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오탕

장자오탕(張照堂, 1943- )은 1950년부터 1985년까지 장제스와 국민당 정권의 정치적 탄압과 사상통제 아래서 활동한 타이완 2세대 사진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권력에 부합하는 보도사진이나 현실을 외면하는 살롱 사진으로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타이완 민중의 삶을 이야기해 왔다. 이러한 장자오탕의 사진은 타이완 암흑기의 공통된 기록이며, 그 기록은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초현실주의와 부조리극에 심취해 있던 암울한 청년기부터, 생명에 대한 포괄적 관용이 느껴지는 성숙기, 그리고 환상적 요소에 몰두하기 시작한 후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진에는 따뜻한 인문학적 질감과 차가운 예리함이 공존한다.

‘열화당 사진문고’ 서른번째 권 출간
2002년 12월 새롭게 선보이기 시작한 ‘열화당 사진문고’가 6년 만에 서른번째 권이 출간 되었다. 그 동안 국내 사진가는 물론, 미국과 유럽의 사진가들을 위시하여 일본, 우크라이나,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의 뛰어난 사진가들까지 소개함으로써 전 세계 사진예술의 작은 박물관이 되고자 했던 이 시리즈는, 타이완 사진의 일세대와 이세대로 대변되는 장차이(張才, 1916-1994)와 장자오탕(張照堂, 1943- )을 소개함으로써 30권에 이르렀다. 이후 출간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아시아 사진가편 역시 타이완 사진가편 기획의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들 나라의 사진가들은 같은 한자문화권 또는 불교문화권에 속해 있어서 유사한 역사적 배경과 감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서구 사진가의 시선을 통해 단편적으로 소개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자신의 눈으로 이들을 찾아내고 소개해야 할 때이며, 이에 ‘열화당 사진문고’는 그 첫걸음으로 타이완 사진가편 2권을 선보인다.

한국출판의 저자층을 국외로 확장시킨 실험적 출판
타이완 작가편 2권은, 이미 외국에서 출간된 책을 계약하여 번역출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 시리즈의 성격에 맞추어 작가 섭외부터 계약, 원고청탁, 번역까지 모두를 책임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쉽게 말해, 타이완 저자의 책을 중국어판 없이 한국어판으로 출간한 것이다. 출간을 위해 편집자가 타이완에 몇 차례 방문하여 작가와 필자를 섭외했고, 여러 달 동안 이메일로 의견교환을 하여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여러 차례의 수정, 보완 과정을 거쳐 원고를 완성시킨 후 번역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는 지금까지의 우리 출판 관행으로 비추어 볼 때 매우 드문 일일 뿐 아니라, 일반적인 기획출판의 몇 배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지난한 일이었다. 이 작은 2권의 문고본을 기획에 착수한 지 1년 10개월 만에 출간했다는 점에서도 작업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어려움을 무릅쓰고 실험적으로 진행한 새로운 출판방식을 통해, 서구의 선진 출판국들처럼 우리도 독자적인 기획에 의한 출판의 저자층을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지금까지 우리 출판은 양적으로만 성장해 왔고 번역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는데, 이번 출판으로 출판방식의 질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탄압 속에서 피어난 저항언어―타이완 이세대 사진가 장자오탕(張照堂)
타이완은 한국과 매우 유사한 근대사를 지니고 있다. 즉 1895년부터 1945년까지 51년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해방 후 국공내전(國共內戰)에서 패한 국민당 정권이 타이완으로 퇴각하면서 장제스(蔣介石)의 독재정치와 반공사상이 극에 달했다. 이 격변의 역사는 가볍고 작은 휴대용 카메라 라이카 A의 출시(1925), 『라이프』지 창간(1936)과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창립(1947)에 따른 현장 보도사진 열풍 등 세계 사진계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도 이같은 새로운 사진기술이 점차 흘러들어 오게 된다. 이때 ‘삼인의 사진 검객(攝影三劍客)’ 장차이(張才), 덩난광(鄧南光), 리밍다오(李鳴雕)로 대표되는 타이완의 일세대 사진가들은 귀중하고 방대한 사진자료를 후세에 남기게 되는데, 비슷한 역사적 굴곡 속에서 그들에 비해 사진의 기록적 가치를 풍부하게 지켜내지 못한 한국 초기사진가들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게 될 만큼, 이들의 기록은 놀랍고도 소중하다.
그럼 이들 타이완 일세대 사진가들의 뒤를 이어 이세대 사진가들은 어떤 정치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사진적 변모를 이루어냈을까. 1950년부터 1985년 중반에 이르기까지 삼십여 년 동안은 장제스와 국민당 정권의 정치적 탄압과 사상 통제의 시대로, 이 시기가 바로 타이완 이세대 사진가들의 활동 시기에 해당한다. 그 중 한 사람인 장자오탕(張照堂, 1943- )은 1958년 처음으로 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이래 지금까지, 권력에 부합하는 보도사진이나 현실을 외면하는 살롱 사진으로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타이완 민중의 삶을 이야기해 온 사진가다. 그가 사진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던 1960년대의 타이완은 농민과 노동자의 빈곤한 생활 모습 등 현실에 관련된 소재는 금기시되고, 정치현실을 반영한 예술형식은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었다. 당시 독재자였던 장제스의 업적을 기리거나 반공사상을 고취하는 내용, 대륙 탈환을 꿈꾸는 내용만이 허용되었기에, 타이완의 작가들은 자연풍경이나 정물 등의 소재를 대상으로 하거나, 현실을 직접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추상주의, 각종 형식주의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1960년대부터 타이완 사회에 유입되기 시작한 서구 모더니즘 사조와 예술방식을 습득, 그 기법을 사진에 교묘하게 적용해 강압에 대응하는 언어로 이용했고, 그럼으로써 비교적 안전하게 검열을 피해(정부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으므로) 시대적 정서와 고민을 표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드러나기 시작한 그의 1960년대 초반의 냉혹한 초현실주의풍 사진들에서는 무거운 압박이 느껴지는 시각적 긴장감과 함께, 부조리극적인 요소, 관점을 이탈한, 심지어 잔혹하기까지 한 미학을 엿볼 수 있다.
1960년대의 초기사진 이후 장자오탕의 작품세계는 제2기인 1970년부터 1985년까지, 그리고 제3기인 1986년부터 2005년까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970년대의 타이완은 정치, 사상의 통제는 여전히 엄격했지만, 독재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현실사회 재인식, 그리고 본토 문화에 대한 열망 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추어 장자오탕의 사진도 일변하게 되는데, 이 시기 그의 사진은 개인 또는 사회의 정신적 고뇌를 추상적으로 재현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타이완 사회의 문제를 좀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이후 제3기의 사진은 다시 한번 변모하여, 생명에 대한 폭넓은 관용과 자유, 그리고 기이하고 추상적이며 허와 실을 판단하기 모호한, 장자오탕 특유의 시선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현실에 맞닿은 삶과 작품
장자오탕의 사진은 타이완 암흑기의 공통된 기록이며, 이러한 기록은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초현실주의와 부조리극에 심취해 있던 암울한 청년기부터, 생명에 대한 포괄적 관용이 느껴지는 성숙기, 그리고 환상적 요소에 몰두하기 시작한 후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진에는 따뜻한 인문학적 질감과 차가운 예리함이 공존한다. 한편, 그의 작품 소재는 모두 현실생활에서 기인하지만 어떤 작품도 사건이나 현상 자체를 직접 묘사하거나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깊은 은유와 전환, 침전, 연상을 통해 마침내 고통과 아이러니 그리고 잔혹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진평론가 궈리신(郭力昕)은, 장자오탕의 사진예술이 여전히 사진의 근본적 개념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하면서, 바로 이 점이 ‘그의 작품에 사실성과 순수성을 더해 주며, 동시에 억지스럽거나 작위적인 느낌을 덜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세계에 열성적으로 몰두하면서도 몸은 늘 현실세계에 뿌리내리고 있음으로써, 작가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자세와 작품이 서로 모순되지 않고 일직선상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장자오탕의 사진은 지난 10월 31일 열린 ’2008년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특별전 「숨겨진 4인전」에 소개되기도 했다.

장자오탕 (저자)

장자오탕(張照堂, 1943- )은 탄압과 구속이 횡행하던 1960년대부터 거의 반세기 동안 타이완의 현실을 이야기해 온 사진가로, 서구 모더니즘을 타이완 사회에 교묘하게 적용해 억압된 현실에 저항하는 효과적인 언어로 이용했다. 지극히 일상적인 현실에서 비롯된 그의 이미지들은 깊은 은유와 전환, 연상작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집으로 『장자오탕』(2008) 등이 있다.

궈리신 (작가론·사진설명)

궈리신(郭力昕, 1956- )은 사진평론가로, 현재 타이완 대학 매스미디어학부 교수로 있다. 저서로 『글로 보는 사진: 사진에 내포된 텍스트와 문화(書寫攝影: 相片的文本與文化)』 『텔레비전 비평과 매스컴 관찰(電視批評與媒體觀察)』 등이 있다. 『장자오탕』의 작가론과 사진설명을 썼다.

한정선 (역자)

한정선(韓貞善, 1973- )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중번역을 전공하고, 현재 타이완 밍촨대학(銘傳大學) 응용중문과 박사과정에 있다. 『장자오탕』 『장차이』 『사페이』 『좡쉐번』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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