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주의

여타 미술운동과 달리, 표현주의는 독일 및 독일어권 각지에서 분산되어 전개되었고, 양식적 일관성 또한 찾기 힘들지만, 인상주의를 거부하고 외부세계 이면의 내면적 실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결속되었다. 이 책은 표현주의 발생의 토양이 된 독일미술의 동향을 개관하고, 다리파와 청기사파의 작업 및 이론에 중점을 두면서, 베를린으로 집결되는 모더니즘 운동, 그리고 일차대전 이후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며 신즉물주의로 이어지는 그 유산 등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또한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과 단단히 얽혀 있는 표현파의 원시주의 미술과의 관계, 여성에 대한 시각, 정치적 입장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형태를 왜곡하거나 주관적 직관적 즉흥적인 방식으로 물감을 칠하는 것을 ‘표현주의’라고 하지만, 여러 미술가나 미술이론가들이 거기에 다양한 정의를 내렸다. 미술사학자 도널드 고든은 “‘표현’은, 인간의 얼굴에 나타난, 또는 격한 몸짓에 드러난 열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형식을 고려해 이루어진다”고 한 마티스의 말을 인용해 표현주의를 정의하기도 했다. 또 마리트 베렌스키올과 론 만하임은 인상파에 의한 외부세계의 외적 기록과 상반되는 내면세계의 충동 표출이 표현파의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헤르베르트 퀸은 “표현주의는 사회주의처럼, 물질주의, 세속성, 기계, 중앙집권에 반대하는 외침이며, 정신성, 신, 휴머니티를 옹호하는 외침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정의내리기 어려운 ‘표현주의’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슐라미스 베어는, “표현주의는 양식적인 일관성은 찾기 힘들지만 ‘외부세계 이면의 내면적 본질적 실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드레스덴의 다리파, 뮌헨의 청기사파, 베를린의 파테티커 예술공동체 등을 살펴보면서 표현주의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드레스덴의 표현주의 작업에서는 자연과 원시미술에 대한 관심, 누드 연구 등으로, 전통에서 자유로워지고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고자 한 다리파의 키르히너, 슈미트-로틀루프, 헤켈 등의 작업을 설명한다. 또 뮌헨에서는 “미술은 자연에 대한 감각적 관찰에 한정되지 않으며, 선, 색채, 형태의 모든 요소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고유의 내적 본성을 갖는다”고 하여 추상을 추구한 신미술가협회와 청기사파의 칸딘스키, 뮌터, 야블렌스키 등의 작업을 살펴보고, 베를린에서는 도시풍경화에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요소를 부여한, 파테티커 그룹의 마이트너와 미래주의에 친근감을 보이며 투명하고 선명한 색면에 관심을 가진 마르크 등의 작업을 살펴본다. 이 밖에 11월혁명 직후 조직된 예술노동평의회와 11월 그룹의 활동을 서술하며, 건축에서의 표현주의 이론, 표현주의와 정치의 관계 등을 알아본다.

저자는, 이렇듯 다양하게 전개된 표현주의 미술이 독일 제삼제국 당시 ‘퇴폐’미술로 분류되고, 표현파 이론의 언어, 즉 매체의 중요성, 캔버스의 형식적 질서, 추상의 신비적 역할, 강도 높은 표현이 모더니즘의 범주에 흡수되며 전후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옮긴이의 말

1937년 나치의 대대적 후원을 받은 제1회 「독일미술대전」이 화려하게 개막된 다음날, 대중에게 반감과 경멸을 불러올 정반대의 목적으로, ‘독일적이지 않은 것’ ‘부자연스러운 것’ ‘병적인 것’으로 간주된 작품들을 한데 모은 순회전이 시작되었다. 바로 악명높은 「퇴폐미술」전이다. 모더니즘에 기여한 화가, 조각가, 건축가 들 모두가 여기에 포함되었고, 그 대부분은 표현주의 예술가였다. 여타 미술운동과 달리, 표현주의는 독일 및 독일어권 각지에서 분산되어 전개되었고, 양식적인 동질성 또한 찾기 힘들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드레스덴에서는 키르히너를 위시한 건축학도 중심의 다리파(Die Br cke)가 결속력과 폐쇄성, 격렬한 조형언어를 특징으로 하며 활동했고, 뮌헨에서는 칸딘스키가 주도하는 청기사파(Der Blaue Reiter)가 다양성과 개방성을 표방하며 추상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물질주의의 팽배와 가치관의 변화,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던 격동기인 빌헬름 시대 말기에 등장한 이들 표현파는 인상파의 실증주의를 거부하며 예술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믿음을 공유했다. 이 책은 표현주의 발생의 토양이 된 독일미술의 동향을 개관한 후, 다리파와 청기사파의 작업 및 이론에 중점을 두면서, 베를린으로 집결되는 모더니즘 운동, 그리고 제일차세계대전 이후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며 다다, 신즉물주의로 이어지는 그 유산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과 단단히 얽혀 있는 표현파의 원시주의 미술과의 관계, 여성에 대한 시각, 정치적인 입장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제 자연과 도시, 새로운 예술을 화두로 삼아 정진했던 표현파의 사상과 열망을그들의 작품세계와 함께 직접 만나 보자.

슐라미스 베어 (저자)

런던의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20세기 독일 미술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Women Expressionists>(1998), <Expressionism Reassessed>(1993)가 있다.

김숙 (역자)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수료하였다. 옮긴 책으로 <로댕>, <클림트>, <고대 로마>, <동양신화 백과사전>, <구약성서, 명화를 만나다> <조각감상의 길잡이>, <고대 그리스의 미술과 신화>, <런던 내셔널 갤러리>, <장신구의 역사>, <호안 미로>, <구약성서, 명화를 만나다>, <내 어릴적 바비> 등이 있다.

표현주의, 그 기원과 의미 그리고 역사서술

1. 자연과 문화 그리고 모더니티 : 드레스덴
2. 유토피아 사상과 추상 : 뮌헨
3. 모더니티와 그 갈등 : 베를린
4. 전쟁과 혁명 그리고 반혁명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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