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꽃 미술사학, 그 추체험의 방법론

한국미술의 관점으로 세계의 미술을 조명하려는 야심에서 비롯된 실천적 미술사 방법론. 저자는 이론의 틀 속에 넣어서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시대정신과 미의식을 체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러한 과정을 ‘추체험(追體驗) ’이라 부르고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미술작품을 추체험하는 단계에 이르는 여러 가지 실천적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모든 글은 내 체험의 소산(所産)으로 궁극적으로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한국미술의 관점에서 세계의 미술을 바라보려는 야심(野心)에서 비롯된 본격적인 방법론의 시도이다.”

실천적인 연구와 독자적인 해석으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강우방 교수가 삼십여 년 간 한국미술사를 연구해 오면서 한켠에 축적된 방법론을 『인문학의 꽃 미술사학, 그 추체험의 방법론』으로 담아냈다.
1930-40년대에 고유섭(高裕燮)은 사회사상적인 방법과 정신사적인 방법 등을 수용하여 한국의 미술사학을 본격적인 학문분야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미술사학을 인문학의 독립된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미흡한 점이 많았다. 즉, 한국 미술사학을 서양에서 확립된 미학·미술사 이론으로, 또는 역사학의 한 부분으로 다루려는 경향이 있었고, 작품 자체보다는 문헌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우리 나름의 방법론이 아닌 서양의 방법론으로 한국의 미술과 미술작품을 연구하는 것, 독자적인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미학이나 역사학 등의 한 부분으로 미술사를 연구하는 것, 미술작품 자체보다는 문헌에 의지해 연구하는 것 등에 대한 오랜 문제의식 끝에 이 책은 탄생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이 책은, 한국미술을 연구하면서 추출된 원리로 동양미술뿐만 아니라 서양미술을 조명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제시하고 있다.

“미술사학자는 미술의 여러 가지 표현방법 속에 숨겨진 비밀 기호를 해독하는 사람이다. 조형언어의 기호를 해독하여 문자언어로 전환시키면서, 미술사학자는 숨겨진 역사를 기술한다. 이것이 바로 미술사학이 인문학의 아름다운 꽃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술사학이 미학이나 역사학에 종속된 학문이 아니라 구체적 예술품을 학문으로 체계화하는 매우 독특하고 어려운 인문과학의 한 독자적 분야임을 확립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한 시대의 역사·종교·정치·사회·문화 등을 함축하고 있는 미술작품을 연구하는 미술사학이야말로 ‘인문학의 꽃’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접근방법도 서양의 방법론이나 이론이 아닌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방법론이어야 하며, 그러한 방법론은 한국미술뿐만 아니라 세계미술에도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끝에 저자는, 미술사학의 방법론이란 무엇보다도 미술작품 자체에 대한 올바른 관찰, 분석, 종합, 해석을 시도해 가는 동안 서서히 형성되는 것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보편적인 진리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보편적인 진리를 기반으로 하여 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 작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시대정신과 미의식(美意識), 예술가의 숨결, 심지어는 작품을 낳은 자연과 풍토 등을 느끼고 상상하며 체험하는 ‘추체험(追體驗)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추체험의 방법론’에 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이 책의 제5장 「미술사학의 연구조사방법」 중 pp.116-123의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가’ 참조)

“이 책은 이론에 관한 것이 아니요, 실천에 관한 것이다. 이론이 앞서는 것이 아니요, 실천하는 사이에 이론이 자연스럽게 짜이는 것이다. 이론의 틀 속에 넣어서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시대정신과 미의식(美意識)을 체험하는 것으로, 그러한 과정을 나는 ‘추체험(追體驗, Nacherlebnis)’이라 부른다.”

이 책은, 미술사학의 정의와 위상,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을 위한 사유, 예술과 진리의 관계 등 미술사학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쌓아야 할 기본적인 자세와 사유에서부터, 미술사학 연구대상의 설정과 연구조사방법, 미술사 논문 쓰는 법과 기획전시의 중요성 등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론, 그리고 ‘양식과 도상’의 문제, 한국미술의 보편적인 원리, 미술사학의 인문학적 위상 확립과 한국미술 전체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시론까지, 미술사학 방법론에 관한 모든 사항들을 다루고 있다.(이 책의 구성과 그 내용에 대해서는 pp.9-10 참조)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듯이 이 책은 이론에 관한 책이 아니라 실천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미술사학 방법론의 결론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출발점을 향한 이정표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대학의 미술사학 교육과정에서 올바른 연구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기를 제시하고 있으며, 미술사학이라는 학문에 매료되어 이 길을 선택한 학생들이 잘못된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감각을 회복하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이 책을 써낸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연구자의 성향에 따라 실천이 다르므로 고정된 방법론은 없다. 단지 그 원론(原論)과 삼십여 년 간의 연구과정에서 체득한 독자적인 추체험의 방법론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강우방 (저자)

강우방(姜友邦)은 1941년 중국 만주 안동에서 태어났다. 1967년 서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같은 대학 고고인류학과에 학사편입하여 한 학기를 수료하고 중퇴했다. 일본 교토 국립박물관과 도쿄 국립박물관에서 동양미술사를 연수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과 학예사·학예연구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및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했다. 2000년 가을 삼십여 년 간 봉직하던 박물관을 떠나,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를 지내다 퇴직했고, 현재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여러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하여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 『圓融과 調和』 『한국 불교의 사리장엄』 『美의 巡禮』 『한국 불교조각의 흐름』 『美術과 歷史 사이에서』 『法空과 莊嚴』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등이 있고, 공저로 『甘露幀』 『탑』이 있으며, 사진집 『엉겁 그리고 찰나』가 있다.

책 머리에

미술사학은 인문학의 꽃
미술사학이란 무엇인가
미술사학은 왜 인문학의 꽃인가
미술사학은 왜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가
세계미술사
인간학(人間學)으로서의 미술사학
미술사학 독자(獨自)의 방법론
정신사(精神史)로서의 미술사학

미술사학을 위한 몇 낱 사유(思惟)
상대(相對)의 탐구
고유요소와 외래요소의 융합
정경(正見)과 정사(正思)
영원(永遠)의 현재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체즉일(一切卽一)
풍토와 미술

진리와 예술
종교적 진리와 그 형상화
법공(法空)과 장엄(莊嚴)
불탑(佛塔)과 불상(佛像)
장엄과 상상력
진리와 예술

미술사학의 연구대상
미술사학 연구대상의 범주
유물과 작품
형식·양식·편년
조각의 재료와 기법
조각가와 개인양식
조각사(彫刻史)의 시대구분
능묘(陵墓)의 조각

미술사학의 연구조사방법
미술사 연구방법의 중요성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되는가
작품 조사의 기본, 관찰과 여러 가지 기록
장르에 따른 작품의 조사방법
일반미술과 종교미술의 구별은 불가하다

미술사 논문 쓰는 법
조형언어를 어떻게 문자언어로 바꾸는가
나열·짜깁기
표절, 공개된 표절
미술사 논문 쓰는 법
문장의 완성도
대중을 위한 글

기획전(企劃展)과 미술사학
기획전과 미술사학
박물관의 기능과 과제
박물관의 역사는 기획전의 역사
미술사는 명품으로 엮인다 – 전시평 1
선비의 빛깔 – 전시평 2
진품(진品)과 위작(僞作)

양식(樣式)과 도상(圖像)
미술작품 연구의 특수성
양식과 편년
도상과 신앙
양식과 도상의 관계
우리나라 독자의 방법론 모색

한국미술의 원리
한국조각의 원리
원융(圓融)과 조화(調和)
미술의 과도기 양식
교졸(巧拙)의 미학
불교와 예술표현의 자유
불상의 아름다움
불상의 사실적 표현과 이상적 표현
화신(化身)의 원리
미술사학 방법론과 한국미술 총론의 시론(試論)
인문과학으로서의 미술사학
한국미술사 총론

미술사가(美術史家)와 미술사학
탈바꿈의 원리
헬렌 켈러의 법안(法眼)과 법수(法手)
미술사가의 사명
나의 세번째 예술론
삶·예술 그리고 학문
백련사(白蓮寺) 다실(茶室)에서
아름다움과 인생
미술사학 교육의 기쁨과 슬픔
미술사학자의 행복
스승을 찾아서
잃어버린 고독을 찾아서
나의 저서 가로지르기
내 학문의 산실(産室), 국립박물관

부록 – 국립박물관 오십 년, 그 간추린 역사

Introduction – The History of Art as a Humanistic Discipline
책 끝에
수록문 출처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