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

이 책은 현대미술의 문맥 속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생동감있고 폭넓게 탐구한다. 포스트모던 혁명은 예술작품을 텍스트로, 역사를 신화로, 예술가를 공상의 주인공으로, 실제 세계를 구태의연한 것으로 바꿈으로써, 모더니스트의 신념인 보편성, 본질성 등 하나의 세계관으로서의 예술적 진행을 대체했다. 저자는 포스트모던 미술의 주요 변천사항을 고찰하면서 ‘작가가 없는 미술이란 무엇인가’ ‘왜 사진이 포스트모던 미술의 가장 중요한 매체인가’ ‘예술의 상품화라고 비난받던 미술운동이 최근에는 어떻게 미술시장의 가장 인기있는 항목으로 성장했는가’ 등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모더니즘의 전성기였던 1938년, 서구 중심의 종말과 개인주의, 자본주의 기독교 정신의 쇠퇴를 알리기 위해 아널드 토인비가 처음 사용한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는, 그후 영화, 음악, 그리고 패션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며 우리 생활 곳곳에 침투해 왔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이라고 확실히 정의 내리기는 여전히 어렵고,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잘못 이해된 채 사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현대미술의 문맥 속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생동감있고 폭넓게, 그러면서도 평이하게 탐구하고 있다. 미술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전례는 예술작품의 ‘존귀함’과 ‘독창성’을 조롱한 뒤샹의 레디메이드나 키리코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그 개념은 1960년대 팝 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행위예술 등의 유행과 함께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 미술이 자율적이고 인간의 활동에서 자기증명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그린버그의 교리를 다양한 각도로 공격했고, 이에 맞서 모더니즘은 ‘천박한 취미’ ‘중류계층의 요구들’ ‘산업주의에 깔린 문화의 민주화’라는 험악한 말로 그들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처럼 포스트모던 혁명은 예술작품을 텍스트로, 역사를 신화로, 예술가를 공상의 주인공으로, 실제 세계를 구태의연한 것으로 바꿈으로써, 모더니스트의 신념인 보편성, 본질성 등 하나의 세계관으로서의 예술적 진행을 대체했다. 그리고 그것은 1980년대에 후기구조주의와 결합하면서, 처음으로 포스트모던 자체의 성격이 드러나는 방식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저자 엘리너 하트니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 불리는 1980년대 이후 오늘까지의 미술을 신표현주의, 반미학주의 운동, 상품비평 미술,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포스트모던 다원문화주의라는 다섯 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고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가가 없는 미술이란 무엇인가’ ‘왜 사진이 포스트모던 미술의 가장 중요한 매체인가’ ‘예술의 상품화라고 비난받던 미술운동이 최근 미술사에서 어떻게 미술시장의 가장 인기있는 항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며, 어느새 우리를 혼란스럽지만 흥미로운 현대미술의 담론 속으로 안내한다.

옮긴이의 말

오늘날 미술의 현장에서 출몰하는 작품들을 어떻게 보고 이해해야 할 것인가. 작가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포스트모더니즘’, 말 그대로 ‘모더니즘 이후’의 작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수평적 시야와 수직적 지식을 교차하며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작품들의 미학적 철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까지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 불리는 1980년대 이후 오늘까지의 미술을 크게 다섯 가지 경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저자의 표현처럼 ‘모더니즘의 통제할 수 없는 아들’인 포스트모더니즘은 애초부터 매우 복잡한 배경과 태도를 가지고 출발했으며, 어지러울 만큼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어, 그것을 몇 개의 범주로 묶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에서 시도한 다섯 가지 범주는 각각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을 가지면서 이 시대 미술정신의 본질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최근 미국과 유럽의 미술을 현장에서 바라보며 기술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용어는 그곳에서 이십여 년의 논의와 논쟁을 거치면서 자리를 잡았으며, 이 책에서도 우리가 알 수 있듯이 이제 그 개념이 상당히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삶과 문화의 여러 양상이 이미 포스트모던 시대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물론, 모더니즘에 대한 반성적 이해조차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이 여기저기서 뒤엉켜 또 다른 혼란을 빚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나로 하여금 어려움을 무릅쓰고 이 책을 번역하도록 추동했다.

나는 유학 시절, 짧은 시간이지만 저자 엘리너 하트니의 수업을 수강했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을 중심으로 그녀와 함께 논문들을 읽고 토론하는 방식이었는데, 돌아보면 한 학기 동안 쩔쩔맸던 기억이 난다. 알다시피 ‘포스트모더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더니즘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객관적인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나는 그러한 이해와 성찰이 부족했던 상태에서 갑자기 그것과 맞닥뜨렸던 것이다. 그런 나의 체험과 관련해 내가 반가워하는 것은, 이 책의 곳곳에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이의제기와 함께, 그린버그의 이론과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적 국면이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글을 대할 때마다 나는 그 해박함과 분별력, 그리고 달필에 감탄하곤 한다. 이 책에서도 그녀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압축해서, 마치 이야기하는 것처럼 속도감있게 써내려 가고 있다. 어느 한곳에서도 허술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단단하게 씌어진 이 책이, 최근의 미국과 유럽 그리고 세계 미술의 경향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며, 더불어 우리 미술계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건강한 담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엘리너 하트니 (저자)

시카고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Art in America》의 객원편집장. 현대미술 현장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Ciritical Condition: American Culture at the Crossroads》(1997), 《Out of the Ordinary: Paintings by Aaron Fink》(2003) 등이 있다.

이태호 (역자)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계간미술’ 기자를 역임한 후, 미국 하트퍼드대학 대학원과 몽클레어 주립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현실과 발언’ 동인, ‘후기조각회’ 회원으로 개인전 및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현재 홍익대 겸임교수, 미술평론가,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현대미술의 빗장을 따다>, 옮긴 책으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비평, 그림 읽는 즐거움>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서론

1. 신표현주의
2. 반미학주의
3. 상품 비평
4. 포스트모던 페미니즘
5. 포스트모던 다원문화주의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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