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인상주의

1870년대 인상주의자들이 일으킨 회화의 양식적 혁명인 ‘순간성’에 만족하지 못한 예술가들은, ‘후기인상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보다 영구적이고 구조적이고 표현적인 미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 작품의 임의적인 색채, 과장된 형태, 추상은 미술가와 자연 사이의 거리를 다시 규정하고, 대중들이 다음 세대 혁신자들의 자유로운 시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후기인상주의를 내부자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이 책은, 당시 화가 및 비평가들 사이에 이루어진 영향관계와 감정적인 교류까지도 읽어내는 지역적 역사주의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연구서라 할 수 있다.

1870년대 인상주의자들이 일으킨 회화의 양식적 혁명은 너무도 독특하고 격렬하여, 그 이후 등장하는 모든 예술은 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인상주의가 터득한 ‘순간성’에 만족하지 못한 예술가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보다 영구적이고 구조적이고 표현적인 미술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10년 「마네와 후기인상주의자」라는 전시가 로저 프라이의 기획으로 열리면서, 이들 다양한 혁신 세대들을 포괄하는 최초의 용어 ‘후기인상주의(Post-Impressionism)’가 탄생하게 된다. 이들 작품의 임의적인 색채, 과장된 형태, 추상은 미술가와 자연 사이의 거리를 다시 규정하고, 대중들이 다음 세대의 혁신자들의 자유로운 시도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쇠라는 과학법칙을 적용하여 ‘분할주의’로 불리는 신인상주의를 창안했고, 세잔은 인상주의를 고전주의 작품처럼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고심했으며, 고갱은 원색의 색채로 원시의 신비로움을 표현했고, 고흐는 내면의 감정을 캔버스에 표출했다.

저자 빌린다 톰슨은 이외에도 카미유 피사로, 에밀 베르나르, 툴루즈-로트렉, 그리고 영국의 블룸즈버리 그룹 등의 활동과 작품을 소개하고, 당시 이들의 영향관계를 시대적 배경 속에서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또한 후기인상주의를 정의하고 대중에게 인지시켜 나간 모리스 드니와 로저 프라이의 비판적 지지가 결과적으로 영국과 미국의 미술품 수집정책에 어떠한 자극을 주었는지 살펴봄으로써, 이 운동의 탄생과 역사뿐만 아니라 그것이 오늘날 미술계에 끼친 영향관계까지 현장성 있게 다루고 있다.

옮긴이의 말

이 책은 후기인상주의를 내부자적 관점에서 본 이야기들이다. 양식론적 분석과 발달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라기보다는, 사건과 상황에 따른 서로의 영향관계와 감정적인 교류까지도 읽어내는 지역적 역사주의를 적용한 글이다. 그러므로 수직적 시간의 위계적 역사보다는 수평적 사건들 중심의 지역적 역사 관점을 취한다. 즉 인상주의라는 아방가르드 이후 누구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시점에서, 후기인상주의라는 다소 부적절하지만 포괄적으로 명명될 수밖에 없었던 상이한 작품들의 영역,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양식을 매단계 발달시켜 가던 과정을 상세하게 고찰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저자 빌린다 톰슨은 우선 로저 프라이가 1910년 기획하고 명명한 「마네와 후기인상주의자들」이라는 전시에서 후기인상주의라는 용어가 탄생한 동기와 상황을 거론하고, 그 필요성과 한계, 이후 확장 적용된 개념들을 차례로 살핀다. 인상주의는 1874년 첫 전시가 열린 이후, 확고한 방법론의 부재로 인해 비평가들의 지속적인 비판을 받았으며, 네 차례의 휴지기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러한 인상주의의 불안한 진행과정에 이어 1880년대와 1890년대는 분할주의로 명명되는 쇠라와 시냐크, 종합주의자 고갱, 항구적으로 자연에 입각해 작업하면서도 형태와 색채 모두에서 진정한 모더니즘을 시작하게 하는, 그리하여 후기인상주의자 중에서도 진정한 창안자로 이 책의 저자도 강조하고 있는 세잔, 그리고 고흐가 등장했고, 또 상징주의의 샤반과 드니, 아르 누보 등의 작업들이 상당한 현대주의적 진보를 이루면서도 아직 혼돈상을 보이고 있는, 매우 복잡하고 상호 영향관계에 있는 양식들이 계속 발달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 중에서 어떻게 쇠라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양식을 구현해 가는지, 고갱이 전문적 예술가의 후발자로서 세잔과의 갈등을 겪고, 또 쇠라에게서 화가로서의 순수성을 의심받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종합주의에 이르게 되는지 자세히 기술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모두 후기인상주의의 영역과 태도와 함께, 현대미술에 부여한 가치들을 오늘날 심대히 평가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이때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양식을 형성해 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누가 먼저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며, 누가 누구의 아이디어를 훔쳤는가를 가리는 논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이러한 사건적 개인사적 이야기들을 미술사적 관점과 적절히 연관시켜 연대순으로 분석 서술하고 있어, 매우 가치있는 특성들을 지닌다 할 수 있다.

빌린다 톰슨 (저자)

신방흔 (역자)

서론: 후기인상주의라는 용어

1. 1880년대
2. 1890년대
3. 1900년 이후

참고문헌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