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로 읽는 우리 영화 삼십 년

한국영화자료 수집가 양해남이 1950년부터 1980년까지 30년간의 한국영화포스터 2,000여 점을 책으로 엮었다. 그 동안 수집가로서 매체를 통해 간간이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그 실체가 전면적으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영화마다 ‘영화제목’ ‘제작연도’ ‘영화사’ ‘감독’ ‘각본’ ‘촬영’ ‘출연’ ‘선전문구’순으로 해당 포스터의 기록을 그대로 옮겼는데, 여기에는 새로운 정보뿐만 아니라 기존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 줄 정보도 많다. 이 포스터들은 우리 영화사 자료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소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숨어 있던 2,000여 점의 한국영화포스터 공개
우리 영화계를 들썩이게 할 대규모 컬렉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실체는 1950년부터 1980년까지의 한국영화포스터 2,000여 점. 이 중 1,000여 점이 유일본이며, 그 이상의 수가 해당 영화 필름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자료다. 이 엄청난 컬렉션의 주인공은 한국영화자료 수집가 양해남(梁海南, 1965- ). 그 동안 수집가로서 매체를 통해 간간이 소개된 적은 있었지만, 그 실체가 전면적으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지금까지 몇몇 정규포스터나 전단지 형태의 영화선전물들이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이 책에 실린 포스터들은 모두 해당 영화의 정규포스터들이며, 지금까지 공개된 정규포스터들도 그 대부분이 양해남 컬렉션의 일부가 대여, 카피된 것들이었다. 더불어 이 책에 실린 대형포스터들은 더욱 희소가치가 높은 귀중한 자료들이다. 일반 포스터(약 50×70cm)의 2-4배에 이르는 크기의 대형포스터들은 영화사에서 특별제작한 개봉관용으로 추정되는데, 홍보매체가 부족했던 시절 이러한 대형포스터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우리 영화계는 다른 분야와는 달리 자료의 보존이 잘 되지 않아, 영화필름은 말할 것도 없고 스틸사진이나 포스터도 구해 보기 힘든 상황이며, 심지어는 광고 전단지마저 소중한 자료로 취급되어 온 게 현실이다. 영화사 연구를 위한 1차사료가 사실상 태부족인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열화당에서는 지난 1997년에 『자료로 본 한국 영화사』 1·2(열화당 미술문고 503·504)와 1998년에 『궁핍한 시대의 희망, 영화』(열화당 미술문고 505)를 선보여 우리 영화사 관련 자료를 한층 풍성하게 한 바 있었는데, 이번에 1950년부터 30년간의 영화포스터 2,000여 점을 『포스터로 읽는 우리 영화 삼십 년』으로 묶어 선보인다.

1950년대―눈을 끈 리메이크작 〈검사와 여선생〉
이 책에 실린 1950년대 영화포스터는 〈바다의 정열〉(1950), 〈과부의 눈물〉(1955), 〈자유부인〉(1956), 〈천지유정〉(1957), 〈돈〉(1958), 〈오! 내 고향〉(1959) 등 161점에 이른다. 이는 해당연대의 총 영화제작 편수 219편의 70퍼센트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중 눈을 끄는 것은 1958년에 제작된 윤대룡 감독의 〈검사와 여선생〉이다. 우수 국산영화에 대한 보상 특혜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운명의 손〉(1954, 한형모 감독)이라는 영화에서 윤인자와 처음 키스신을 시도하여 장안에 화제를 모았던 이향과, 새롭게 김근자 등을 캐스팅해 만든 이 작품은, 1948년 같은 감독인 윤대룡에 의해 먼저 무성영화로 만들어졌었다. 하지만 먼저 만든 무성판은 잘 보존된 대신 나중에 나온 발성판 필름은 남아 있지 않다. 게다가 관련 기록까지 부실했었는데, 다행히도 이 영화포스터 한 장이 남아 그 존재를 환기시켜 주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미망인〉이라는 영화로 알려져 있었던 한국 최초의 여감독 박남옥의 작품 제목이 실제로는 〈과부의 눈물〉(1955)이었음도 밝혀졌다.(포스터에 ‘일명 미망인’이라고 표기되어 있어 원제는 〈과부의 눈물〉이었고, ‘미망인’은 ‘일명’이었음이 확인되었다) 한편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박시춘이 1958년에 〈삼등호텔〉 〈딸 칠형제〉 등 두 편의 영화를 제작했다는 이색적인 사실도 포스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1960년대―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은곰상 수상에 빛나는 〈마부〉
1960년대 영화포스터로는 〈철조망〉(1960), 〈에밀레종〉(1961), 〈밤에 찾아온 여인〉(1962), 〈성난 능금〉(1963), 〈혈맥〉(1963), 〈잉여인간〉(1964), 〈흑맥〉(1965),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푸른 별 아래 잠들게 하라〉(1965), 〈역마〉(1967), 〈너의 이름은 여자〉(1969) 등 1,000여 점에 이르며, 이 시기에 제작된 1,503편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포스터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수량이 거의 없다시피한 점을 감안하면, 게다가 태반의 영화필름이 존재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우리 영화의 새로운 발굴’이라 할 수 있다.이 시기의 포스터 중 눈에 띄는 것은 단연 강대진 감독의 1961년작 〈마부〉로, 이 영화는 1961년 제1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의 거장 장 뤽 고다르의 〈여자는 여자다〉와 함께 특별은곰상(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파격적인 스토리 설정, 카메라 워크, 삽입음악 등으로 60년대 젊은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김기덕 감독의 〈맨발의 청춘〉(1964), 개봉 당시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어 버린 김수용 감독의 최대 흥행작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당시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첩보물이었던 〈스타베리 김〉(1966), 우리나라 최초의 장편만화영화인 신동헌 감독(만화가 신동우 화백의 친형)의 〈홍길동〉(1967), 한국영화사상 속편이 가장 많이 만들어진 정소영 감독의 멜로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1968), 아역스타 김정훈의 영원한 별명이 된 이규웅 감독의 〈꼬마신랑〉(1970) 등이 이 시대를 장식하고 있다.
1970년대의 포스터들 역시 풍성하기 그지없다. 1972년에 톱스타 신성일이 만든 〈연애교실〉 〈어느 사랑의 이야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등 세 편이 모두 실려 있으며, 〈임자 없는 나룻배〉(1932)로 유명한 이규환 감독이 어렵게 말년에 만든 유작 〈배따라기〉(1973)는 두말할 것 없고,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아래서의 정치사회 현상을 엿볼 수 있는 〈아내들의 행진〉(1974, 임권택 감독),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이만희 감독), 〈태백산맥〉(1975, 권영순 감독), 〈잔류 첩자〉(1975, 김시헌 감독)와 같은 새마을, 반공 소재의 국책영화 포스터들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주제가 너무 어둡다는 이유로 국내 유력 영화제에서 소외되었던 유현목 감독의 〈분례기〉(1971), 유현목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주목을 받은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 요절한 학구파 감독 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1975) 등이 빛을 발하고 있다.

8편의 〈춘향전〉이 한자리에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 동안 14편에 걸쳐 영화화된 바 있는 〈춘향전〉의 절반이 넘는 8편의 포스터가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점이다. 한국영화의 중흥을 이끈 조미령의 〈춘향전〉(1955, 이규환 감독), 고유미의 〈춘향전〉(1958, 안종화 감독), 김지미의 〈춘향전〉(1961, 홍성기 감독), 최은희의 〈성춘향〉(1961, 신상옥 감독), 서양희의 〈한양에 온 성춘향〉(1963, 이동훈 감독), 문희의 70밀리 영화 〈춘향전〉(1968, 이성구 감독), 홍세미의 〈춘향〉(1968, 김수용 감독), 장미희의 〈성춘향전〉(1976, 박태원 감독) 등이 그 모습들이다. 이 중 절반가량은 필름이 사라졌다. 그래서 포스터의 존재가 값지다.이 외에도 이 책에는 〈놀부와 흥부〉(1950), 〈청춘극장〉(1959),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로맨스 그레이〉(1963),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빨간 마후라〉(1964), 〈산불〉(1967), 〈사격장의 아이들〉(1967), 〈장군의 수염〉(1968), 〈독짓는 늙은이〉(1969), 〈소나기〉(1978), 〈바람 불어 좋은 날〉(1980) 등 수많은 흘러간 명화 포스터들로 빼곡하다.

근 20년간의 결실이 ‘한국영화포스터 사전’으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영화포스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영화, 산업, 출판, 인쇄, 디자인 등 전문 분야는 물론 우리의 생활사 전반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포스터들을 통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분석, 자료화의 의미는 크다. 나는 이 책으로 이와 같이 진지한 소통의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밑바탕이 되고자 한다. 영화 연구자, 생활사 연구자를 비롯하여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관점의 해석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여기 빛나고 있는 한국영화포스터들은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양해남, 「한 장의 영화포스터로 꿈꾸는 새로운 만남」이 책의 엮은이 양해남이 한국영화포스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989년부터이다. 햇수로 19년 만에 2,000여 점을 모았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엄청난 결실인데, 그 동안 있었던 수집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말한다면 책 한 권 분량일 거라 한다. 그런 그가 포스터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 바로 이 책 『포스터로 읽는 우리 영화 삼십 년』을 통해서인데, 그는 이 모든 자료들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 영화사를 더욱 풍성하게 할 영화사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포스터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 그리고 지난 시대를 규명해내는 생활사 연구자들까지, 이 포스터 한 점 한 점을 통해 우리의 문화사가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한국영화사 연구의 귀중한 1차사료
이 책은 영화평론가 김종원의 서문에 해당하는 「사료적 가치 살린 방대한 수집의 집념」, 그리고 ‘1950-1960’ ‘1961-1970’ ‘1971-1980’ 세 파트로 나눠 시대순으로 영화포스터가 수록돼 있는 본문, 양해남의 후기 「한 장의 영화포스터로 꿈꾸는 새로운 만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귀중한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 책은 ‘사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태어났다. 해당 영화마다 ‘영화제목’ ‘제작연도’ ‘영화사’ ‘감독’ ‘각본’ ‘촬영’ ‘출연’ ‘선전문구’ 순으로 해당 포스터의 기록을 그대로 옮겼는데, 여기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정보뿐만 아니라 기존의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 줄 정보도 많다. 또한 ‘영화’ ‘영화인’ ‘영화사’ 별로 작성한 25페이지에 달하는 ‘찾아보기’는 이 책의 사전 기능을 한층 높여 줄 것이며, 앞으로 한국영화사 연구의 1차사료로서 큰 몫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해남 (저자)

1965년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으며, 이곳에서 시를 쓰는 모임인 「좌도시(左道詩)」의 동인으로 20여 년째 활동해왔다. 자연과 사람을 담는 사진작업도 꾸준히 하여 네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몇 편의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으며, 현재는 오디오 전문잡지 「하이파이저널」에서 재즈와 월드뮤직 평론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공간의 발견>, <우리 동네 사람들> 등의 사진집이 있고, 엮은 책으로 <포스터로 읽는 우리 영화 삼십 년 – 1950-1980 한국영화포스터 사전>이 있다.

사료적 가치 살린 방대한 수집의 집념 – 김종원

1950-1960
1961-1970
1971-1980

한 장의 영화포스터로 꿈꾸는 새로운 만남 – 양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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