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트

표현방식의 대중성 때문에 기존의 이미지를 모방하는 얄팍한 예술형식으로 간주되기도 하는 팝 아트는, 사실 역사적으로 선행된 예술활동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던 대단히 박식한 운동이었다. 다다와 초현실주의라는 20세기초 문화를 참조 계승하면서, 대중매체와 고급예술 영역의 구분, 엘리트와 대중, 단일함과 다수 사이의 문화적 차별이 시대착오적인 것임을 새로운 미술형식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했던 것이다. 이 책은 연대기적 서술이 아닌, 팝 아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관계들에 대한 고찰로써, 소수를 위한 모더니즘의 편협한 정의를 과거로 추방하는 데 기여한 이 운동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팝 아트는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 〈오늘날의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1960년대초 하나의 예술운동으로 등장했다. 소비와 향락을 찬미하는 광고 이미지, 또는 신화적 아이콘으로서의 스타 이미지 등을 사용하는 팝은, 그 표현방식의 대중성 때문에 수동적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모방하는 얄팍한 예술형식으로, 또는 앞선 현대미술이나 모더니스트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운동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러나 팝 아트는 역사적으로 선행된 예술활동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던 대단히 박식한 운동이었으며, 그 어느 예술보다 의미있는 이론적 전제들을 그 저변에 깔고 있었다. 다다와 초현실주의라는 20세기초 문화를 참조·계승하면서, 대중매체의 영역과 고급한 예술 영역의 구분, 엘리트와 대중, 단일함과 다수 사이의 문화적 차별이 시대착오적인 것임을 새로운 미술형식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했던 것이다. ‘미술관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일 말고 다른 무언가를 하는’ 예술을 추구했던 팝 아트는, 소수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모더니즘 대신 다수에게 열린 새로운 예술을 제안함으로써, 모더니즘의 편협한 정의를 과거로 추방하는 데 기여했다.

이 책은 연대기적 서술 대신, 팝 아트의 시작, 이전의 예술적 유산과 맺고 있는 관계, 미디어 혁명의 여파, 향락주의, 소비주의,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변혁,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팝의 이중적 태도 등 팝 아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관계들에 대해 고찰함으로써, 팝 아트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옮긴이의 말

1950년대 후반, 팝 아트 작가들이 새로운 미술을 알리는 서막을 예술계라는 거대한 무대에 올렸을 때, 아무도 팝이 몰고 올 엄청난 파장을 예견하지 못했다. 순수미술의 성역을 고집하던 제도권의 작가, 비평가, 수집가들에게 팝 아트는 신성모독과 같았다. 심지어 팝 아트가 적극적으로 포용한 대중문화의 주체인 대중조차도, 팝을 예술로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팝 아트의 중요성은 해가 바뀔수록 굳어져, 오늘날 미술의 역사에서 요지부동한 자리매김을 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우리가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간에, 팝 작가들은 역사 속의 선배들이 미술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미술이 아니던 것’을 미술로 만든 셈이다. 팝 아트는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단원으로 흘러가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서 필연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팝 아트의 도래로, 순수미술로 대표되던 기존 가치체계가 몰락하고 주류와 주변, 고급과 저급, 순수와 상업, 엘리트와 대중문화로 분류되던 위계질서가 무너졌다. 문화의 다양성과 교류가 인정되고 예술의 여러 장르와 영역이 섞이게 되었으며, 대중매체와 커뮤니케이션의 발달과 산업화는 이를 가속화했다.

현대미술에서 팝 아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에 소개된 관련서적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 책은, 미국에 팝이 등장할 무렵에 태어나 1980년대 이래 미술사에 도입된 새로운 방법론으로 훈련받은 이가 저술했다는 점에서 국내의 독자들에게 특히 유익한 책이라고 하겠다. 기존의 관련저술들과 달리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서술이나 비평에 그치지 않고 21세기의 시각으로 영국과 미국의 팝 아트를 고루 재조명하고 있다. 과거 전통미술에 대한 팝 아트의 재해석과 차용, 노스탤지어, 젠더, 정치적 사회적 양상 등,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부각된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나의 옛 학교 급우이자 직장동료였던 저자 데이비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데이비드 매카시 (저자)

테네시 주 멤피스의 로즈 대학 미술사 담당 부교수이자 아메리칸 스터디스 프로그램의 총책임자이다. 헨리 루스 재단 연구원과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지은 책으로 <The Nude in American Painting 1959~1980> 등이 있다.

조은영 (역자)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델라웨어 대학에서 미술사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미술사학자협회 부편집장을 역임했고, 스미스소니언 인스티튜션의 국립미국미술관과 동양박물관에서 근무했다. 현재 원광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의 동양읽기 : 문화적 타자로서의 일본과 동아시아’ 등 여러 논문과 저서가 있다.

1. 새로운 미적 감성
2. 계보
3. 생산과 소비
4. 명성
5. 향락주의
6. 오늘의 어제
7. 혼란기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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