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놀이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 서양의 놀이 연구가 스튜어트 컬린에 의해 씌어진 책으로, 우리 고유의 놀이들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소개하고 있다. 우리 놀이문화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놀이문화를 가르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이버 세대의 놀이문화
요즘 세대들이 즐겨 하는 ‘놀이’는, 스타크래프트·디아블로·리니지·라그나로크 등 낯선 외래어들이다. 사실 ‘스타’나 ‘디아’쯤은 아예 생활 속에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낯선 단어들은 아닐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삼사십대까지 너나 할 것 없이 피시방이나 게임방이라는 어둠컴컴한 공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 우리 놀이문화의 현주소이다. 피시·온라인 게임을 넘어 모바일·비디오·아케이드 게임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고, 액션·슈팅·격투기·전략시뮬레이션·호러·어드벤처·롤플레잉 게임 등 장르도 무궁무진하다.
이렇듯 외래 게임들이 판을 치고 있는 지금, 윷놀이·팽이치기·제기차기·연날리기 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고리타분하고 구닥다리라고 치부해 버릴지 몰라도,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에 서양의 한 놀이 연구가에 의해 씌어진 『한국의 놀이』라는 이 책은 우리 고유의 놀이들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소개하고 있어, 민족의 명절 ‘설’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놀이문화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떠한 놀이문화를 가르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번 ‘설’에는 아이들과 함께 세계적인 놀이 ‘윷놀이’를 해 보자
명절 때마다 즐겨 하는 놀이인 ‘윷놀이’에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윷놀이가 전 세계 수많은 놀이들의 원형이라는, 특히 판 위에서 주사위를 가지고 하는 모든 놀이들의 원형이라는 말을 들어 본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책 『한국의 놀이』의 저자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은, 힌두 게임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이 십자형이 있는 윷판의 확장된 형태임을, 그리고 여기서 발전된 놀이가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무사시(八道行成)임을 놀이의 방식이나 판의 형상 등을 들어 밝히고 있다. 또한 저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된 윷판(p.138)의 형상이 중국의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전투에서 스물여덟 명의 기마병들이 항우를 보호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그 윷판의 각 지점에 씌어진 한자(漢字)가 당시의 고사를 전해 주는 송시(訟詩)를 이루고 있음을 설명함으로써 ‘윷놀이’의 기원이 3세기경으로 거슬러올라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19세기말 정월이면 시장에서 팔리던 『척성법(擲成法)』이라는 책의 「척사점(擲柶占)」이라고 명기된 장(章)에 윷을 던져 나온 결과에 따라 조합된 예순네 개의 점괘가 있다는 사실과, 중국의 고전인 『역경(易經)』의 육십사괘(六十四卦)를 구성하는 끊어지지 않은 효(爻)와 끊어진 효들이 각각 윷의 양면을 나타내고, 이 육효의 조합이 여섯 개의 윷가락을 사용한 증거임을 언급함으로써 윷놀이가 고대 점술에서 기원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윷놀이와 관련된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고 다시금 놀이를 해 보면, 지금껏 ‘단순한 민속놀이’로 여겼던 윷놀이가 심오한 이치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세계 여러 놀이들의 원형이라는 자부심마저 생기게 할 것이다.

기산 풍속도와 중국·일본의 놀이까지
1895년 500부 한정본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유사한 중국·일본의 놀이와 비교하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말 그대로 우리 고유의 놀이 95가지를 중국과 일본의 유사한 놀이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동아시아 삼국의 놀이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비교민속학 자료로서 매우 유용하다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그 명성은 알려져 있지만 그림을 보기가 쉽지 않았던 ‘기산(箕山) 풍속도’가 22점이나 실려 있고, 그 외에도 한·중·일 삼국의 놀이와 관련된 자료도판 151컷이 제공돼 있으니, 여러 모로 귀중한 자료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윷놀이 외에도 장기나 바둑의 우주적 원리나 놀이방식의 과학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나, 한국의 놀이카드(투전)에 새겨진 문양이 화살의 깃털 모양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 등, 놀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한 스라미·죽방울·무등(燈)·거미줄채·유객주(留客珠) 등 이제는 잊혀져 버린 놀이들이 옛 선인들이 하던 방법 그대로 소개돼 있으며, 골패(骨牌)·꼬리붙이기·오관(五關)·동당(화투놀이)·산통(算筒)과 같은 도박놀이까지 소개되어 있어, 우리 놀이의 원형을 보전하기 위한 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바른 놀이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놀이 연구가 임재해(林在海)에 의하면, 놀이란 “인간의 생존과 관련이 있는 활동과 ‘일’에 해당되는 활동을 제외한 신체적·정신적 활동의 모든 것”을 말한다. 이렇듯 포괄적인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놀이는 역사적으로도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끊임없이 행해졌고, 그 흔적들이 현재 우리 문화 곳곳에 스며 있다. 요한 호이징가(Johan Huizinga)가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모든 문화가 놀이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대해 세세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실로 한 나라 한 시대 문화의 척도가 놀이문화를 통해 측정된다고 할 수 있겠는데, 현재 우리 놀이문화의 양상은 본래의 것들은 사라져 찾아볼 수도 없을뿐더러 현대 기계 메커니즘에 의한 게임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하여 우리 삶과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이 담긴 우리 고유의 놀이문화가 멍들어 가고 그에 따라 우리의 정신마저 피폐해져 가는 지금, 잊혀졌던, 아니 사라져 버려 그 존재마저 지워졌던 고유의 것들을 되새기게 하고 환기시키는 이 책 『한국의 놀이』는, 우리 놀이문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스튜어트 컬린 (저자)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 1858-1929)은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펜실베이니아에서 성장해 미국 인류학회 편집위원, 미국 민속학회 창립회원으로 활동했다. 1892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고고학 및 고생물학 박물관 관장이 되었고, 1903년부터는 브루클린 박물관 민족학과의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컬린은 다른 문화에서 파생된 놀이들이 얼마나 유사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에 주력했으며, 주사위놀이, 거리놀이, 이탈리아 마리오네트, 중국 도박 게임 그리고 아프리카 만칼라 게임 들을 주제로한 많은 논문들을 썼으며, 저서로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놀이(Games of the North American Indians)』(1907)가 있다.

윤광봉 (역자)

윤광봉(尹光鳳)은 1947년 서울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영어교육과에서 희곡을 전공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연희시 연구」(1985)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후에 문학과 민속학 그리고 연극을 아우르는 작업을 계속했으며, 제주대, 대전대 교수를 거쳐 일본 히로시마대학에서 정년을 하고, 현재 히로시마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한국연희시연구』(1985), 『한국의 연희』(1992), 『유랑예인과 꼭두각시놀음』(1994), 『조선 후기의 연희』(1997), 『일본의 신도와 카구라』(2009) 등이, 역서로 『한국의 놀이』(2003)가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해제-스튜어트 컬린의 놀이의식-윤광봉
머리말

서론

1.탈등 : 장난감과 등
2.눈미륵:눈사람
3.각시놀음:인형놀이
4.그림자놀이
5.연
6.연얼리기:연싸움
7.얼렁질
8.소꿉질하기:소꿉장난
9.광대:중타기꾼 장난감
10.도르라기:팔랑개비
11.스라미:붕붕
12.죽방울
13.팽이
14.매암돌기
15.딱총
16.나귀
17.무등(燈)
18.실뜨기
19.거미줄채
20.유객주(留客珠)
21.말농질하기:죽마(竹馬)놀이
22.양반놀음:말타기
23.헹가래질치기
24.양금질:깨금발놀이
25.뜀뛰기:줄뛰어넘기놀이
26.뛰어넘기
27.줄넘기
28.널뛰기
29.추천 또는 그네
30.줄다리기
31.씨름
32.택견
33.제기차기
34.물택견:물장치기놀이
35.성싸움:둑싸움
36.주먹치기:주먹싸움
37.수벽치기:손뼉치기
38.몇개
39.송장찾기
40.반지찾기놀이
41.묻고찾기
42.능견난사(能見難思)
43.숨바꼭질
44.순라잡기:술래잡기
45.순라밥
46.숫자세기:다리세기놀이
47.까막잡기:판수놀이
48.꼬도롱깽
49.오랑캐꽃치기:풀싸움놀이
50.풀치기
51.엿치기
52.앵두치기
53.능금치기
54.감치기
55.살구치기
56.차모이치기
57.조개싸움
58.공치기:장(杖)치기
59.탱자던지기
60.공기놀이
61.시치기:쇠치기
62.돈치기
63.팔매치기
64.편싸움
65.편사하기:활쏘기놀이
66.짝박기:신발쏘기
67.방통이:투호(投壺)놀이
68.윷놀이
69.종경도(從卿圖)
70.주사위
71.쌍륙(雙六)
72.장기
73.바둑
74.우물고누
75.네밭고누
76.오밭고누
77.육밭고누
78.곤질고누
79.골패(骨牌)
80.호패(號牌)
81.짝맞추기
82.꼬리붙이기
83.골예세
84.용패(龍牌)
85.거북패
86.신수점(身數占)
87.오관(五關)
88.투전(鬪餞)
89.엿방망이
90.동당
91.산통(算筒)
92.수수께끼
93.자(字)맞힘
94.골모덤하기
95,초중종(初中終)놀이

역자후기
참고문헌
스튜어트 컬린의 논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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