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의 역사

  • 한국미술사 사전 1945-1961
  • 최열
  • B5 양장 2006년 7월 2일 920면 60,000원 89-301-0193-3
  • 예술일반, 한국 동양미술 단행본
    • 2007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 2007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 2008년 간행물 문화대상

1800-1961, 160년간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근현대미술 지도

“나는 이 책을 우리나라 근현대미술 지도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사실을 시대순으로 늘어놓는 그런 지도나 연표 만들기가 아니라,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그림지도 같은 것을 그리고 싶었다. 그 그림 안에는 사람과 사건도 보이고, 작업실 풍경과 교육기관,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람회 풍경은 물론, 숱한 이론가들이 모인 사상의 전당도 보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나는 의식의 지도를 그리고 싶었다. 시대의 움직임과 그에 대응하는 미술가의 의식, 집단의 활동과 흐름을 통해 가치있는 무엇인가를 추적하고자 했다.”

어떠한 학문분야를 막론하고 지나온 발자취에 대한 연구는 해당 시기의 문헌자료에 대한 철저한 실증을 최우선적이고 필요불가결한 과제로 삼아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미술사를 정리하고 해석, 비평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근현대미술사 연구는 작품론, 작가론 및 이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문헌자료에 대한 기초조사가 빈약한 조건에서 행한 해석이어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연구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객관성을 잃은 주관적 해석이 앞설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저자는 1990년대초부터 우리 근현대시기의 모든 미술 관련 문헌자료를 착실하게 조사해 나갔고, 이렇게 하나하나 쌓이는 자료에 대한 비평과 해석 작업을 병행했다. 15년간의 지난했던 자료 조사와 문헌 비평 및 해석, 그렇게 해서 맺어진 결실이 오늘 선보이는 두 권의 역저 『한국근대미술의 역사』와 『한국현대미술의 역사』이다.
무엇보다도, 이 두 권의 책은 우리 근현대시기의 모든 문헌자료에 대한 기초조사와 문헌비판 과정을 충실히 했다는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삼고 있다. 이는 지금껏 그 필요성은 인식했지만 어느 누구도 엄두내지 못한 방대한 작업이었는데, 저자는 이러한 작업에 15년이라는 세월을 아낌없이 바쳤고, 그 결과 우리 미술계는 1800년부터 1961년까지 160년간의 거대하고 세밀한 근현대미술 지도를 갖게 되었다. 첫번째 권 『한국근대미술의 역사』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19세기와,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시대에 집중된 연구였고, 두번째 권 『한국현대미술의 역사』는 좌익과 우익의 대립이 극심했던 해방공간, 육이오, 전후 이승만 정권, 4.19와 5.16 등 격동의 현대사에 할애되고 있다.

근현대시기의 모든 문헌을 망라한 완벽에 가까운 실증
이 두 권의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통설 또는 상식을 상당 부분 수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첫째 권 『한국근대미술의 역사』에서 저자는, 19세기 중엽의 화단 연구가 지금까지는 추사 김정희와 그의 예술관이 당시의 화단을 지배해 온 것으로 정리하고 있었으나, 당시 신감각파를 이끈 서화계의 영수 조희룡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그의 업적과 위치, 중요성 등을 새롭게 밝혀 놓았다. 또한 지금까지 서화협회는 고희동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새로운 자료와 해석을 통해 서화협회 주도세력을 오세창-안중식-이도영으로 바로잡아 체계화했다. 이 밖에도 이른바 ‘친일미술’에 관해서 1940년부터 ‘전시체제미술’이란 항목을 만들어 이미 알려진 사실은 물론, 새로운 사실을 발굴해 대폭 확장해 놓았고, 박물관·미술관·화랑의 발자취에 대해 처음으로 세밀한 정리를 해 놓았다.
한편 둘째 권 『한국현대미술의 역사』에서는 해방 이후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시대의 조명을 시작으로, 6.25 전쟁 중 미술계의 전모에 대해 밝히고 있으며, 전후 이승만 정권과 미술인들과의 밀착상, 4.19와 5.16을 전후로 한 미술인의 발언과 행적 등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 있다. 일례로, 1952년 정부가 제정 공포한 ‘문화보호법’은 훗날 대한민국예술원 설립의 근거가 되었으며, 고희동과 장발을 뿌리로 둔 미술계 파벌 형성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는데, 저자는 이러한 파벌싸움과 미술계 권력투쟁의 흐름까지 당시의 문헌자료를 통해 생동감있게 서술하고 있다. 두번째 권 『한국현대미술의 역사』의 특기할 만한 점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엄두내지 못했던 해방 이후의 미술비평 활동과 미술사상 흐름의 전모를 세세하게 밝혀 놓았다는 것인데, 이로써 오지호·구본웅·길진섭·김주경·박문원·윤희순·김용준·이경성·김영주·김병기·김영기 등의 미술이론과 사상의 전모가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다.

1년 단위로 미술관련 사실을 정리해 놓은 한국근현대미술사 사전
이 두 권의 책은 연대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미술 연구사상 누구도 취하지 않았던 이 방식은, 매 시기 미술계를 한눈에 헤아릴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더욱이 1919년부터 1961년까지 43년간은 한 해 단위로 “이론활동 / 산문 및 삽화 / 미술인 / 제작 / 단체 / 교육기관 / 행정기관 / 문화정책 / 미술관·박물관·화랑 / 문화재 / 전람회” 등의 틀로 세분했다. 또한 모든 항목을 상세하게 나눠 소제목을 붙임으로써 목차의 세부항목이 키워드 역할을 하도록 했다. 매 시기별로 모아 놓은 주석은 ‘한국 근현대미술 문헌 총목록’ 구실을 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이 책은 한국 근현대시기 미술사 사전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방대한 인명색인과 단체색인도 이러한 사전적 역할을 강화해 주는데, 낱말의 풀이나 용어의 해석으로 그치는 일차원적 사전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객관적 사실자료, 해석과 비평이 살아 숨쉬는 ‘한국근현대미술사 사전’으로서의 가치는 매우 큰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은 한국 근현대미술사학의 발전은 물론, 한국 미술사학의 모든 분야에 튼실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며, 근현대사의 면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서도 큰 의의가 있다. 15년간 원고지 20,000여 장에 쏟아낸 ‘실사구시의 징험 방법론’
저자는 이 두 권의 책을 써내는 데 15년의 세월을 아낌없이 바쳤다. 분량은 원고지 20,000장을 훌쩍 넘겼고, 19세기에서 시작된 그의 연구는 1961년까지로 일단락을 지었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현대미술의 역사』 말미에 「20세기 후반기 미술사 서술을 위하여」라는 글을 통해 1961년 이후 미술계의 대략적인 흐름과 이에 대한 연구 과제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1961년부터 1970년대 중엽까지를 첫번째 과제로 설정하고 그 수행을 후대 연구자에게 맡기면서, 그 연구과정은 “문헌자료를 요약하는 단순노동이 아니라 연구자의 관점을 적용하는 문헌비판 과정 및 당대를 구성하고 있는 온갖 시대사의 문제를 성찰하는 실사구시의 학문 과정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론을 저자는 ‘실사구시의 징험(徵驗) 방법론’이라 부른다. 조희룡·김정희·이유원·김석준이 추구한 실증과 해석의 전통을 대물림한 오세창은 문헌자료 비판을 꾀하여 대상을 선택함에 있어 스스로의 견해조차 배제할 만큼 실증에만 철저했고, 고유섭·김용준·윤희순 또한 실증과 해석을 조화롭게 추궁해 나갔는데,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이 바로 그 ‘징험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야말로 실증의 방법론이며 활동운화(活動運化)는 해석의 틀로서, 징험은 그 두 가지 모두를 아우르는 것인데,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서술하면서 해석과 주장에 앞서 실증을 꾀했고, 비평과 미술계 상황을 문헌자료를 통해 구성한 것이다.
결국 저자는 옛 선인들이 학문하는 자세와 태도에서 이끌어낸 연구방법론으로 이 책을 써낸 것이다. 그리하여 이 두 권의 책은, 이 시대 연구자들이 다시금 새겨 보아야 할 학문연구방법의 모범이 될 것이며, 이를 바탕삼아 제2, 제3의 연구가 잇따르기를 기대해 본다.

최열 (저자)

최열은 1956년생으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인물미술사학회 회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및 월간 가나아트 편집장, 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을 역임했으며, 정관김복진미술이론상, 석남이경성미술이론상, 정현웅기념사업회 운영위원, 그리고 국민대, 고려대, 서울대, 중앙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미술저작상, 간행물문화대상 저작상, 월간미술대상, 정현웅연구기금을 수상했으며, 저서로 『한국근대사회미술론』 『한국현대미술운동사』 『한국 만화의 역사』 『한국근대미술의 역사』 『한국현대미술의 역사』 『한국근대미술비평사』 『한국현대미술 비평사』 『한국근현대미술사학』 『민족미술의 이론과 실천』 『미술과 사회』 『화전(畵傳)』 『김복진—힘의 미학』 『권진규』 『박수근 평전』 『이중섭 평전』 『근대 수묵채색화 감상법』 『사군자 감상법』 『옛 그림 따라 걷는 서울길』 『옛 그림 따라 걷는 제주길』 등이 있다. 제주문화정보점자도서관에서 미술점자도서 『옛 그림 따라 걷는 제주길』을 번역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