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미술론

동양과 서양이라는 다른 공간에 놓인 작품들이 어떻게 그 세계관과 장소에 맞는 특징적인 표현을 담게 되었는지를 밝혀내는 비교미술론. 저자 벤자민 로울랜드는 각 글마다 주제·양식·분위기가 유사한 동서양 작품을 하나씩 예로 들어 가며,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에 배어 있는 근원적인 차이점을 이야기한다. 비교미술, 특히 동서의 미술을 비교 연구하고자 하는 미술학도나 미술애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로울랜드의 쉽고 흥미로운 서술방식과 참신한 관점으로 인해 작품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될 것이다.

동서 비교미술 입문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동떨어진 미술작품들을 비교해 보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해석의 가능을 열어 주며, 작품들을 낳은 각 문화의 숨겨진 모습을 비춰 보여준다. 벤자민 로울랜드(Benjamin Rowland, Jr.)는 이 책 『동서미술론(Art in East and West)』에서 동양과 서양이라는 다른 공간에 놓인 작품들이 어떻게 그 세계관과 장소에 맞는 특징적인 표현을 담게 되었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관점을 대표하는 여러 작품들을 비교해 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비교는 동서간 문화의 상호 영향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또한 이 책은 현대 미술작품에 전통이라는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현대 작가들에게 정당성을 주려는 의도에서 원시 회화나 조각 다음에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배열하는 식의 그림책도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은 각기 다른 시대나 지역의 작품을 모은, …흔히 볼 수 있는 부류의 책도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한다.

로울랜드는 주제, 양식, 분위기가 유사한 동서양 작품을 예로 들어 가며,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속에 배어 있는 근원적인 차이점을 밝혀내고 있다. 일례를 들어, 16세기 플랑드르 화가인 브뤼겔의 〈알프스 풍경〉(도판 33)과 11세기 중국 화가인 곽희(郭熙)의 〈계산추제도(溪山秋霽圖)〉(도판 34)를 보면, 두 그림은 시·공간적으로 판이한 배경하에 그려진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언뜻 보기에 기법이나 화면 구성 그리고 전체적으로 자아내는 분위기와 효과가 비슷하며, 모두 장엄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아주 조그맣게 인물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브뤼겔의 그림에서는 언덕을 내려가는 고독한 인물의 뒷모습이 강조되어 있고, 곽희의 그림에서 인물은 산, 안개, 나무의 거대한 파노라마 속에,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작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서양의 자연관과 자연을 인간보다 중심에 두는 동양의 자연관을 잘 대조해 보여준다.

이 책의 구성 및 특징

이 책은 도입부인 「서설」과, 「인체」 「풍경」 「새·짐승·꽃」 「정물」, 이렇게 네 장(章)의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택된 총 예순두 점의 작품은 ‘회상된 감정’ ‘예술지상주의’ ‘자연 속의 인간’ 등 흥미로운 소제목이 붙여진 서른한 편의 글로 소개되며, 각 글들은 이론적 깊이가 있으면서도 한 편의 재미있는 그림 에세이를 읽는 듯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서설」에서 로울랜드는 미술을 전통적 미술과 비전통적 미술로 나누고, 전자를 영적(靈的) 목적을 위한 주술적·개념적 미술로, 후자를 과학과 개인의 재능에 바탕을 둔 사실주의적·경험주의적 미술로 보고 있다. 그는 이러한 구분이 애매해질 수 있음을 전제하면서, 유럽에서 르네상스 이후의 작품이 비전통적 미술에 해당되지만, 동양의 경우는 사실적으로 표현된 듯 보여도 그 주제의 내면세계나 생명감을 암시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이 전통적 미술에 속한다고 한다.

제1장 「인체」에서는 동서양에서 가장 광범하게 다루어진 테마인 인체상을 단신상(單身像), 초상(肖像), 종교상(宗敎像)으로 분류하여, 조각과 회화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키레네의 아프로디테〉(도판 5)와 같이 살아 있는 느낌을 줄 정도로 인체의 사실적 표현을 중요시했던 반면, 동양에서는 신체비례나 근육구조엔 관심이 없었으며, 인도의 〈약시〉(도판 6)에서와 같이 인체를 정신을 담은 것으로서 추상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제2장 「풍경」에서 중국의 산수화들은 자연 풍경을 사진 찍듯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깃든 정신을 담아내야 한다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원리를 잘 보여주었다면, 서양에서는 17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연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과 그 분위기에 대한 시적이고 예술적인 해석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한편, 동양에서든 서양에서든 화조화(花鳥畵)의 주제는 상징적이며 사실주의적인 방식으로 처리되어 왔는데, 동식물을 과학적인 묘사방식에 따라 박진감있게 그대로 옮겨 놓는 서양의 표현방식과 대상 특유의 발랄한 내적 생명과 생김새를 암시하는 데 바탕을 둔 동양의 표현방식에서 동서양 미술작품의 차이가 나타난다고 제3장 「새·짐승·꽃」에서 언급한다. 또한 화가들이 구성, 질감 표현, 색 등의 문제를 실험할 수 있는 형식인 정물화를 다룬 제4장 「정물」에서는, 서양에서 정물들이 개별적으로 꼼꼼하게 그려졌으나, 동양에서는 개별요소들이 전체 구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고 구별짓고 있다. 반면 마티스와 심주(沈周)의 그림(도판 61, 62)에서는 대상의 핵심이 되는 형태를 간결하고 재치있게 그려내는 유사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렇듯 로울랜드는 동서양 작품들을 다루면서, 그 역사적 배경에 관한 기술적(技術的)·심미적(審美的)인 관점에서 상세하게 분석하고 그 분석에 의거해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덧붙여 「후기」에서는, 이 방면으로 연구를 계속하려는 독자들을 위해 이 책에 소개된 풍경화, 초상화 등 개개의 미술범주에 해당하는, 그리고 동서양 미술에 관한 중요한 참고문헌들을 친절히 소개해 주고 있다.

비교미술, 특히 동서의 미술을 비교 연구하고자 하는 미술학도나 미술애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로울랜드의 쉽고 흥미로운 서술방식과 참신한 관점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서양미술에만 익숙해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동양미술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서양미술 또한 새로운 각도로 보게 되는 즐거움을 줄 것이다.

벤자민 로울랜드 (저자)

하버드대학에서 고딕미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도미술사와 중앙아시아 미술사를 강의한 인도미술의 권위자이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최민 (역자)

최민(崔旻)은 1944년 함흥 생으로,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와 동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파리 제1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명예교수로 있다. 시집으로 『상실』 『어느날 꿈에』가 있고, 역서로는 『서양미술사』 『미술비형의 역사』 『인상주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 등이 있다.

서문

서설
전통적 미술과 비전통적 미술
회화의 기법

인체

단신상(單身像)
1. 아폴론과 고행자(苦行者)
2. 남성 나체상
3. 아프로디테와 약시
4. 두 사람의 대화가(大畵家)

초상(肖像)
5. 성 프란체스코와 천태고승(天台高僧)
6. 프로필
7. 왕과 장군

종교상(宗敎像)
8. 그리스도와 부처
9. 미소 짓는 천사
10. 성 데메트리우스와 무사(武士)
11. 신성(神性)의 상징
12. 신비주의적 이념
13. 세례자와 현자(賢者)

풍경

1. 계절의 파노라마
2. 숲 속에서
3. 악마의 숲
4. 자연 속의 인간
5. 회상된 감정
6. 인간과 달
7. 예술지상주의
8. 표현주의 풍경화가들

새, 짐승, 꽃

1. 오뒤봉과 송(宋)의 대가
2. 자연계의 미물(微物)
3. 매
4. 위풍당당한 준마(駿馬)
5. 피카소의 선구(先驅)
6. 바위에 새겨진 이미지
7. 내부의 눈
8. 꽃의 세계

정물

1. 벽화
2. 마티스와 심주(沈周)

후기: 앞으로 연구를 계속하려는 독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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