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모더니티

현대 영상 이미지학의 대가, 자크 오몽이 ‘모더니티’와 ‘동시대성’이라는 두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한다. 자크 오몽은 현대의 영화 미학, 영화 산업에서 어쩌면 제대로 질문도 해 보지 않은 채 답이 되어 버린 질문들, 즉 ‘영화는 예술인가’ ‘영화는 동시대적인 것인가’ ‘무엇과 더불어 진정으로 모던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왜, 언제, 어디까지 진정으로 모던했는가’ 등과 같은 물음들을 되묻고 있다.

현대 영상 이미지학의 대가, 자크 오몽이 제기한 영화와 모더니티
오랫동안 현대 영상학 분야에서 독특한 시선으로 자신의 이미지학을 개진시켜 온 영화학자이자, 구조주의 몰락 이후 가장 주목받는 영화평론가 중 한 사람인 자크 오몽(Jacques Aumont, 1942- ). 그가 영화를 향해 ‘모더니티’와 ‘동시대성’이라는 두 문제를 전면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이 책에는 프랑스 68혁명 직전부터 현재까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더불어 프랑스 및 세계 영화계의 커다란 조류를 그대로 목격하고 비판·성찰해 온 살아 있는 노장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몽의 문제제기는 평생을 몸담은 영상학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과 조망이면서,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하는 현대 영화들의 미학적 실험과 정치적 사유에 대한 애정과 놀라움,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한 영화의 지위와 가치에 대한 도발적인 자기 확인인 셈이다.
이미 20세기 현대 예술사가나 비평가들에 의해 ‘모던의 종말’이 예고되었고, 포스트모던, 포스트포스트모던까지 도래한 오늘날, 그는 모던이라는 케케묵고 성가시고 불명료한 개념을 영화사로 옮겨와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현대의 영화 미학, 영화 산업에서 어쩌면 제대로 질문도 해 보지 않은 채 답이 되어 버린 질문들, 즉 ‘영화는 예술인가’ ‘영화는 동시대적인 것인가’ ‘무엇과 더불어 진정으로 모던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왜, 언제, 어디까지 진정으로 모던했는가’ 등과 같은 물음들을 그는 되묻고 있는 것이다.
영화사(映畵史)의 원시시대라 할 19세기말부터, 초기 형성기인 1910-20년대의 무성영화 및 발성기 영화들, 1920-30년대의 영화적 아방가르드 미학이 보여준 성공과 실패, 할리우드 시스템의 등장, 로셀리니와 자크 리베트의 시선을 거친 60년대의 누벨바그를 비롯해, 68혁명 이후 허구적 내용과 시각적 형식 사이에서 고뇌하다 70년대 해방의 담론에 억눌린 시기, 그리고 1981년 모던의 종말이 공표된 때부터 ‘초(sur)-’와 죽음, 상실, 종말로 이어지는 현재까지, 오몽은 모더니티의 개념으로 영화사의 흐름을 차근차근 살피고 있다. 그는 총 아홉 부분으로 나누어 이러한 사유를 전개하고 있는데, 오늘날 영화는 모던의 문제를 통해 예술이 되었고, 무엇보다 이 문제와 더불어 가장 독특한 예술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즉 영화는 항상 모던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체성과 문제제기를 통해 모던을 생성해 나감으로써, 끊임없는 자기 존재 증명의 역사를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속된 방식으로, 가장 사유를 자극하는 예술
자크 오몽은 이미지가 아닌 속도의 모더니티를 문제 삼게 한, 지가 베르토프의 <카메라를 든 사나이>를 일종의 ‘영화 선언문’으로 간주했고, 오손 웰스의 <시민 케인>의 출현이 바로 영화가 고유의 문법을 갖게 된 시점이라고 본다. 아스트뤽이 영상이라는 문자로 모든 현실과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카메라-만년필’론을 이야기했듯이, 비로소 이때 영화는 (앙드레 바쟁의 주장대로) 문학과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오몽은 또한 자크 리베트가 쓴 로셀리니 영화에 관한 글을 통해 영화적 모더니티의 선언문적 성격을 읽어낸다. 그리하여 웰스와 로셀리니가 보여 준 모더니티와 동시대성의 차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의 문제제기를 통해 도출된 모더니티의 역사의식, 반성성, 취향의 상대성 등을 살핀다. 기술적 과학적 모더니티와 이데올로기적 미학적 모더니티가 충돌하면서, 세기말의 놀라운 발명품이기는 하지만 항상 그 유용성과 불확실함을 의심받던 시네마토그래프를 뛰어넘어, 비로소 영화는 점점 사유하는 역사적 모더니티의 전환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1930년대 할리우드 시스템과 산업으로서의 제도가 보여 주는 영화적 상황과의 모순 역시 놓치지 않는다. 고다르의 말처럼, 가장 예술적이지 않은, 가장 개인적이지 않은, 무엇보다 가장 산업적인 영역에서도 예술과 예술가의 창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영화는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오몽은, 민중의 천박한 오락거리나 저잣거리의 스펙터클이라는 부정적 비판으로부터 벗어나, 사유하는 이미지를 보여 주는 진정한 예술 작품으로서 재평가받기까지, 영화는 항상 자신의 자리에서 시험당해 온 실험의 산물이었으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속된 방식으로, 가장 사유를 자극하는 발명품으로서, 가장 독특한 가치를 지닌 모던한 예술이 되었음을 피력한다. 이 전 과정을 총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영화가 지닌 고유한 속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날 모더니티와 동시대성이 영화에서 어떻게 문제제기되어 나타날 수 있을지 예고한다. 끊임없이 생성 중인 영화적 가치에 주목하는 이 노장의 애정 어린 시선은, 이제 회화, 조각, 비디오아트, 디지털 매체 등과 조우한 영화의 동시대성과 제2의 모더니티의 가능성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영화의 모던에 대한 갱신을 문제 삼고 있다.

이미지의 형상 분석을 통해 살펴보는 영화의 가치
여기에는, 자크 오몽의 제자이자 이 책을 옮긴 한국의 젊은 영화학자 이정하 교수가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직접 저자를 만나 취재한, 오몽의 영화론에 대한 상세한 인터뷰가 별도의 장으로 실려 있다. 그리하여 오몽의 삶과 긴밀히 연관된 프랑스 영화사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단편적이지만 극적으로 함께 펼쳐진다. 더군다나 예술로서의 영화의 역사적 상황에 대해 성찰했던 카이에 뒤 시네마 학파와 더불어 오랜 시간 함께 사유해 온 그를 만나는 이러한 시도는, 현대 영화이론의 변천사와 질곡 자체를 역사적 구체성 속에서 조망해 볼 수 있게 한다. 현재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인 ‘이미지의 형상 분석’에 대해 고민하는 그의 문제의식은, 시각적 사유를 촉발하는 이미지가 지닌 생성의 힘, 영화적 가치를 동시에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자크 오몽 (저자)

프랑스 이공계 그랑제콜인 에콜 폴리테크닉을 졸업하고, 파리 제1대학에서 에이젠슈테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로 활동했고, 『시네마테크』 『시네마』 등 여러 잡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0년 현재 파리 제3대학과 고등사회과학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몽타주 에이젠슈테인Montage Eisenstein』(1978), 『끝없는 시선L’Œil interminable』(1989, 2007), 『이미지L’image』(1990), 『영화의 얼굴Du visage au cinema』(1992), 『색채 입문: 담론에서 이미지로L’introduction a la couleur: des discours aux images』(1994), 『영화는 무엇에 대해 사유하는가 a quoi pensent les films』(1996), 『현재의 미학De l’esthetique au present』(1998), 『영화감독들의 이론Les theories des cineastes』(2002), 『이미지의 질료Matiere d’images』(2005, 2009), 『영화와 미장센Le cinema et la mise en scene』(2006) 등이 있으며, 공저로 『영화 미학L’esthetique du film』(1983), 『영화 분석L’analyse des films』(1988) 등이 있다.

이정하 (역자)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한국 뉴웨이브의 정치적 기억』(2007),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2008) 등이 있고, 역서로 『시네마 2: 시간-이미지』(2005), 『시각 저 끝 너머의 예술』(2008), 『들뢰즈와 예술』(2009)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감사의 말

영화와 모더니티

자크 오몽과의 인터뷰-‘시각적 사고’의 창조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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