한국 앵포르멜’, ‘한국전쟁과 서구 미술’ 등의 연구논문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추상 : 서론

1. 추상과 보이지 않는 것
2. 추상과 보이는 것
3. 세계의 추상 : 구성주의
4. 정치에서 시학으로 : 전후의 추상

참고문헌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