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의 완결편이다. 성년의 문턱에 들어선 마르셀은 그토록 갈망하던‘활짝 핀 아가씨들’과 관계를 맺는 데 성공을 거두는 한편, 장차 정신적 스승이 될 화가 엘스티르를 만나게 된다. 마르셀은 이들을 만남으로써 ‘사랑’과 ‘예술’이라는 삶의 중요한 가치들을 경험하게 된다.

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차분 완간
행복한 고전(古典)이란 많은 독자들이 오랫동안 읽고 또 늘 새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어떤 책은 명성에 비해 극히 적은 독자만을 가지고 있는데, 그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라고 할 수 있다. 난해한 문장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끝없이 중첩되고 혼재되어 있는 이 소설은 일반 독자만이 아니라 연구자들도 제대로 읽어내기 힘든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국내 독자들은 물론 프랑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려 애를 쓰지만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 포기하고 안타까워하곤 한다. 이렇게 자자한 명성에 비해 난해하기 그지없는 고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프랑스의 영상 전문가 스테판 외에가 만화로 부활시켰다. 만화가 외에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작품 전체를 열네 번이나 정독했고, 이야기체 감각을 보여줄 문장들을 점차적으로 골라냈다. 또 사진 자료를 수집하고, 프루스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파리 외곽의 콩브레-일리에 지역의 풍경과 건축물을 답사하고 일일이 스케치했으며, 그 시대의 의상을 연구하고, 프루스트의 특이한 삶을 보여주는 여러 곳을 방문하는 등 이 년간 이 작업을 위해 준비했다”(『선데이 타임스』)고 한다.
열화당에서는 이 시리즈의 첫째권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를 1999년 6월에, 둘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을 2000년 6월에 독자들에게 선보인 바 있고, 이어서 셋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I』가 이번에 출간됨으로써, 십이 년에 걸쳐 진행 중인 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대장정 중 원작의 서두 부분이 독자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권 개요
첫째권 『스완네 집 쪽으로―콩브레』는 원작 제1권의 제1부 「콩브레」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본격적으로 펼쳐질 소설 전체에 대한 도입부로서 소설의 주요골격이 제시된다. 소설은 시작부터 과거를 향해 있는데, 유명한 ‘마들렌느 과자’의 일화로 시작하여 까마득한 과거로, 바야흐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둘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I』은 원작 제2권의 제2부 「고장의 이름: 고장」의 절반을 만화로 옮긴 것으로, 아무 거리낌없고 발랄하기 그지없는 ‘활짝 핀 아가씨들’은 어느새 사춘기에 접어든 마르셀에게 사랑과 여자에 대한 욕망을 일깨워 주는데, 그 중 알베르틴은 장차 마르셀을 오랜 세월 광포한 사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게 된다.

셋째권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 고장 II』
시리즈 둘째권에 이어서 셋째권에서는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를 완결한다. 이번 권의 무대는 시리즈 둘째권에서처럼 여전히 바닷가 휴양도시 발벡이다. 이 시점에 이르면, 우리의 주인공 마르셀은 그토록 갈망하던 ‘활짝 핀 아가씨들’과 관계를 맺는 데 마침내 성공을 거두는 한편, 장차 스스로 걷게 될 예술의 길을 비추어 줄 정신적 스승 중의 한 사람인 화가 엘스티르(Elstir)를 만나게 된다. 병약한 체질을 담금질하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발벡을 찾은 마르셀은 이곳 해변을 거니는 같은 또래의 젊은 아가씨들에게 흠뻑 마음을 빼앗긴다. 마르셀에게 해변을 거니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은 거부하기 힘든 젊은 매력을 내뿜는 존재일 뿐 아니라, 바로 발벡이란 고장의 모든 매력이 집약되어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서 우연한 만남을 통해 알게 된 천재화가 엘스티르로부터 참다운 예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입문할 수 있었던 것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지적 소득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예술적 천재와의 만남도 ‘활짝 핀 아가씨들’과의 만남과 견주어 볼 때 그 중요성은 훨씬 못 미치는 듯하다. 제아무리 스스로 예술가적 감수성을 가지고 태어났고, 또 제아무리 천재적 예술가를 바로 곁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이 시기의 마르셀은 아직 지적·예술적 추구의 욕구가 여성적 매력이 발산하는 위력에 훨씬 못 미치는 나이인 것이다. 이 거친 풍랑의 시기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마르셀은 감정의 성숙과 성찰의 깊이를 더해 갈 듯하다.
이처럼,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시리즈 제3권은 이제 막 성년의 문턱에 들어서는 마르셀에게 있어서 ‘사랑’과 ‘예술’이란 삶의 커다란 두 방향이 서서히 형체를 띠어 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권은 만화가 스테판 외에가 일 년에 한 권씩 선보이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둘째권이 출간된 지 근 이 년 만에 내놓은 것인데, 프랑스 현지에서는 만화가의 창작에 대한 고민과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한다. 대가의 문학을 만화로 압축해 보여주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열화당에서는 이제까지 출간된 1·2·3권을 세트로 묶어 더 많은 독자들에게 선보이고자 하는데, 일차분 세 권에 대해 서울대 홍승오 명예교수, 고려대 김화영 교수, 이성복 시인, 이렇게 세 분이 다음과 같은 촌평을 써 주었다.

“섬세한 심리묘사, 세밀한 사회묘사, 대담한 풍속묘사, 깊이있는 예술론, 끊길 줄 모르는 긴 문장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방대한 구조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최소한의 줄기만 지문 형태로 발라내고 나머지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바꾼 만화가 외에의 노력은, 이전의 스크린 플레이나 영화 등 다른 분야에서의 시도와는 달리 성공적인 것이라 하겠다. 역자의 매끈한 번역문이 빛을 더한다.”
― 홍승오 서울대 불문과 명예교수

“프루스트에 웬 만화? 하고 고개를 돌렸던 나를 완전히 설복시킨 만화예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방대하고 복잡 난해한 구조 앞에서 접근할 엄두를 못 내는 독자에게는 친근 소박한 입문의 기회. 숨막히도록 이어지는 서술의 미로를 따라 마침내 이 거대한 박명의 성채를 답사하고 나온 고급독자에게는 그 황홀하나 어느새 아득해진 세계를 줌 렌즈로 확 당겨 간명하게 정리해 주는 투명한 거울. 깊이있는 이해와 해석만이 개성적인 각색으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증명한 만화가와 각색자, 그리고 전문가의 눈으로 섬세하고 명쾌하게 텍스트를 해석하여 옮겨 준 번역자에게 경의를.”
―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교수

“프루스트에 대한 어떤 찬사도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말의 끝, 미완성인 글쓰기의 끝까지 나아가, 언어는 불확실하고 글쓰기는 영원히 미완성이라는 사실을 끝끝내 확증한 작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그의 몸뚱아리로, 그의 전 생애에 걸쳐 파 놓은 땅굴 같은 것이며, 그 작품을 읽는 자 또한 자신의 몸뚱아리로,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파고들도록 계획된 미궁이다. 자신이 인간임을 아는 어느 누구도 프루스트의 미로를 피할 수 없다.”
― 이성복 시인

이 책에서 만화가 스테판 외에는 둘째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보다 충실하고자 스타니슬라스 브레제와의 협동작업을 통해 각색에 보다 많은 정밀성을 더하고 있다. 만화가 자신은 주요장면들의 선택과 만화화 작업에 주력하는 한편, 스타니슬라스 브레제는 만화본 텍스트 전체의 가독성에 몰두한다. 만화가는 이 책에서 소설에서와 마찬가지의 엄밀한 구성원칙을 따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만화가 요구하는 서술방식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또한 둘째 권에서와 마찬가지로 만화가 자신이 그림작업과 병행해서 채색을 담당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프루스트 원작소설이 요구하는 색채감, 빛 등의 핵심적 요소들을 보다 생동감있게 되살릴 수 있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프루스트의 문학적 향기를 흠뻑 느끼고, 또 이를 계기로 그 문학과 직접 대면하는 행복한 책읽기를 경험했으면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1871년 파리 근처 오퇴유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드리언 프루스트 박사는 위생학의 대가로 파리대학교 교수였으며, 유대계 부르주아 집안 출신이었던 어머니 잔은 섬세함과 풍부한 교양으로 프루스트의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외가 쪽으로 친척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고향 일리예와 할머니와 피서를 갔던 노르망디 해변, 파리의 샹젤리제는 훗날 프루스트 작품의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프루스트는 아홉 살에 천식에 걸리는데 이는 평생의 지병으로 그를 괴롭혔으나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창작에 몰두하게 되고 내면적인 분석에 전념하게 되는 등 그가 작가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주었다. 열한 살에 파리 콩도르세 중학으로 진학하여 상류사회 자제들이 모이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고전을 탐독하며 지적 교류를 했으며, 동인지 《향연 Le Banquet》을 발행하기도 했다. 또 사교계와 문학 살롱에 출입하면서 인간을 관찰하고 안목을 기른다. 1896년에 단편집 《즐거움과 나날 Les Plaisirs et les Jours》을 출판하고 1895~1899년에는 그의 천재성이 드러나 있는 미완의 자전적 소설 《장 상퇴유 Jean Santeuil》를 썼다. 이 무렵부터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고, 드레퓌스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보수적인 상류사회 귀족들과 관계가 서먹해짐으로써 사교계와 점점 멀어졌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 《스완네 집 쪽으로 Du cote de chez Swann》는 1911년경 거의 완성했으나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1913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자비로 출판했으며, 이로써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하다가 1918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2권 《아가씨들의 꽃그늘에 l’Ombre des Jeunes Filles Enfleurs》가 발간된 후 1919년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그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완성을 위해 수도사와 같은 생활이 계속되었다. 1923년 11월 새벽 세 시까지 《갇힌 여인 La Prisonniere》을 추고하다가 극심한 피로 때문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같은 날 오후에 사망한다.

1950년대에 발굴된 방대한 미발표 원고들은 그가 얼마나 문학적 정진에 힘썼는지를 보여주며, 사후 1925년 《도망간 여인》이 출판되고, 1927년 《되찾은 시간Le Temps Retrouve》이 간행됨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완간된다.

정재곤 (역자)

정재곤(鄭在坤)은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꿈 이야기」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 네트워크 ‘사이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생텍쥐페리재단 한국 지부장이며, ‘궁리닷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역서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가족의 비밀』 『외젠 앗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정신과 의사의 콩트』 등 다수가 있다.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스테판 외에(Stéphane Heuet)는 1957년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브레스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낸 후, 군 계통의 중학교를 다녔다. 칠 년 동안 해군으로 복무한 후, 십오 년 동안 광고회사의 예술담당 책임자로 일했다. 여러 편의 광고용 만화영화와 텔레비전용 만화자막을 제작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매료되어, 이를 만화화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마르셀, 젊은 날의 초상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 완결편 – 역자의 해설

역주(譯註)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고장의 이름:고장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