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

한국에는 비취빛이 영롱한 고려청자(高麗靑瓷)와 순백의 미를 자랑하는 백자(白瓷), 담백하고 자유분방한 분청사기(粉靑沙器)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품으로서 아름답고 고운 도자기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한켠에는 민초들의 삶 속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한국인 특유의 발효음식과 함께 생활용기의 역할을 해 온 옹기(甕器)가 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역사만큼, 삶을 영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고 가꾸어 왔던 옹기의 문화는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소박한 신앙을 그대로 품어 간직하고 있다. 장독, 쌀독, 물독, 젓갈독 등을 통해 고유의 음식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가 하면, 동이·장군·시루 등에서는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고, 연적, 필통, 화로, 요강 등 방 안의 생활상이 들어오는가 하면, 굴뚝의 연통과 연가에서는 옛 가옥의 건축미를 느끼게 해주며, 성주단지·조상단지·터줏가리·조왕중발·칠성 등은 여인들의 소박하지만 절실했던 신앙을 짐작케 한다. 또한 흙으로 만들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그 자연친화적 특성과 서민들의 응어리진 삶을 자유분방하게 표출해낸 문양 등, 옹기는 삶의 지혜와 신앙 그리고 예술이 담긴 우리 기층문화의 중요한 유산이다.

기층민들이 창조한 문화의 기록 ‘한국기층문화의 탐구’ 시리즈
우리의 옛 삶과 어우러져 형성, 전승된 기층민중들의 문화는 그들의 부침과 함께 스스로 분명하고도 가치있는 흔적을 남겨 왔으며, 직간접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뤄 왔다. 하지만 이러한 대부분의 기층문화유산들은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그에 합당한 가치와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채 아쉽게도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으며, 서구화와 근대화가 만능으로 인정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그 가치와 의미는 폄하되고 배제되어 온 게 사실이다. ‘한국기층문화의 탐구’ 시리즈는,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 더 정확하게는 사라져 가는 것들, 특히 한 시대를 노동 속에서 창조한 기층민들의 삶의 숨결과 흔적들을 실체를 지닌 문화생산물로 평가하고 판단할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숱하게 많은 문화유산 가운데 생활과 정서 면에서 민중들과 가장 많은 공감과 일체감을 가져 왔던 것들, 그리고 더 이상 미루어서는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유산들에 주목하여,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 호랑이』 『장승』 『한국무신도』 『초가』 『조선땅 마을지킴이』 『마을숲』 『한국의 나무꼭두』 『우리의 원형을 찾는다』 『한국의 놀이』 등 9권의 책이 발간되었으며, 이제 그 열번째 권인 『옹기』를 선보인다.

수많은 삶의 요소가 담긴 우리 문화의 매개체, 옹기
한국의 도자기 문화에서 고려청자, 조선백자, 분청사기 등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면, 그 한켠에서는 일상적 삶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등 한국인 특유의 발효음식과 함께 생활용기의 역할을 해 온 ‘옹기(甕器)’가 존재해 왔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역사만큼, 삶을 영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고 가꾸어 왔던 옹기의 문화는 선조들의 삶의 지혜와 소박한 신앙을 그대로 품어 간직하고 있다. 장독·쌀독·물독·젓갈독 등을 통해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가 하면, 동이·장군·시루 등에서는 일상생활의 단면을 엿볼 수 있고, 굴뚝의 연통과 연가는 옛 가옥의 건축미를 느끼게 해주며, 성주단지·조상단지·터줏가리·조왕중발·칠성 등은 여인들의 소박하지만 절실했던 신앙을 짐작케 한다. 이렇듯 옹기는 단지 하나의 그릇으로서만이 아니라, 수많은 삶의 요소들을 담고 있는 문화적 매개체였던 것이다.

30여 년 간 촬영한 전국 방방곡곡의 옹기가 한자리에
이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옹기,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과 가치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왔고, 그 동안 체계적인 정리나 연구작업도 미진했던 게 사실이다. 이 책은,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35년여에 걸쳐 전국을 누비며 우리 삶 속에 놓인 옹기의 풍경을 기록한 사진가 황헌만의 사진 150여 컷과, 옹기에 대한 그간의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씌어진 이영자(옹기민속박물관 관장)의 글 「숨쉬는 항아리, 옹기」와 배도식(민속학자)의 글 「옹기와 한국인의 삶」을 통해, 옹기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기획된 책이다. 사진은, 생활사적 측면을 보여주는 ‘옹기가 놓인 삶의 풍경’(59컷, 사진설명 이영자), 민간신앙의 측면을 보여주는 ‘민간신앙에 나타난 집지킴이, 옹기’(43컷, 사진설명 배도식), 옹기의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독 짓는 풍경 옹기를 굽다’(51컷, 사진설명 이영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옹기와 함께 우리의 옛 삶의 모습을 정감있게 보여주는 사진들과 이에 덧붙여진 짤막한 사진설명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다 보면, 요즘 세대들에게 낯설어 보일 수도 있는 옹기의 세계에 어느덧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 한편 이 사진들에는 경기,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특색있는 옹기의 모습이 나타나 있으며, 완도나 위도 등 멀리 섬마을의 옹기와 그와 관련된 민속의 모습도 담고 있다. 끝으로 경기도 여주의 ‘오부자가마’에서 촬영된 옹기 제작과정은, 언젠가는 그 맥이 끊길지도 모르는,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해 옹기를 제작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이후 전통적인 옹기 제작과정에 대한 기술적 지침으로도 유용할 것이다.
흔히 간과하기 쉬운 우리 주변의 기층문화유산들은 어쩌면 사라져 가는 것들의 대열 한 끝에 안타깝게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살아 숨쉬는 존재일 수 없는 만큼,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함께 해 왔던 독립적인 문화적 실체로서 온당하게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정리와 기록 작업이 절실하며, 나아가 정당한 의미 부여와 가치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 『옹기』는 우리 문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하나의 유산으로 정리 기록된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많은 이들의 의식도 풍요로워지길 바란다.

황헌만 (저자)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년잡지 ‘어깨동무’와 ‘소년중앙’에서 사진작가로 일했습니다. 현재 사진 작업실 ‘M2’를 운영하며, 사라져 가는 우리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집으로 『장승』『초가』『조선땅 마을지킴이』『한국의 세시풍속』『도산서원』『퇴로리지』『옹기』『하회마을』『임진강』 등이 있고, 사진동화로 『민들레의 꿈』『민들레 일기』『내 이름은 민들레』『아주 작은 생명 이야기』『섬서구메뚜기의 모험』『날아라, 재두루미』 등이 있습니다.

이영자 (글쓴이)

1945년생으로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를 수료했다. 세계 도자기 엑스포 2001 경기도 ‘옹기’전의 커미셔너로 활동했으며, ‘쭈글이옹기·빼뚤이민화’(2004), ‘옛 옹기 그리고 지금은’(2005), ‘필름 속에서 꺼낸 항아리’(2005) 등 다수의 옹기 관련 전시를 기획했다. 2006년 현재 옹기민속박물관 관장, 인천광역시 문화재전문위원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옹기나들이>, <옹기문양>이 있으며, <옹기와의 대화>(정병락 유저, 1997)을 펴내기도 했다.

배도식 (글쓴이)

1942년생으로 동아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향토문화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경상남도 민속자료집>, <세시풍속>, <한국세시풍속사전>의 집필위원을 역임했고, 2006년 현재 부산광역시 문화재전문위원으로 있다. 한국 민속학 관계 연구논문 120여편을 발표했으며, 지은 책으로 <한국민속의 현장>, <한국민속의 원형>, <음 그래 그 이야기 말이지>, <좌수영 어방놀이> 등이 있다.

옹기가 놓인 삶의 풍경
민간신앙에 나타난 집지킴이, 옹기
독 짓는 풍경―옹기를 굽다

A Summary: Onggi, Breathing Korean Pottery

숨쉬는 항아리, 옹기 /이영자
옹기와 한국인의 삶 /배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