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회화사

  • 시대별로 살펴보는 그림의 안과 밖
  • Chinese Painting
  • 제임스 캐힐 조선미
  • A5 반양장 2002년 9월 20일 224면 20,000원 컬러 흑백 99컷 89-301-2033-4
  • 예술일반, 열화당 미술책방

이 책은 중국회화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을 설정하고 작품과 이를 산출시킨 작가의 회화이념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함으로써 미술상의 흐름이 독자에게 전달되고, 시대적 윤곽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도록 하고 있다. 여러모로 이 책은 중국회화를 매우 평이하면서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개설서로서, 전세계의 동양미술을 연구하는 전문가나 일반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읽혀 온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주의적 전통에 주목한 중국회화사의 고전―이 책의 특징 및 의의

유럽의 회화를 제외하고는 가장 풍부하고 다양하다고 할 수 있는 중국회화가, 세계 회화사(繪畵史)에서 한동안 온당한 비중으로 연구되지 못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것은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서양인들에게 중국회화의 원본 및 컬러 복제판이 충분히 제공될 수 없었다는 물리적 이유와, 유럽에 끼친 ‘세기말의 일본취미(Japanism)’가 중국미술에 대한 이해를 서툴게 만들었다는 역사적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앙드레 말로는 『상상미술관(Mus e Imaginaire)』에서 간략히 논술한 바 있다. 덧붙여 말로는 서양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중국회화의 겉모습은 나름의 휴머니즘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들이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한다는 점을 또 하나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미술의 권위자로 명망있는 제임스 캐힐(James Francis Cahill)의 『중국회화사(Chinese Painting)』는 이같은 장애들을 극복하는 데 시의적절한 기여를 하면서 1960년 첫 출판되었다. 물리적 측면의 극복뿐만 아니라, 말로가 제시한 중국회화의 휴머니즘 문제도 캐힐은 이 책에서 명쾌히 해결하고 있다. 즉 회화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 어떤 기술적, 해석적 또는 형이상항적 진술을 한다는 것 외에도, 오히려 개개 인간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데 쓰였다고 하는 미학적 이론의 출현이 중국에서는 비교적 일찍이 전개되었으며, 이는 오직 휴머니스틱한 분위기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 아래 그는, 작품 속에 전체 문화에 공통되는 사상이나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개성을 억제했던 무명의 장인(匠人)들과 다른 세계로 나아가려 했던 화가들에 주목해 중국회화의 흐름을 서술하고 있다.

회화사란 그림의 역사인 만큼 어디까지나 그림 자체에 따른 해석 및 이해를 요건으로 한다고 볼 때, 『중국회화사』가 받고 있는 평가는 쉽게 납득이 갈 것이다. 캐힐은 회화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을 설정하고 작품과 이를 산출시킨 작가의 회화이념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명함으로써 미술상의 흐름이 독자에게 전달되고, 시대적 윤곽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회화 외적인 근거에서부터 회화작품이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구심점으로 해서 오히려 그것을 둘러싼 세계가 의식된다고 할 수 있다.

대가들의 개별작품을 통해 포착하는 중국회화의 흐름―이 책의 구성 및 내용

캐힐은 이 책에서 중국회화를 크게 세 단계로 나누고 있는데, 첫 단계는 북송(北宋) 초기인 11세기까지 지속된, 주로 직업화가적인 전통이 우세하고 다양한 유파로 구성된 흐름이었다. 그후 북송 후기, 회화 전반이 문인여기화파(文人餘技畵派)의 상승과 직업화파의 쇠락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움직임으로 분열된 중국회화의 두번째 단계가 시작되었다. 17세기에는 이런 오랜 경쟁을 끝내게 되는 중국회화의 세번째 단계로 접어든다. 직업화가의 유파는 상상력과 활력을 상실한 채 완전히 정체된 반면, 문인화 전통은 각기 다른 갈래로 갈라지면서 이때부터 계속 ‘정통주의 대 개성주의’라는 양극적 입장이 자체 내에 생기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큰 시대적 틀 안에서 주제별·화가별로 나뉜 총 열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캐힐은 현대 이전의 서양미술과 마찬가지로 인물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한(漢)나라에서 당(唐)나라 말기(2-9세기)까지의 초기 중국 인물화로 글을 시작한다.(1장) 9세기 이후에는 미술의 관심이 점차 인간에서 자연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으며, 11세기가 되자 이 현상은 굳어져 결코 뒤바뀌지 않게 된다. 육조(六朝)와 송대 초기(4-11세기)에 이르는 중국 초기 산수화는 ‘마치 묘사된 장소에 실제로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송대 저술가들의 관념에 기초하고 있으며, 후대에도 동일한 사고가 반영되었다 한다. 이성(李成)을 필두로 한 범관(范寬), 곽희(郭熙) 등 이 시기 화가들은 개별적 형상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일관성있는 시각세계를 보여주는 산수화를 그렸다.(2장)

3장부터는 성숙기로 접어들기 시작한 중국회화의 두번째 단계를 다룬다. 북송(北宋) 후반 궁정화원 이당(李唐)은 안개를 이용해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요소들은 철저히 감소시킴으로써 앞선 시대 화가들이 복잡하고 어려운 수단을 통해 성취했던 화면 전체의 일관성을 비교적 손쉽게 얻고 있다. 남송(南宋) 시기에 접어들자, 북송 산수화파의 높고 삐죽삐죽한 봉우리와 바람이 몰아치는 벌판은, 강남 지방의 매혹적인 경치와 시적 쾌락이 빚어내는 문명화한 도시의 매력 아래서 새로운 서정성으로 젖어들게 된다.(7장, 8장) 송(宋)이 멸망한 뒤 몽골에 의해 원(元)이 세워지자, 화가들은 복고와 혁신으로서, 옛 양식들의 부활과 새로운 양식의 창조라는 두 가지의 과제를 결합하고자 했다.(9장) 지난 두 세기 동안 이루어졌던 남송 회화의 업적을 의식적으로 없애고 북송과 그 이전까지를 거슬러올라가는 이들의 혁신은 눈부셨지만, 문인화파를 성숙케 하는 숙제는 정(靜)하고 절제된 ‘담백함’을 하나의 미덕으로 삼은 원말 사대가(四大家)들에게 남겨졌다.(10장) 명(明)나라에 들어서자 남송 이래로 마하파(馬夏派)의 전통을 미미하게나마 이어 오다 소생시킨 절파(浙派)의 창시자 대진(戴進)은, 양식을 탈피한 비(非)화원적인 방식을 만년에 보여준다.(11장) 15세기 말엽과 16세기 초엽에는 오파(吳派)라는 화가들이 문인화 전통을 마침내 중국회화의 주도세력으로 다시 확립시킨다. 이들 회화의 주조는 건전성과 균형성으로서 오파의 창시자인 심주(沈周)에 의해 정립되고, 그의 제자 문징명(文徵明)을 필두로 급속히 팽창했다.(12장) 한편 16세기 초엽, 직업 화가들과 문인화가들 사이를 조화시켜 낡고 보수적인 양식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은 고도로 재능있는 세 사람의 화가 주신(周臣), 당인(唐寅), 구영(仇英)이 나타나고(13장), 명(明) 후반기(16-17세기)에는 동기창(董其昌)으로 대표되는 각기 다른 경향의 회화양식과 유파들이 개성적으로 풍성하게 생겨났다.(14장)

명말청초에 이르러 중국회화는 직업화가는 사라지고 문인화의 전통이 정통파 대가와 개성주의 화가로 구별되는 중국회화의 세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 대개 동기창의 추종자들인 정통파 화가들의 작품(15장)과, 이미 용인된 방식을 따르거나 표준적 형식들을 구사하기를 거부하고 현실을 자기 나름대로 직접 해석하고자 한 개성주의 화가들의 작품(16장)들이 공존하게 된다. 개성주의 화가들은 인습적인 방식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는 반항적 자세라는 모범을 보여주어, 결국 18세기에 몇몇 기인화가들의 대담성은 관대하게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하나의 유행이 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중국회화에 죽음을 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쳐 단순한 미적 가치들이 매우 세련된 가치들에 의해 철저히 대치되어 버릴 때, 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려면 양주팔괴(揚州八怪)의 마지막 화가인 나빙(羅聘) 이후의 화가들보다 더 민감하고 창조적인 화가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캐힐은 이 글을 마치고 있다.(17장)

백 점에 달하는 풍부한 원색 도판

제임스 캐힐의 『중국회화사』가 나온 지는 무려 사십여 년이 흘렀지만, 중국회화의 역사를 관통하는 다양한 회화사조의 흐름 포착, 개별작품 분석을 통해 드러나는 중국회화의 미적 특질에 대한 기본입장은 하나의 정석이 되었다. 또한 여기에는 캐힐이 이 글을 집필하던 당시 직접 사진기사를 동반하여 대만과 일본 및 구미의 박물관과 사찰, 그리고 개인의 소장품을 촬영한 백 점에 달하는 작품이 실려 있다. 이는 당시로서는 사상 최초 컬러로 출판되는 것이었을 만큼 선구적인 작업이었다. 여러모로 이 책은 중국회화를 매우 평이하면서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는 개설서로서, 전세계의 동양미술을 연구하는 전문가나 일반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읽혀 온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임스 캐힐 (저자)

1936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미시간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프리어 미술관에 근무하면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프리어 미술관 중국미술 담당 부관장으로 일했으며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미술사 종신교수이다. 지은책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형상 : 17세기 중국 회화의 성격과 양식>(1982), <화가의 실천 : 근대 이전 중국의 예술가는 어떻게 살고 창작했는가>(1994), <중국과 일본의 시의화>(1996) 등이 있다. 버클리와 북경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조선미 (역자)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하고(미학 부전공), 서울대학교 미학과에서 철학 석사학위(미학 전공)를 받았으며,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에서 문학 박사학위(미술사 전공)를 받았다.
일본 도쿄대학 문학부 Visiting Scholar, 미술사학연구회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과 문화재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초상화연구』(열화당, 1983), 『화가와 자화상』(예경, 1995), 『초상화 연구-초상화와 초상화론 』(문예출판사, 2007), 역서로는 『중국회화사』(J. Cahill, 열화당, 1981), 『회화론』(L. Venturi, 형설출판사, 1984), 『미술의 이해』(J. Vincent,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90), 『동양의 미학』(今道友信, 다?미디어, 2005), 논문으로는「柳宗悅의 韓國美術觀」(1988), 「세키노 타다시」(2005), 「孔子聖蹟圖에 대하여」(2009) 외 다수가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머리말

1. 초기 인물화
한(漢)·육조(六朝)와 당대(唐代), 2-9세기
2. 초기 산수화
육조부터 송대 초기까지, 4-11세기
3. 송대의 산수화
중기, 11-12세기
4. 오대와 송대의 인물화
10-13세기
5. 산수와 정원을 배경으로 한 인물화
4-13세기
6. 송대의 화조동물화
10-13세기
7. 남송원체(南宋院體) 산수화
마원(馬遠), 하규(夏珪), 마린(馬麟), 12-13세기
8. 송대의 문인화가와 선화가(禪畵家)
11-13세기
9. 원대 초기의 화가들
전선(錢選), 조맹부(趙孟●), 고극공(高克恭), 13세기말-14세기초
10. 원대 후기의 화가들
사대가(四大家)와 성무(盛懋), 14세기
11. 명대 초기의 화원과 절파(浙派)
변문진(邊文進), 대진(戴進), 오위(吳偉), 15세기
12. 오파(吳派)
심주(沈周), 문징명(文徵明)과 그 추종자들, 15-16세기
13. 주신(周臣), 당인(唐寅), 구영(仇英)
16세기
14. 동기창과 명대 후기 회화
16-17세기
15. 청대 초기 회화 I
정통파 대가들, 17-18세기초
16. 청대 초기 회화 II
개성주의 화가들, 17-18세기초
17. 양주팔괴(揚州八怪)와 그 밖의 화가들
18세기

역주(譯註)

중국 역대왕조 연표
참고문헌
개정판을 내면서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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