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극장의 역사

  • 우리 옛 극장의 기원, 그리고 그 정체성을 찾아서
  • 신선희
  • B5 변형 반양장 2006년 5월 1일 320면 35,000원 컬러 흑백 187컷 89-301-0185-1
  • 한국전통문화, 한국전통문화 단행본
    • 2007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 2007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한국에 과연 극장사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한국적 양식의 극장공간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지금까지 한국사에서 괄호 안에 묶여 있던 '극장'의 연원을 추적하는 보기 드문 연수서로, 고대의 제의에서부터 삼국시대의 의례, 고려시대의 연등회와 팔관회, 조선시대의 궁중의례를 연극적 텍스트로 읽어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이는 중국·일본·인도의 동양극장과 그리스·로마 등 서양극장의 비교를 통해 현대 한국연극 및 한국극장의 정체성 찾기로 이어진다. 저자는 고대의 제의와 축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연극적 상상력을 통해 사료의 빈약함과 사적 유물 중심의 고고학적 시선을 극복해내고, 현대 극장예술에서 요구되는 창조적 영감의 원천을 역사로부터 끌어내어 새로운 체계로 제시한다.

최초로 씌어지는 한국극장의 역사
한국에 과연 극장사(劇場史)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오늘날 한국적 양식의 극장공간이란 무엇인가. 아울러 우리가 아는 근대 이후만이 한국 연극사의 전부이며, 프로시니엄 무대의 성소(聖所)처럼 사방이 막힌 오늘날의 극장만이 과연 극장인가.
이 책은 현 국립극장 극장장 신선희(辛仙姬)가 지금까지 한국사에서 괄호 안에 묶여 있던 ‘극장’의 연원을 추적하는 보기 드문 연구서로, 이십여 년 동안 연극 현장에 있던 저자의 끈질긴 연구와 연극적 상상력이 빚어낸 갈증의 산물이다. 저자는 그 동안 한국사에서 민속학·역사학·고고학적 연구에 길들여진 고대의 자료와 유물 및 유적지에서 제의와 축제를 가능케 한 ‘연극성’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행한 장소로서의 극장, 그리고 그 안의 유희적 체계를 보여주는 공간연출의 원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적(史的)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인도·그리스 등 동서양 극장과의 비교를 통해 동시대적 극장성에 대한 미학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 연극사의 온전한 지형도를 찾기 위해, 그 동안 사료의 빈약함을 이유로 어느 누구도 체계적인 연구에 대한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고대극장의 존재 여부와 그 형식 및 내용에 대해 새롭고 체계적인 해부학적 조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연극적 텍스트로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수많은 단서들을 발견할 것이다.

고대 제천의례에서 조선조 궁중의례까지
이 책은 고대의 제의에서부터 삼국시대의 의례악, 고려시대의 연등회와 팔관회, 조선시대의 궁중의례를 관통하는 제의성과 축제성에 기반한 한국극장예술에 대한 탐구서이다. 저자는 문헌기록의 사적(史的) 연구, 시·무가·향가 등의 국문학적 연구, 고분벽화와 여러 유물 및 유적의 미술사적 연구, 사원과 궁궐의 건축학적 연구, 그리고 그 밖의 음악·무용·가요의 연구를 종합해 의례공간의 운영을 형상화하는 한편, 그 원리와 사상을 극장예술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고대의 제천의례에서는 국사학 및 국문학 자료를 토대로 고분벽화와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의례 행위를 스케치하고, 제의가 행해진 제천단(祭天壇)과 자연공간의 제장(祭場)에서 연극적 무대로서의 인상을 이끌어낸다. 삼국시대에서는 중국·중앙아시아·서역 등을 통해 유입된 여러 악기와 놀이에 의해 생겨난, 백희(百戱)와 가면무로 구성된 신라 오기(五伎)와 동물가장놀이인 용봉상마차선(龍鳳象馬車船)을 중심으로 의례악에 나타난 공간연출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핀다. 고려시대에서는 연등회가 열린 사찰(寺刹)과, 백성들과 더불어 팔관회를 열던 궁궐의 구정(毬庭)에 주목한다.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 군신과 백성 간의 신분계급이 모호해지고 우주적 신화적 교감을 나누게 되는 축제행사에 나타난 반실내 반야외 공간의 특수성과, 그와 궤를 같이하는 시대별 신앙과 사상의 맥을 함께 짚어내고 있다. 조선시대에서는 유교적 교리에 따른 예악사상과 그 이념을 고스란히 반영한 궁중의례의 공간연출 원리를 분석하고, 나례(儺禮)에서 자연공간의 신화적 장치물인 산대(山臺)의 유동성에 대해 피력한다.
이처럼 무(巫)·불(彿)·유(儒)의 종교사상에 기반한 의례로부터 나온 한국극장의 전통은 자연공간의 신화적 제의성에서 출발했다. 다시 말해 자연이 의례의 대상이 되어 자연공간 안에 제장을 형성했고, 중세부터는 자연이 의례의 공간적 장치 및 의물(儀物)로 발전되었다. 또한 궁궐과 사원의 건축은 의례의 공간으로서 대(臺)·마당·길의 공간을 창출했으며, 누정(樓亭)·누대(樓臺)·사문(寺門)도 자연공간 내의 의례공간으로 축조되었다. 이처럼 자연친화적 맥락에서 저자는 서양의 20세기 환경극장과 비교함으로써 한국극장의 전통 계승 문제를 제기한다.

비교 종합적 고찰과 연극적 상상력의 결합 ― 저자가 그린 8컷의 극장공간 유추도
이 책에 나타난 사학·민속학·미술사학·국문학·음악·무용 등 관련 학문에 대한 비교 종합적 고찰들은, 여기에 저자의 학적 추론과 연극적 상상력이 가미됨으로써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일례로, 저자는 일신(日神)과 월신(月神)의 결합을 보여주는 동맹제(東盟祭)가 수상제사(水上祭祀)였음에 주목하고, 고대의 제천의례가 ‘산의 제단’과 ‘물의 제단’에 근거하고 있음을 집중조명한다. 이는 후대 연구에도 이어져, 신라 감은사(感恩寺)를 물의 제단으로 축조된 것으로 보고, 바닷물이 금당 밑에까지 드나들도록 설계한 점을 미루어 이견대(利見臺)를 문무왕에게 제사하던 신악무(神樂舞)의 높은 대로 추정한다.
한편 이러한 추론들은, 오랫동안 연극 현장에서 무대미술가로 활동해 온 저자의 세심한 필치에 의해 삽화로 그려졌는데, ‘환화(桓花)의 제단’(p.35), ‘동맹제의(東盟祭儀)’(p.53), ‘악붕누대(樂棚樓臺)’(p.121), ‘이견대(利見臺)’(p.123), ‘등석(燈夕)놀이’(p.147), ‘대산대(大山臺)’(p.233), ‘예산대(曳山臺)’(pp.236-237), ‘팔관회(八關會)’(p.271)가 그것들이다. 이는 저자의 일관된 연구선상에 있는 세밀한 추정도들로서, 바로 여기에 의례 및 축제 공간에 대한 저자의 연구성과가 집약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옛 극장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187컷이나 되는 풍부한 시각자료와, 무대공간 연출에 대한 상세한 도표 및 도해가 실려 있어 후대의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여태껏 간과해 온 한국 연극사의 정신적 맥을 극장사적 시각에서 이어 줌으로써, 앞으로의 한국연극 및 한국극장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적 계기를 마련하고, 다방면의 연구자료와 체계적인 사적 맥락에서 한국 연극사의 자장을 만들어내는 데 새로운 학문적 초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신선희 (저자)

신선희(辛仙姬)는 1945년생으로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하와이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하고 뉴욕 폴라코프 무대미술학교에서 수학 후 중앙대학교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십여 년 동안 대학에서 서양극장사를 강의해 왔으며, 오랫동안 연극 현장에서 무대미술가로 활동하며 백상예술대상 및 동아연극상 등 다수의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국립극장 극장장으로 있다. 『자전거』(1983), 『봄이오면 산에들에』(1996),『문제적 인간 연산』(1996), 『바리』(1999·2005), 『태풍』(1999) 등의 무대디자인을 했으며,『청산별곡』(2000·2003),『고려의 아침』(2002), 『무천·산화가』(2005)의 가무악 극본 및 연출을 맡은 바 있다.

1장 서론
2장 자연공간의 제장
3장 삼국시대 의례악의 공간연출
4장 고려시대 국가의례의 축제극장
5장 조선시대 궁중의례의 극장
6장 궁중의례 극장공간의 원리
7장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