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겁 그리고 찰나

  • 신라를 담은 미술사학자의 사진수상
  • 강우방
  • B5 양장 2002년 1월 16일 288면 55,000원 컬러 흑백 233컷 978-89-301-1079-2
  • 예술일반, 한국 동양미술 단행본
    • 2002년 문예진흥원 우수예술도서
    • 2005년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

미술사학자 강우방이 지난 30여 년 간 촬영해 온 옛 미술품 사진 233컷을 담은 사진수상집. 여기에는 최근 오 년여 간 신라의 벌(伐), 능(陵), 탑(塔), 상(像)을 찍은 컬러사진과 1970년대에 찍은 흑백사진, 그리고 이들을 연구하고 촬영하면서 쌓아 온 미술사가의 원숙한 수상(隨想)이 함께 담겨 있다. 그는 미술사학자들에게 사진촬영은 대상 파악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록행위라고 강조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여기 실린 사진들에는 렌즈를 통한 유물의 해석이 담겨 있다 할 수 있다.

왕성한 연구와 활동, 그리고 보기드문 미문(美文)으로 이름난 미술사학자 강우방 교수가 지난 삼십여 년 간 촬영해 온 옛 미술품의 사진 233컷을 사진수상집 『영겁 그리고 찰나』에 담아냈다. 여기에는 최근 오 년여 간 신라의 벌(伐), 능(陵), 탑(塔), 상(像)을 찍은 컬러사진 190컷과 1970년대에 찍어 두었던 흑백사진 43컷, 그리고 이들을 연구하고 사진 촬영하면서 하나하나 쌓아 온 미술사가의 원숙한 수상(隨想)이 함께 담겨 있다.

왜 미술사학자의 사진집인가

“미술사학자에게 있어 사진 촬영은 논문, 작품의 스케치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기록행위이다. 이 세 가지 행위를 거쳐 미술사가는 본격적인 연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비로소 작품을 추체험(追體驗)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기록행위 중에서도 사진기록은 가장 강력한 대상 파악의 수단이다.”

삼십여 년 간 수천 점의 사진을 찍어 온 강우방 교수는, 이 책 『영겁 그리고 찰나』의 서두에서 미술사학자에게 있어서 사진 촬영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전문 사진작가들이 찍은 문화재 사진과는 엄밀히 다르며, 한 미술사학자의 사진을 통한 사물에 대한 해석(解釋), 즉 미술사 연구과정에서 신라의 자연과 예술을 렌즈를 통해 해석한 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진들에는, 자연 속에 아련히 보이는 예술작품 그들 사이의 풍경, 예술작품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그 디테일에서 빛으로 연출된 드라마를 포착하려는 양 극단의 앵글과 거리가 있다. 또한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논문집에서는 보기 힘든, 밝고 어두움의 대비가 뚜렷한 것들이어서, 양감(量感)이 강하고 생명력이 있으며, 원색적이고 야성적이며, 분방하고 꺼칠꺼칠한 우리 옛 작품의 특질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책에서, 전문 사진작가의 문화재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노련한 미술사가만이 포착할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의 본질과 마주치게 된다.

永劫의 세월을 이겨낸 불멸의 예술품, 그리고 刹那로서의 사진

“인간의 차원에서는 찰나(刹那)가 영겁(永劫)의 한 미세한 먼지와 같을지 모르지만, 아마도 크게 깨닫는다면 우리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 들면서 찰나를 영겁처럼 여기리라. 겁에서 찰나를, 찰나에서 겁을 느끼니, 영겁과 찰나는 불이(不二)다. 사진 찍는다는 것은 탄지(彈指)의 순간에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것, 영원 속에서 찰나를 붙드는 것, 찰나에 사물의 변화를 멈추게 하여 영원히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진마저 변한다. 허나 그때 절망감이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신비한 느낌, 불가사의한 기쁨을 느낀다. 영겁과 찰나는 상즉상입(相卽相入)하는 것. 혼연일체가 되는 불이(不二)의 상태를 사진에서 때때로 나는 느낀다.”

천 년 이천 년을 변함 없는 자태로 있는 신라의 벌, 무덤, 석탑, 석불 들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신라 천 년 그 이상의 영겁의 세월을 헤아리고, 나아가 크게 깨닫는다면 그 영겁의 세월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彈指)’ 찰나의 순간과 다르지 않음을 감지해낸다. 그리하여 무상(無常)한 세월과 불멸(不滅)의 예술품을 동시에 헤아리면서 이들을 사진이라는 기록매체로써 찰나의 순간에 고정시켜 둔 것이다. 무상한 세월 속에서, 미술사가로서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옛 작품의 매 순간순간을 끊임없이 붙들어 두려는 저자의 이러한 사진기록 행위는, 영원 불멸의 탑과 불상 들을 만들어내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이름 모를 신라 석공(石工)의 정신(魂) 그것에 다름 아니다.
이 책은 책 전체의 서문격인 「영겁 그리고 찰나」 와, 컬러사진을 담은 「벌(伐)」 「능(陵)」 「탑(塔)」 「상(像)」, 흑백사진을 담은 「무(無)」, 그리고 후기(後記)로서 「1970년대부터의, 옛 경주 시절의 회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외국인 독자들을 위해 책머리에 저자의 머리말을 영문으로 옮겨 놓았다.

강우방 (저자)

강우방(姜友邦)은 1941년 중국 만주 안동에서 태어났다. 1967년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같은 대학 고고인류학과에 학사편입하여 한 학기를 수료하고 중퇴했다. 일본 교토 국립박물관과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를 연수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과 학예사·학예연구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및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했다. 2000년 가을 삼십여 년 간 봉직하던 박물관을 떠나,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를 지내다 퇴직했고, 현재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여러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 『圓融과 調和』 『한국 불교의 사리장엄』 『美의 巡禮』 『한국 불교조각의 흐름』 『美術과 歷史 사이에서』 『法空과 莊嚴』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등이 있고, 공저로 『甘露幀』 『탑』이 있으며, 사진집 『엉겁 그리고 찰나』가 있다.

머리말

영겁 그리고 찰나: 이책을 여는 글
변화(易)의 세계
빛과 시간
오브제
사진과 미술사학
논문집과 사진

伐: 이천 년 역사의 숨결이 잠긴 들판
명활산에서
미탄사탑과 남산
망성산
선도산
우주의 중심에 선 첨성대

陵: 적멸의 무덤, 역사는 말이 없다
오릉
언덕 같은 무덤들
하나가 된 쌍분
대릉원 앞에서
진평왕릉
선도산에서 본 무열왕릉군
태종무열왕비
효소왕릉
성덕왕릉
원성왕릉
헌덕왕릉 소그드인
경덕왕릉
오류리릉
신월성
포석정 유상곡수

塔: 탑의 층수가 홀수이고 부도의 형태가 팔각원당인 까닭은
분황사탑의 금강역사
감은사탑
원원사탑
장항사탑
화엄사탑
황룡골 폐탑
용장곡 탑과 불상
망해사 부도
실상사 백장암
진전사 부도와 탑
연곡사 동부도

像: 조각과 회화
불곡 감실 불상
탑곡 마애불상들
선도산 삼존불의 아미타여래
군위삼존불
칠불암 항마촉지인 석가여래삼존불
삼릉계 불상들
굴불사 사면석불
석굴암 불상들
금강역사, 사천왕, 범천 제석천, 문수 보현보살
십일면관음보살과 십대제자
석가모니여래와 유마거사
미륵곡 석가여래좌상
미륵곡 마애여래좌상
영지 석불
고위산 열암곡 석가여래좌상

無: 환원의 세계

1970년대부터의, 옛 경주 시절의 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