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사회사

영국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빌 리제베로가 정치경제학적 시각으로 근대 시기의 건축사를 서술한 책이다. 건축을 작품으로 접근하여 설명하고 해석해 왔던 주류 건축사의 기술방식과는 달리, 저자는 건축이 해당 시기 사회적 경제적 상황의 표출물이라는 새로운 견해를 일관되게 제시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저자는 산업혁명에서 비롯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의 건축을 살피고, 1·2차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쳐 오늘날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과 생태환경 건축까지 두루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직접 그린 800여 컷의 삽화로, 세밀하고 짜임새있는 이 그림들은 본문의 이해를 도우면서 동시에 훌륭한 시각적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특별히 저자는 한국의 독자를 위해 동아시아 지역의 건축에 관한 글과 도판 그리고 한국어판 서문을 새로 집필해 주었다.

새로운 시각, 대안적 역사로 보는 근대 건축의 사회사

18세기 후반 서구사회는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라는 두 가지 대사건이 일어나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이고 문화와 예술, 시민들의 생활방식까지, 서양에서 근대라는 시기는 과거의 모든 구체제로부터 탈피하여 새로운 역사의 장으로 넘어가는 시대였다. 도시를 정비하고 구축하는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건축기술과 양식, 전문화한 건축직종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근대 도시의 면모를 형성해 가는 건축물도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책 『건축의 사회사(Modern Architecture and Design)』는 영국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인 빌 리제베로(Bill Risebero, 1938- )가 정치?경제학적 시각으로 근대 시기의 건축사를 서술한 것으로, 주류 건축사의 기술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건축역사서이다.

“물질적 조건 즉 사회제도, 정치기구, 그리고 예술과 건축을 포함한 일반적 의미의 문화의 내용은 궁극적으로 한 사회가 경제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방법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근대의 건축과 디자인은, 18세기와 19세기 대혁명들이 공업생산에 기반한 새로운 세계사회를 창조하면서 부르주아 계급에게 권력을 가져다 준 그때부터 시작된, 바로 그 경제체제의 맥락 속에서 바라보고 정의해야 한다.” ―「근대의 프로메테우스」, p.11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펼쳐 나가는 견해는, 건축이 해당 시기 사회적 경제적 상황의 표출물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관심과 서술은 건축물 자체의 양식이나 특징, 그리고 이를 두고 이루어져 온 건축가 세계의 관념들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건축물이 어떻게 지어졌으며, 누가 왜 지었는가가 이 책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주제가 된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저자는 산업혁명에서 비롯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의 건축을 살피고, 1?2차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쳐 오늘날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과 생태환경 건축까지 두루 서술하고 있다. 나아가 여러 이념과 학설의 소산물로 형성된 건축의 문제점, 도시화 문제와 환경문제를 제기하면서 현실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내기도 한다.

색다른 맛을 더해 주는 풍부한 스케치

이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저자가 직접 그린 800여 컷의 삽화다. 세밀하고 짜임새있는 이 그림들은 건축가의 기본적인 소양인 스케치 실력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본문의 내용에 맞춰 중간 중간 삽입되어 이 책의 110여 면에 걸쳐 보여주고 있다. 그림 페이지들은 각각 인물, 양식, 건축기술, 예술사조와 관련된 제목이 붙어 있는데, 본문의 이해를 도우면서 동시에 훌륭한 시각적 자료로 역할하고 있다. 또한 기념비적인 건축물들의 입면도와 평면도뿐만 아니라 건축가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들을 그린 인물화, 역사적 사건의 지리적 배경을 보여주는 지도 및 도시 계획도, 각종 통계 그래프와 선구적인 디자인으로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인 제품들의 스케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들이 저자 특유의 건축사 서술을 보완해 주고 있다. 게다가 그림 하나하나에 붙어 있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은, 도판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근대 건축 이백여 년의 전개 상황을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구성

이 책은 1982년에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되었는데, 당시 주요 건축역사서들이 건축가들의 설계작품에 대한 설명과 해석에 치우쳐 있던 것과 달리 정치?경제학적 시각으로 건축역사를 서술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초판 출간 이후 25년이 흐른 작년에 한국어판을 준비하면서 저자는 특별히 동아시아 지역의 건축에 관한 새로운 글과 도판 그리고 한국어판 서문을 새로 집필해 주었다. 새로 추가된,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이라 이름 붙인 마지막 장(章)은 오늘날의 건축 상황과 동아시아 건축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간명하게 정리한 것으로, 한국의 독자들만이 이번 한국어판을 통해 누릴 수 있는 내용이다. 더불어 역자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각 장 본문을 내용에 따라 구분하여 소제목들을 붙이고 백여 개의 역주(譯註)를 달았다.

빌 리제베로 (저자)

영국 런던 대학을 졸업하고 왕립건축가협회(RIBA)에서 수여하는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 같은 대학에서 서양 건축사를 강의하였다. 그는 평소 강의를 할 때 자신의 스케치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1984년에 이를 묶어 The Story of Western Architecture를 출간함으로써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1988년부터 미국 MIT 공대에 초빙되어 서양 건축과 현대 건축을 강의하였으며, 그후 이 책을 개정ㆍ보완하여 MIT Press에서 다시 출간하였다.

박인석 (역자)

대학시절 학과 동아리인 주택문제연구회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문제인식’을 대한주택공사 주택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명지대학교에서 주거건축을 주 전공으로 가르치는 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 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私有)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정책적 제도적 설계적 실천방안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시민들의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극히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며 이 책에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어판 서문 / 감사의 말

근대의 프로메테우스
대조
법철학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 수 있는가
권력에의 의지
꺼져 버린 불빛
국가와 혁명
멋진 신세계
역사의 종언

역주(譯註) / 도판 목록 / 참고문헌 / 옮긴이의 말 /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