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카르트의 조선미술사

  • 조선미술의 의미를 밝혀 알린 최초의 통사
  • 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
  • 안드레 에카르트 권영필
  • B5 양장 2003년 11월 20일 392면 35,000원 컬러 흑백 503컷 89-301-0056-2
  • 예술일반, 한국 동양미술 단행본
    • 2004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 2005년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

에카르트가 조선미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집필한 ‘최초의 한국미술 통사(通史)’. 편년에 치중하는 고고학적 관점, 문헌을 중심으로 역사와의 결부에 주력하는 역사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미적 특성과 양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한국미술을 서술한다. 500여 점의 도판은 사료적 가치가 뛰어난 자료로서, 이 책은 한국미술사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최초의 한국미술 통사(通史)
“현존하는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조선미술에 관한 통사(通史)를 저술하는 것은, 아직까지 아시아 언어나 유럽 언어로 시도된 적이 없다. 이를 달성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며, 동양뿐 아니라 모든 문명사회에 조선미술의 의미를 밝히고 알리는 것은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74년 전인 1929년, 독일인 안드레 에카르트(Andre Eckardt, 1884-1971)가 조선미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집필한 『조선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는 무엇보다도 ‘최초의 한국미술 통사(通史)’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물론 조선미술에 대한 논문으로 안확(安廓)의 「조선미술」(1915, 『學之光』), 박종홍(朴鍾鴻)의 「조선미술의 사적 고찰」(1922-1923, 『開闢』)과 같은 글이 앞서 발표되긴 했지만 이들은 한국미술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했고, 일본인 미술사학자 세키노 다다시(關野貞)가 쓴 『조선미술사』(1932)가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지만 에카르트의 저서가 그보다 3년 빠른 것이었다.
더불어 이 책은 세계미술사상(世界美術史上)에서 보더라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예컨대 양식론의 거두인 하인리히 뵐플린(Heinrich Wölfflin)의 주저 『미술사의 기초개념(Kunstgeschitliche Grundbegriffe)』(1916)이라든가, 또한 양식개념으로 중국미술과 일본미술을 서술한 어네스트 페놀로사(Ernest Fenollosa)의 『동양미술사(Epochs of Chinese and Japanese Art)』(1913)가 출간된 때에 비추어 봐도 불과 십수 년밖에 지나지 않은 그런 시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술사 연구에서 작품의 미적 특징과 양식에 치중하기 시작한 세계적인 학문적 조류가 이 책 『조선미술사』에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안드레 에카르트(Andre Eckardt)
에카르트가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09년 독일 카톨릭 베네딕트 교단의 신부로 파송되면서부터이다. 이후 그는 20년간 한국에 체류하게 되는데, 서울 수도회가 설립한 교사양성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경성제국대학 강사로 언어와 미술사 강의를 했으며, 1928년 독일로 돌아가 한국 체류시의 답사를 통한 실견과 연구를 바탕으로 이 책 『조선미술사』를 출간했다. 이후 브라운슈바이크 대학, 뮌헨 대학(한국학과) 교수를 지내며 이차대전 이후부터 그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한국학과 관련한 130여 편의 논문과 서평을 발표하는 등 누구보다도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미술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었다.

에카르트의 실증적·진보적 미술사관
70여 년 전에 외래인에 의해 씌어진 이 책이 한국미술사의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실로 크다.
첫번째로는, 20세기로 접어들면서부터 실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이했던 세계미술사 연구가 이 책 『조선미술사』와 결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아시아 고고미술품에 대한 서구 열강들의 발굴과 더불어 그에 대한 이론적 연구에 관한 것인데, 이를 통해 한국미술사를 조명하는 시야가 넓어진 점이다. 더욱이 에카르트는 독일의 알베르트 그륀베델(Albert Grünwedel), 알베르트 폰 르콕(Albert von LeCoq) 등의 발굴 성과를 직접적으로 섭렵함으로써 고대 한국미술의 외래 영향과의 연관성을 단순히 동아시아권에 가두어 해석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둘째, 『조선미술사』가 담지하고 있는 500여점의 방대한 국내외 도판자료들이다. 저자 에카르트는 본래 동양의 언어학, 고전학, 철학 등을 연구한 인문학자였음에도 그의 미술사 연구의 방향은 철두철미 작품 자체에 의존하는 실증주의로 일관했던 진보적인 사관의 소유자였다. 그는 이 자료들의 수집을 위해 세계 굴지의 박물관들을 답파했고, 여러 박물관들과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다. 특히 건축물과 유적들 중에는 오늘날 더 이상 유존되지 않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사료적으로 매우 귀중한 것들이다.
셋째, 도자기를 포함한 공예품이 비중있게 다루어진 점이다. 미술에서 ‘마이너 아트’의 개념이 사실상 종식된 것은 20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활동했던 양식론자 알로이스 리글(Alois Riegl)에 의해서이다. 그는 공예품에 나타난 문양에 주목하면서 미술에서 공예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높였다. 이 책에서 공예품을 비중있게 다룬 것을 일제 강점기의 시대적 취향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근대적 시각의 작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에카르트의 한국미 인식
에카르트 미술사관의 또 한 가지 특성은 이 책의 결론을 「조선미술의 특질」이라는 항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종래의 미술사 서술과 크게 구별되는 점이다. 편년에 치중하는 고고학적 관점이라든가, 문헌을 중심으로 역사와의 결부에 주력하는 역사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미적 특성과 양식 국면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로 근대미술사의 단초를 여는 출발로 볼 수 있다.
그는 여기에서 한국미술의 특질을 ‘단순성’ 혹은 ‘간결성’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의하면 과장과 왜곡이 없는 상태를 ‘자연스러움’으로 인식할 수 있고, 이때의 자연스러움도 ‘평상시의 단순성’ 또는 ‘과욕이 없는 상태(Anspruchlosigkeit)’와 등가를 이룬다. 이렇게 본다면 이 단순성은 일면 ‘소박성(Schlichtheit)’과도 통하게 되고, 다른 일면 ‘단아(端雅)함’과도 연결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은 이 ‘소박성’이라는 것이 에카르트 자신의 새로운 창시적 개념이라는 사실이다. 에카르트에게 ‘소박성’은 미술의 모든 장르에 걸쳐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에카르트는 이 간결미와 소박미를 ‘고전적인 성격’이라고까지 끌어 올린다.
한편 에카르트는 서론 「조선미술」에서도 한국미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깔아 놓았다.

“과거 조선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들이 평균적으로 세련된 심미적 감각을 증명하고 있으며, 절제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동아시아 미술 분야에서 직접 조선미술 발달과정의 한 특징이 된다. …때때로 과장되거나 왜곡된 것이 많은 중국의 예술형식이나, 감정에 차 있거나 형식이 꽉 짜여진 일본의 미술과는 달리, 조선이 동아시아에 서 가장 아름다운, 더 적극적으로 말한다면 가장 고전적(古典的)이라고 할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단언해도 좋을 것이다. …결국 조선은 항상 아름다움에 대해 자연스러운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그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룰 때 그것을 고전적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그는 결론에서도 “과감한 추진력, 고전적인 선의 움직임, 단순하고 겸허한 형식언어, 그리스 미술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정적과 절도” 등을 조선미술의 특질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거의 동어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동류개념을 통해 ‘단순성’이 함의하는 바를 읽어낼 수 있다.
이 책의 번역은 그간 드물게도 안드레 에카르트의 미술사관에 관해 연구해 온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권영필 교수가 맡았는데, 처음 작업을 시작한 것이 1999년이었으니 근 4년 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셈이다. 권 교수는 우선 『조선미술사』가 집필되던 당시의 국제적 학문정세를 파악하는 것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는데, 실제 번역에서도 1929년 초판 발행되었던 독문본과 영문본 모두를 저본(底本)으로 했고, 1995년 번역 발행되었던 일문본도 도움자료로 삼는 등 번역에 완벽을 기했다. 또한 70여 년의 세월이 흐른 탓에 정보의 보완, 용어의 손질, 새로운 편년, 역주 설정 등의 작업을 포함시켜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최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우리 미술사의 고전(古典)이라 할 이 책 『에카르트의 조선미술사』가 이 분야의 연구자는 물론, 한국미술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미술학도들에게 우리 미술사 연구에 새로운 기반이 되어 주리라 확신하면서 이 책을 선보인다.

안드레 에카르트 (저자)

한국명 옥낙안(玉樂安). 독일 뮌헨 출신의 가톨릭 사제이자 미술사학자, 언어학자, 한국학자. 1909년 베네딕트 교단의 신부로 한국에 파견되어 20년 동안 거주하면서 선교 활동과 함께 경성제국대학 강사로 언어와 미술사를 가르쳤다. 1928년 독일로 돌아간 뒤 최초의 한국미술 통사인 <조선미술사>(1929)를 출간했으며, 이후 뮌헨 대학 등에서 한국학과의 교수직을 역임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의 문화에 대한 많은 저술을 남겼다. <조선어 문법>(1923), <중국, 그 역사와 문화>(1959), <일본, 그 역사와 문화>(1960), <한국, 그 역사와 문화>(1960), <한국의 음악, 가곡, 무용>(1968), <한국의 도자기>(1968) 등의 저술이 있다.

권영필 (역자)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쳐, 파리 3대학에서 미술사를 수학하고 쾰른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아시아학회와 한국미술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제5회 월간미술 대상 학술부문을 수상했다. 영남대학교, 고려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상지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실크로드 미술』(1997), 『미적 상상력과 미술사학』(2000), 『렌투스 양식의 미술』(2002), 『왕십리 바람이 실크로드로 분다』(2006)가 있고, 옮긴 책으로 『중앙아시아 회화』(1978), 『예술에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1979), 『에카르트의 조선미술사』(2003) 등이 있다.

한국미술을 세계미술로 본 최초의 저술 / 역자 해제
서문

서론 / 조선미술

제1부 건축
1. 총론
2. 가옥
3. 누각
4. 성벽, 문, 다리
5. 왕궁
6. 사당과 불교사원
7. 건축구조와 그 세부
8. 분묘구조
9. 석굴사원

제2부 조각과 불탑미술
1. 총론
2. 석탑
3. 다층탑
4. 금속탑
5. 기념탑
6. 불교묘비
7. 석등
8. 기념석비
9. 왕릉의 석상
10. 동물주제

제3부 불교조각
1. 총론
2. 불교 신계의 분류
붓다 / 관세음보살 / 보살 / 부차적 신들
3. 붓다
노솨나불·대일여래불 / 석가불 / 아미타불 / 약사여래불
4. 관세음보살
일반적 형식 / 천수관음 / 십일면관음 / 여의륜관음
5. 보살
미륵보살 / 감로보살 / 대세지보살
6. 붓다의 배치
7. 불교의 성령
8. 석굴암
9. 요약

제4부 회화
1. 총론
2. 고구려시대의 고분벽화
3. 고구려시대의 고분 장식
단일 모티프와 꽃 장식 / 선과 줄기 장식 / 모서리의 삼각 공포 부문 / 장미형, 원형 장식
4. 고구려 고분의 동물화
5. 고구려 고분의 인물화 및 성령화
6. 후대의 장식
7. 한자
8. 먹과 색채의 비종교적 회화
9. 종교화
불교회화 / 불교 이외의 종교미술
10. 의궤도와 목판조각

제5부 도자기
1. 총론
개관 / 재료분석
2. 기와
3. 장식전
4. 신라시대의 도자기
5. 고려시대의 도자기
고려자기 / 철회청자
6. 투조작품 : 인물상과 동물상
7. 분청사기 및 짙은 색 문양 자기
인화분청 / 귀얄 분청사기 / 짙은 색 문양 자기
8. 조선왕조시대의 조선 도자기 쇠퇴
9. 백자
소문 / 음각 / 양각
10. 조선 도자기가 일본에 미친 영향

제6부 도자기 이외의 수공예품
1. 총론
2. 돌, 동석 및 크리스털 작품
3. 청동 작품
4. 동경
5. 범종
6. 금은세공
7. 칠세공
8. 목조
9. 의복과 자수

결론 / 조선미술의 특질

참고문헌
안드레 에카르트 연보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 알브레흐트 허베
역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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