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증보판)

불교조각을 전공한 미술사학자 강우방이 단지 자신의 전공에만 머물지 않고 불교회화·불교건축 등도 함께 연구하여, 한 유적의 종합적 고찰을 통해 불교사상·불교신앙에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한국미술에 대한 수상록. 저자의 삶의 궤적, 정신적 학문적 모색과 체험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증보판을 내면서 한 장(章)을 추가하여, 우리 미술계의 민감한 사안인 ‘미술품의 진위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도 하고 있다.

이 책은 1999년 7월, 당시 국립경주박물관장이었던 강우방의 한국미술에 대한 수상록으로 초판 출간된 바 있다. 불교조각을 전공한 한 미술사가(美術史家)가, 단지 자신의 전공에만 머물지 않고 불교회화·불교건축 등도 함께 연구하여, 한 유적의 종합적 고찰을 통해 불교사상·불교신앙에 총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이 수상록에는, 한 미술사가의 삶의 궤적, 정신적·학문적 모색과 체험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2000년 가을 삼십여 년 간 봉직하던 박물관을 퇴직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로 실천적인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 온 강우방 교수는, 이 책의 세번째 판을 찍으면서 우리 미술계의 민감한 사안인 ‘미술품의 진위(眞僞) 문제’를 다루어, 한 장(章)을 추가하여 이 책의 증보판을 선보이게 되었다. 미술품의 진위 문제는 비단 미술계뿐만 아니라 민족문화의 올바른 계승과 정립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로서, 이번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의 증보판을 통한 한 미술사가의 ‘고백’을 토대로, 우리 미술계에 건전하고 발전적인 담론이 형성되길 기대하며, 실제로 우리 미술품의 옥석이 가려지기를 바란다.

“내가 알고도 침묵한다면 나 자신은 물론, 예술가를 기만하고 연구자들을 기만하고 이 시대를 기만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번에 추가된 장(章)에서 저자는 우선, 미술사학의 본령을 “(미술작품이라는) 기본적인 역사적 자료를 기반으로 해서 작품의 본질, 그리고 예술가의 내면적인 변화 등을 작품을 통해서 추체험(追體驗)하여 여러 근본적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역사기록을 통해서 작품을 이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작품 연구를 통해서 그 당시의 여러 역사적 상황을 복원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대부분의 미술사학자는 옛 문헌사료와 활자화된 연구 논문을 신뢰하여 크게 의존하는, 역사적인 접근방법으로 기우는 경향을 띠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인적인 체험을 소홀히 하게 되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일어나게 되었고, 마침내 작품의 진위(眞僞)를 판별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21세기에 들어서서 미술사학은 뿌리부터 썩어 가려 하고, 천박한 학문으로 되어 가고 있다. 더 이상의 오류는 용서될 수 없다”고 하면서, 오원(吾園) 장승업(張承業)이나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의 특별전 등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여러 전시회에 전시되었던 그림과 글씨의 절반 이상을 위작이 차지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오원 장승업』(2000), 『완당바람』(2002), 『완당평전』 1·2·3(2002), 『간송문화』 63호(2002), 『유희삼매-선비의 예술과 선비취미』(2003), 『표암 강세황』(2003) 등 위작을 실은 도록과 연구서들이 출판되어 널리 읽히고 있으며, 결국 최근에 미술사를 새로이 연구하기 시작하는 젊은 학자들이 그러한 위작을 가지고 논문을 쓰기 시작하기에 이르렀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단원 김홍도, 겸재 정선, 석파 이하응, 우봉 조희룡, 능호관 이인상 등의 위작들도 적지 않게 유통되고 있으며, 온갖 전시에서 선을 보이며 진품으로 둔갑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우리 미술사학계에 가장 큰 공헌을 끼쳐 온 간송미술관의 2002년 가을 전시 「추사 명품전」도 전시 작품의 절반 이상이 진위의 검증을 요하는 것들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추사의 글씨와 그림이 아닌 간송 수집품과 그 밖에 개인소장 작품의 상당량이 『완당평전』 1·2·3권에 그대로 실려 있는데, 전체 약 160점 가운데 절반가량이 추사의 글씨가 아니며, 3권의 표지에 실린 글씨는 위작의 가능성이 큰 것이라 한다.
또한, 2001년 출간되어 널리 읽혀 온 『화인열전』 1권의 표지 그림인 ‘김홍도의 자화상’도 진품이 아니며, 그 자화상이 표지에 소개된 이후 모든 주요 일간지나 잡지에 김홍도의 대표작임은 물론 선비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정착하기에 이르렀음을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는데, 그 그림은 실물을 보지 않아도 구도와 선이 엉망인 것을 알 수 있는 위작이라는 것이다.

“관련 학자들이 모여서 진작과 위작 모두를 면밀히 검증하여 진품만으로 전시를 새로이 하고 도록과 연구서를 새로이 출판하기를 제언하는 바이다.”

저자는 미술품의 진위를 가리는 문제에 대해 우선 과학적 증명만으로 진위를 구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미술품의 진위 문제는 영혼의 문제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훌륭한 작품에는 반드시 예술가의 영혼이나 시대의 정신이 깃들어 있어서 그것에 대응하는 정신적 성숙함과 예술적 감성을 갖춘 인격의 소유자가 바라볼 때 반드시 접신(接神)의 현상이 일어난다고 믿는다. 즉 영혼과 영혼이 만나는 영적(靈的)인 떨림이 있다. 그것은 문자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적인 체험과 감응의 세계이다.”
저자는, 자신도 추사 글씨나 다른 화가들 그림의 진품과 위작을 최근에야 분별할 수 있게 되었음을 고백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족문화 확립에 매진하는 학자들이 힘을 모아 옥석을 엄격히 가려서 위대한 예술가들의 예술성을 올바로 정립해야 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관련 학자들이 모여서 진작과 위작 모두를 면밀히 검증하여 진품만으로 전시를 새로이 하고 도록과 연구서를 새로이 출판하기를 제언”하며 미술품의 진위 문제를 끝맺고 있다.

강우방 (저자)

강우방(姜友邦)은 1941년 중국 만주 안동에서 태어났다. 1967년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같은 대학 고고인류학과에 학사편입하여 한 학기를 수료하고 중퇴했다. 일본 교토 국립박물관과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를 연수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과 학예사·학예연구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및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했다. 2000년 가을 삼십여 년 간 봉직하던 박물관을 떠나,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를 지내다 퇴직했고, 현재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여러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 『圓融과 調和』 『한국 불교의 사리장엄』 『美의 巡禮』 『한국 불교조각의 흐름』 『美術과 歷史 사이에서』 『法空과 莊嚴』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등이 있고, 공저로 『甘露幀』 『탑』이 있으며, 사진집 『엉겁 그리고 찰나』가 있다.

책머리에

다시 경주에서
한국미술의 멋
심상(心象)의 세계
모든 것이 비로자나
적멸보궁(寂滅寶宮)
통일신라의 삼보(三寶)
불교미술의 상징을 찾아서
종교와 예술
미의 여로
내 삶의 주변
내 삶을 만든 책들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개정판을 내면서
수록문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