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심정수

  • 심정수 최민
  • A4 양장, 케이스 2009년 1월 22일 280면 50,000원 컬러 190여 컷 978-89-301-0343-5
  • 예술일반, 미술 작품집

조각가 심정수의 근 40년간의 작품활동을 한데 묶어 펴낸 작품집. 최민의 서문과 주재환의 발문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의 평론, 각 시대별 작품과 스케치, 자료사진, 그리고 말미에는 작가의 환경조각에 관한 짧은 글과 대담까지, 조각가 심정수를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조금은 거칠고 덜 세련되었더라도 강인하고 그 내부로부터 솟아나오는, 생명력있는, 정말로 왕성하게 살아 있는 미술을 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잃어버리기 전에 우리 미술의 건강성을 찾아야겠다. 편협되고 일방적인 사고의 강요에서 벗어나, 모든 문화, 가치존중의 평등시대를 이루어야 한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에게서도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우리 현실의 모습과 역사 그리고 의식과 인식, 또한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건강한 정서, 그 모든 것들을 일깨워내야만 한다.”―심정수, 작가노트 중에서, 1990.

조각가 심정수(沈貞秀, 1942- )가 근 40년간의 작품활동을 그 동안의 작품과 평론, 그리고 작가노트, 사진자료 등을 한데 묶어 <조각가 심정수>라는 책으로 펴냈다. 이 책에는 그의 조각세계를 통관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최민의 서문과, 작가를 늘 옆에서 지켜봐 온 절친한 벗인 화가 주재환의 발문을 비롯하여, 언론인 홍종인,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임영방, 화가 김병종,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윤수, 시인 김지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심광현, 서울대 교수 정영목, 시인 신경림, 국민대 교수 최태만 등이 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발표한 평론이 실려 있으며, 각 시대별 작품과 스케치, 자료사진, 그리고 말미에는 작가의 환경조각에 관한 짧은 글과 대담까지, 다각적으로 조각가 심정수를 조명하고 있다.

알통의 미학

1980년대에 ‘현실과 발언’의 동인으로 〈가슴 뚫린 남자〉 〈벅수〉 〈청년〉 〈춤〉 등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조각계에 등장한 그는, 어두웠던 현실의 분위기를 가장 한국적인 조형언어로 선보였다는 평을 들었다. 당시 그의 조각적 화두는 ‘한국적 조형의 본질은 무엇인가’였다. 따라서 민속춤, 벅수, 장승, 재래식 농기구 등의 조형성을 연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으며, 그 결과 그가 느낀 한국 조형의 본질들이 민간신앙, 농민의 모습, 농기구의 형태, 샤머니즘 등으로 표출된다. 특히 그가 조각한 농민의 울퉁불퉁한 근육은 한국 소나무의 형태와도, 한국의 바위나 지형과도 닮아 있었는데, 백기완 선생은 그 작품을 보고는 ‘알통의 미학’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한국 농민이 가지고 있는 인체의 덩어리는 뭉쳤다 풀어지고, 휘어지고, 핏줄이 솟아 있는데, 그 비례 또한 독특하다. 한편, 그는 ‘공간 속에서의 움직임’에 대한 관심으로 승무를 작품화해 왔는데, 작품을 통해 비어 있는 공간에 기다란 장삼을 뿌릴 때의 아름다움, 허공 속에서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 장삼의 아름다움 등을 주로 표현했다. 최근 들어 이 작업은 부드러운 천으로 바뀌었고, 고깔 형태와 춤 동작의 특징만으로 승무의 정신적이고 엄숙한 면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해안’과 ‘불꽃’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의 관심은 두 가지로 나뉘게 되는데, 하나는 ‘서해안’ 연작에 볼 수 있듯이 자연과 환경을 조각에 접목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꽃’이나 ‘연기’ 등 불을 주제로 형상화한 추상작품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상 작업들은 2000년대까지 계속 이어진다.

우선 ‘서해안’ 연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생명에 관한 관심이다. 그는 서해안에서 ‘생명의 원형질’과 ‘생명의 그물망’을 목도하고, 과연 인간이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얻어낸 결론은 ‘단지 스스로를 일깨우는 것일 뿐’이었다. 그에게는 아주 작은 미생물에서 거대한 생물체에 이르기까지, 또는 모래, 바위, 나무, 풀 등 이 지구상의 모든 것들은 똑같은 무게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아주 작은 들꽃에서 발견한 오묘한 형태와 구조와 색채 그리고 그 생명력은 온 우주를 껴안고 있는 듯 거대한 크기로 겹쳐 온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들은 점점 파괴되고 황폐해지고 있는 자연에 바치는 오마주이다.
한편, 불을 주제로 한 연작을 선보인 2003년의 전시에서 심정수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재료도 나무, 돌,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하게 사용하고, 형식에서도 조각적 볼륨이나 매스가 아니라 선형적이고 회화적인 형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전까지 보여주었던 거친 질감의 표현은 억제되고 표면처리는 매끈해졌다. 최민은 심정수의 불꽃이나 연기를 암시하는 형태를 ‘물리적 공간에 놓인 물체가 아니라 비물질적 정신의 공간에 속하는 하나의 움직이는 이미지’로 읽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삼차원의 입체가 아니라 거의 이차원적 이미지로,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어서서, 조각 매체의 한계를 보여주며 입체에서 평면 이미지로 옮겨 가는 도중에 있는 작품들처럼 보인다. 이 작품들이 함축하는 의미에 대해 최민은 ‘정화(淨化)와 치유(治癒)의 형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결핍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각의 어떤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심지어는 작가가 ‘도저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아내게 한다.

추상과 구상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작가 심정수

심정수의 조각은 주제나 재료뿐만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매우 다양하다. 결코 한 가지 주제나 재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만큼 그는 자유롭고, 그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다양하다. 따라서 추상이냐 구상이냐 하는 구분은 심정수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그는 표현의 필요에 따라 양쪽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다. 이에 대해 최민은 ‘심정수는 자연주의적 구상을 한 극점(極點)으로 하고 기하학적 추상을 그와 대척적인 또 다른 극점으로 하는 다양한 표현방식의 스펙트럼을 자유롭게 왕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심정수 나름의 작가적 논리나 개성이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찾아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 점에서 그는 여전히 젊은 작가다. 익숙한 세계에 안주하여 늘 하던 방식으로 틀에 박힌 작업을 반복,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의 예술적 정신은 방랑객처럼 가볍다. 그리고 그 가벼움은 정직하고 아름답다.


심정수 (저자)

조각가 심정수(沈貞秀)는 1942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인하대, 숙명여대, 단국대, 영남대, 경북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를 역임했으며, 서울조각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발언’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여덟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고, 육십여 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최민 (글쓴이)

최민(崔旻)은 1944년 함흥 생으로,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와 동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파리 제1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명예교수로 있다. 시집으로 『상실』 『어느날 꿈에』가 있고, 역서로는 『서양미술사』 『미술비형의 역사』 『인상주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 등이 있다.

서문 재현.수사.서사 최민
Preface Reproductions?Rhetorics?Lyrics―Choi Min

작품과 평론

1980-1990 인간중심, 민족중심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하잖나!―홍종인
기형적 변모에서 파생된 긴장감―임영방
The Deformed Transformation and a Sense of Tension―Lim Young-bang
육성의 변주, 은유적 형상―김병종
이 시대의 삶을 증언하는 아픔의 인간상―김윤수
심정수 조각전 구경담―김지하

1991-2000 서해안 풍경
갇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심광현
The Closed Space Versus the Open One―Shim Kwang-hyon
심정수의 조각 이야기 정영목
A Story of the Sculptor Shim―Chong Yong-mok
조각가 심정수라는 사람 신경림

2001-2008 추상: 착지와 비상
은빛의 비천(飛天), 고구려를 되살리다 김지하
불꽃에 대한 명상 최태만

발문 내 친구 심정수 주재환

부록
환경조각의 건설과 관리―심정수
작가와의 대담―이영욱
작품목록
작가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