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 Embracing Evening
  • 강운구 이문재
  • B5 반양장 2008년 9월 20일 224면 30,000원 흑백 111컷 978-89-301-0339-8
  • 사진·영상, 사진집

사진작가 강운구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최근까지 우리 땅 곳곳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 111점을 일곱번째 사진집 <저녁에>에 담았다. '흙과 땅', '연속 사진', '그림자'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머리에 이문재 시인의 서문을 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녁에 볼 수 있는 일상 풍경들을 포착했다.

<저녁에>에 실린 대부분의 사진은 땅에 근거하고 있다. 땅의 감수성, 땅의 언어를 시각화한 것이다. 대표사진으로 꼽는 '소금창고의 염부꾼'외에도 '어떤 벽보' '신식 광배(光背)' '디지털 시대' 등의 시퀀스 사진들에 연륜과 감성으로 무르녹은 노대가의 시각언어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내수(內需) 전용 사진가

호흡이 긴, 더는 눌러담을 수 없어 넘칠 때에라야 마지못해 작품을 선보이는 사진가. 세월과 더불어 더욱 깊어져 가고, 이제는 외면을 넘어서 내면 깊숙이로 들어가는 사진가. 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사진가. 사실 사진가 강운구(姜運求 1941- )의 이름에 따라다니는 이러한 수식어들이 이제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의 사진이 그를, 그의 작업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작가는 스스로를 ‘내수(內需) 전용 사진가’라고 짧고 굵게 표현한다.
강운구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최근까지 십 년 남짓한 기간 동안 ‘내수 전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 땅 곳곳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 111점을 자신의 일곱번째 사진집 <저녁에>에 담았다. 사진집은’흙과 땅’ ‘연속 사진’ ‘그림자’이렇게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책머리에 시인 이문재(李文宰)의 서문이 실려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포착한 것은 저녁에 볼 수 있는 일상 풍경들인데, 더욱 깊어진 노대가의 시선이 잡아낸 저녁은 깊고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흙과 땅에 찍힌 ‘인간’의 자국

“강운구의 카메라가 논이나 밭에 선명하게 찍힌 인간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은, ‘땅/지구’를 함부로 수단화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고발로 보인다. 산업자본주의 문명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인간의 두 발과 맨땅 사이를 단절시킨 문명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맨땅을 밟을 수가 없다. …나는 강운구의 ‘흙과 땅’에서 ‘인간/몸’의 발자국을 본다. 그 발자국은 지구의 맨살을 밟는 ‘농부/노동’의 흔적이다. 이제 지구의 맨살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인간은 농부밖에 없다. 현대인은 지구를 떠나 버렸다.” ―이문재의 서문 「발견과 공유」 중에서

강운구의 사진은 땅에 예민하다. 그래서인지 <저녁에>에 실린 대부분의 사진 역시 땅에 근거하고 있다. 땅의 감수성, 땅의 언어를 시각화한 것이다. 그런데 그 땅은 병들어 있다. 원인은 땅보다 먼저 인간이 병들었기 때문이다. 강운구는 “시각언어란 다만 표현 방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역사의식, 현실인식, 거기에 한 작가의 해석 같은 게 녹아들어 가 있는 영상을 시각언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역사의식과 현실인식은 바로 ‘땅’에 맞닿아 있다. 2001년 사진집 <마을 삼부작>의 출간과 더불어 열린 전시를 통해 알려졌듯이, 그는 1970년대 개발독재의 강압과 부추김 아래 병들어 가는 우리의 땅, 우리의 보금자리, 우리의 삶을 기록한 바 있었고, <저녁에>에 실린 흙과 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강운구가 포착한, 논이나 밭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 그것도 신발이나 장화를 싣지 않은 맨발 자국을 앞으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문재 시인의 말대로 우리는 ‘땅/대지/지구’와 철저하게 분리되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운구 사진의 새로운 아이콘 ‘염부꾼’

“연탄배달부는 오전의 얼굴이다. 청년의 얼굴이다. 사회적인 얼굴이다. 용대리 농부의 얼굴은 한낮의 얼굴, 장년의 얼굴이다. 그러나 사회적 얼굴이 아니라 자연 앞에 선 인간의 얼굴, 흙과 땅에 발 딛고 선 인간의 얼굴이다. 염부꾼의 얼굴은 오전과 오후의 얼굴이 녹아들어 있는 저녁의 얼굴이다. 노인의 얼굴이다. 염부꾼의 얼굴은 이 문명의 마지막을 꿰뚫어 보는 ‘성자’의 얼굴인 동시에, 강운구의 사진 즉 사회적 풍경의 ‘내면’이다.” ―이문재의 서문 「발견과 공유」 중에서

강운구가 1973년 서울 안국동에서 찍은 ‘연탄배달부’와 1978년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찍은 ‘농부’는 그의 대표적인 사진들이다. 두 얼굴도 그렇거니와, 두 손가락이 잘려나간 채 담배를 피우는 연탄배달부의 손과, 논바닥 갈라지듯 갈라지고 터진 농부의 검은 손은 너무나도 강렬한 것이었다. 이 사진집에는 강운구 사진의 새로운 아이콘이라 부를 만한, 앞의 두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얼굴이 실려 있는데, 바로 안면도 소금창고의 염부(鹽夫)다.(pp.105-109)
사진집 서문에서 이문재 시인은 연탄배달부를 ‘근대화 초입에서, 독재 권력의 그늘에서 힘겨워하는 도시 기층민의 초상’으로, 용대리 농부를 “근대화의 외곽에서 ‘아직까지’ 땅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농경공동체의 마지막 얼굴”로 보면서, 염부꾼에 대해서는 ‘연탄배달부의 ‘분노/적의’와 용대리 농부의 생에 대한 ‘긍정/자부심’이 다 녹아들어 간 ‘연민’의 얼굴’이라 표현하고 있다. 과연 1970년대의 혈기 넘치는 청년 사진가가 아닌, 연륜과 감성으로 무르녹은 2000년대 노대가의 시선이 잡아낸 얼굴답다.
염부꾼 외에도 <어떤 벽보> <신식 광배(光背)> <디지털 시대> 등의 시퀀스 사진들에는 하나같이 작가 특유의 시각언어가 녹아 있어, 사진을 들여다보는 우리들에게 많은 말들을 쏟아 놓고 있다.

이 책에 실린 흑백사진들은 ‘셀라늄 착색하여 영구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이고, 사진집 출간과 더불어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강운구 개인전 「저녁에」를 오는 9월 27일 오픈하여 12월 6일까지 갖는다.

강운구 (저자)

강운구(姜運求, 1941- )는 문경에서 태어나 경북대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조선일보』 사진기자로 삼 년간 일하다가, 뉴스보다는 잡지의 기획된 사진이 작가로서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그만두고, 사진의 이론과 역사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작가로서의 길을 가늠해 나가기 시작했다. 1970년 동아일보사 출판국 사진부에 들어가 일했으나, 1975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에 가담하여 농성하던 중 해직되었다. 1983년부터 『샘이깊은물』에서 사진편집위원과 프리랜서 사진가로 일했으며, 이때 한국 잡지사상 최장기간인 십 년 동안 「이 마을 이 식구」라는 제목으로 글과 사진을 연재했다. 인하대 미술교육과, 중앙대 사진학과, 중앙대 예술대학원, 숙명여대 대학원 등에서 사진을 가르치기도 했으며, 1983년 이후로는 제한된 전람회장의 벽면보다는 잡지나 책의 지면에 더 비중을 두며 현재까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강운구는 1960년대 이후 개발독재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국면들을 끊임없이 기록해 왔으며, 외국 사진이론의 잣대를 걷어내고 우리의 시각언어로써 포토저널리즘과 작가주의적 영상을 개척하여 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사진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연 또는 필연」(1994, 학고재), 「모든 앙금」(1997, 학고재), 「마을 삼부작」(2001, 금호미술관), 「저녁에」(2008, 한미사진미술관) 등 네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사진집으로 『내설악 너와집』(1978), 『경주남산』(1987), 『우연 또는 필연』(1994), 『모든 앙금』(1997), 『마을 삼부작』(2001), 『강운구』(2004), 『저녁에』(2008), 『오래된 풍경』(2011) 등이 있다. 사진산문집으로 『시간의 빛』(2004), 『자연기행』(2008)이 있고, 저서로는 『강운구 사진론』(2010)이 있으며, 공저로 『사진과 함께 읽는 삼국유사』(1999), 『능으로 가는 길』(2000), 『한국 악기』(2001) 등이 있다.

이문재 (글쓴이)

이문재(李文宰)는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마음의 오지』(1999),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2004), 『산책시편』(2007), 『지금 여기가 맨 앞』(2014)이 있다.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9 서문 발견과 공유 이문재
18 Preface Discovery and Sharing Lee Moon-jae

1
27 문경 2007. Mungyeong, Gyeongsangbuk-do
29 예천 2007. Yecheon, Gyeongsangbuk-do.
31 상주 2008. Sangju, Gyeongsangbuk-do.
30 상주 2008. Sangju, Gyeongsangbuk-do.
32 고창 2007. Gochang, Jeollabuk-do.
33 고창 2007. Gochang, Jeollabuk-do.
35 고창 2007. Gochang, Jeollabuk-do.
37 정읍 2007. Jeongeup, Jeollabuk-do.
39 김제 2008. Gimje, Jeollabuk-do.
41 영광 2005. Yeonggwang, Jeollanam-do.
43 남원 2006. Namwon, Jeollabuk-do.
45 정읍 2007. Jeongeup, Jeollabuk-do.
46 정읍 2007. Jeongeup, Jeollabuk-do.
47 정읍 2007. Jeongeup, Jeollabuk-do.
48 정읍 2007. Jeongeup, Jeollabuk-do.
49 진주 2008. Jinju, Gyeongsangnam-do.
50 남해 2007. Namhae, Gyeongsangnam-do.
51 남해 2007. Namhae, Gyeongsangnam-do.
53 남해 2007. Namhae, Gyeongsangnam-do.
55 남해 2007. Namhae, Gyeongsangnam-do.
56 남해 2007. Namhae, Gyeongsangnam-do.
57 남해 2007. Namhae, Gyeongsangnam-do.
59 괴산 2008. Goesan, Chungcheongbuk-do.
61 괴산 2008. Goesan, Chungcheongbuk-do.
63 남해 2007. Namhae, Gyeongsangnam-do.
65 순창 2008. Sunchang, Jeollabuk-do.
67 거제 2008. Geoje, Gyeongsangnam-do.
69 문경 2007. Mungyeong, Gyeongsangbuk-do.
70 울진 2007. Uljin, Gyeongsangbuk-do.
71 울진 2007. Uljin, Gyeongsangbuk-do.
73 남해 1995. Namhae, Gyeongsangnam-do.
74 평창 2005. Pyeongchang, Gangwon-do.
75 평창 2005. Pyeongchang, Gangwon-do.
77 양양 1999. Yangyang, Gangwon-do.
79 담양 1998. Damyang, Jeollanam-do.
81 담양 1998. Damyang, Jeollanam-do.

2
84 <디지털 시대> 강릉 2003. The Digital Era, Gangneung, Gangwon-do.
88 <신식 광배> 나주 2002. Modern Halo, Naju, Jeollanam-do.
94 <어떤 벽보> 신안 도초도 A Poster, Dochodo, Sinan, Jeollanam-do.
102 <초여름> 경주 2006. Early Summer, Gyeongju, Gyeongsangbuk-do.
104 <소금창고의 ‘염부꾼’> 태안 안면도 2002. The Salt Worker, Anmyeondo, Taean, Chungcheongnam-do.
110 <산철쭉 1> 양평 2002. Azalea I, Yangpyeong, Gyeonggi-do.
111 <산철쭉 2> 양평 2002. Azalea II, Yangpyeong, Gyeonggi-do.
112 <땅 위> 서울 2002. On The Ground, Seoul.
118 <오래된 난초> 정읍 2003. An Aged Orchid, Jeongeup, Jeollabuk-do.
125 <공든 탑이…> 속초 2003. A Solidly Built Pagoda, Sokcho, Gangwon-do.
128 <스스로 누운 돌부처> 승주 2005. A Stone Buddha who lied down by himself, Seungju, Suncheon, Jeollanam-do.
132 <솔잎> 남원 2006. Pine Needles, Namwon, Jeollabuk-do.
134 <어떤 무덤> 영광 2003. A Tomb, Yeonggwang, Jeollanam-do.
138 <낙엽> 진도 2002. Fallen Leaves, Jindo, Jeollanam-do.
146 <느티나무> 남해 2003. Zelkova, Namhae, Gyeongsangnam-do.
148 <솔> 합천 2003. Pine Tree, Hapcheon, Gyeongsangnam-do.
150 <길과 돌> 양평 2001. Road and Stones, Yangpyeong, Gyeonggi-do.

3
167 상주 2007. Sangju, Gyeongsangbuk-do.
169 승주 2004. Seungju, Suncheon, Jeollanam-do.
171 성주 2008. Seongju, Gyeongsangbuk-do.
173 상주 2007. Sangju, Gyeongsangbuk-do.
175 안동 2007. Andong, Gyeongsangbuk-do.
177 성주 2008. Seongju, Gyeongsangbuk-do.
179 거창 2008. Geochang, Gyeongsangnam-do.
181 안동 2007. Andong, Gyeongsangbuk-do.
183 봉화 2007. Bonghwa, Gyeongsangbuk-do.
185 봉화 2007. Bonghwa, Gyeongsangbuk-do.
187 승주 2004. Seungju, Suncheon, Jeollanam-do.
189 승주 2004. Seungju, Suncheon, Jeollanam-do.
191 성주 2008. Seongju, Gyeongsangbuk-do.
193 정읍 2003. Jeongeup, Jeollabuk-do.
195 포천 2004. Pocheon, Gyeonggi-do.
197 합천 2008. Hapcheon, Gyeongsangnam-do.
199 경주 2004. Gyeongju, Gyeongsangbuk-do.
201 서울 2007. Seoul.
203 서울 2008. Seoul.
205 울진 2007. Uljin, Gyeongsangbuk-do.
207 제주 2005. Jeju, Jeju-do.
209 승주 2004. Seungju, Suncheon, Jeollanam-do.
211 승주 2005. Seungju, Suncheon, Jeollanam-do.
213 강진 1999. Gangjin, Jeollanam-do.
215 김천 2007. Gincheon, Gyeongsangbuk-do.
217 하동 2007. Hadong, Gyeongsangnam-do.
219 청양 2008. Cheongyang, Chungcheongnam-do.
221 고창 2007. Gochang, Jeollabuk-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