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영상언어로 다시 태어난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다섯 번째 권. 전작에 이어 벨에포크의 파리를 주무대로 펼쳐지는 스완과 오데트의 사랑 이야기가 프루스트의 치밀한 심리묘사와 스테판 외에의 고증학적 데생 속에서 잊히지 않을 백일몽처럼 그려진다.

“제 만화책은 프루스트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제 만화를 읽음으로써 프루스트의 작품을 계속 읽게 되길 바랍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단순히 바라는 마음 이상으로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스테판 외에(St phane Heuet)

“프루스트에 웬 만화? 하고 고개를 돌렸던 나를 완전히 설복시킨 만화예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방대하고 복잡 난해한 구조 앞에서 접근할 엄두를 못 내는 독자에게는 친근 소박한 입문의 기회. 숨막히도록 이어지는 서술의 미로를 따라 마침내 이 거대한 박명의 성채를 답사하고

나온 고급독자에게는 그 황홀하나 어느새 아득해진 세계를 줌 렌즈로 확 당겨 간명하게 정리해 주는 투명한 거울. 깊이있는 이해와 해석만이 개성적인 각색으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증명한 만화가와 각색자, 그리고 전문가의 눈으로 섬세하고 명쾌하게 텍스트를 해석하여 옮겨 준 번역자에게 경의를.”

―김화영 문학평론가

영상언어로 다시 태어난 프루스트의 대작,
그 다섯번째 권 『스완의 사랑 Ⅱ』 출간
만화로 재탄생한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12권)가 1999년에 그 첫째 권이 열화당에서 나온 이후, 2007년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Ⅰ』을 출간한 지 2년 만에 드디어 그 후속권이 나왔다. 이번 권 『스완네 집 쪽으로―스완의 사랑 Ⅱ』는 전편에 이어 소설의 화자인 마르셀이 태어나기 이전인 1800년대 벨에포크의 파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샤를 스완과 오데트 드 크레시의 사랑 이야기 후속편이다. 이 ‘스완의 사랑’편은 독립적 이야기로, 프루스트 소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읽히는 부분이다. 유일하게 삼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어, 인물들간의 치밀하고도 탁월한 심리 묘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시점에서 다각도로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풍부한 서정을 일깨운다.

만화로 재현한 1800년대 벨에포크의 파리와 시대상
만화가 스테판 외에는 당시 자료들과 사진을 참조한 고증 작업을 병행함으로써, 우리를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된 벨에포크의 파리로 인도한다. 만화가는 역사, 음악, 회화 등을 포괄하는 이 작업이 대단히 흥미로웠다고 고백한다. 프루스트 소설 중에서 파리가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바로 ‘스완의 사랑’에서이다. 이번 권의 서두에서도, 파리 최고급 사교계를 종횡무진하던 스완이 화류계 여인 오데트에게 빠져 온갖 질투와 의심, 불안, 절망 속에서 그녀가 사는 개선문 부근의 라 페루즈가를 걷는 데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스테판 외에는 원작에 드러난 인물의 내면심리를 그림에 온전히 싣기 위해, 파리가 주무대이고 밤풍경이 자주 등장하는 이 이야기에서, 농밀하고도 어둡고 갑갑한 데생을 통해 스완의 지독스런 질투심을 드러내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프루스트 원작의 묘사에 따라 당대의 여러 자료와 회화작품을 참고해 오데트를 보티첼리의 제포라로, 팔랑시를 기를란다요로 그려냈으며, 세계적인 만화가 된 프랑스의 탱탱 만화의 등장인물들을 배경으로 등장시키는가 하면 전위적으로 이름난 생존 작가를 이번 권에 등장시켜, 오늘날의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동참하게 하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당대의 풍속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사교계 문화를 핵심적인 장면들과 대사로써 간결하고도 훌륭하게 표현해내는 만화가의 묘사술은 놀랍기 그지없다. 만화에서의 대화체들은 대부분 그가 원작을 바탕으로 수정하되, 주위 사람들에게 읽힘으로써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마했다고 한다. 스완과 오데트가 만나게 된 베르뒤랭 사교계를 비롯해 파리 근교의 최고급 사교계인 생 제르맹 사교계 등 당대의 부르주아 사회의 이면과 그것을 정교하게 포착해낸 관찰력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은, 1800년대 파리의 사회적 문화적 단면도를 제시함과 동시에 사랑에 관한 내면의 진실에 이르는 집요하고도 세심한 스완의 여정에 따라 꿈과 현실, 현재와 과거, 개인과 사회가 얽힌 다채로운 역학적 사색을 유도할 것이다.

프루스트 연구자들이 보낸 찬사, 그리고 교과서로 읽히는 프루스트 만화
세계 십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이 만화는 난해한 문장과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프루스트에게 다가가기 수월치 않았던 일반 독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책에 가장 먼저 찬사를 보냈던 이들은 바로 세심한 프루스트 연구자들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본에 이 책을 번역·소개한 사람은 바로 명문대학인 가쿠슈(學習院) 대학의 불문학자 교수였다. 또한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에 거주하는 가난한 아이들은 이 책을 학습서로 이용한다. 즉 어린아이들이 처음 프루스트와 만나는 데 훌륭한 다리 역할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 문학을 통틀어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며 소설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점으로 평가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아름다운 만화로 되살아나 대작의 새로운 반열에 오름과 동시에 고전의 대중화를 이끈 훌륭한 모본이라 할 수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1871년 파리 근처 오퇴유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드리언 프루스트 박사는 위생학의 대가로 파리대학교 교수였으며, 유대계 부르주아 집안 출신이었던 어머니 잔은 섬세함과 풍부한 교양으로 프루스트의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외가 쪽으로 친척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고향 일리예와 할머니와 피서를 갔던 노르망디 해변, 파리의 샹젤리제는 훗날 프루스트 작품의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프루스트는 아홉 살에 천식에 걸리는데 이는 평생의 지병으로 그를 괴롭혔으나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창작에 몰두하게 되고 내면적인 분석에 전념하게 되는 등 그가 작가가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주었다. 열한 살에 파리 콩도르세 중학으로 진학하여 상류사회 자제들이 모이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고전을 탐독하며 지적 교류를 했으며, 동인지 《향연 Le Banquet》을 발행하기도 했다. 또 사교계와 문학 살롱에 출입하면서 인간을 관찰하고 안목을 기른다. 1896년에 단편집 《즐거움과 나날 Les Plaisirs et les Jours》을 출판하고 1895~1899년에는 그의 천재성이 드러나 있는 미완의 자전적 소설 《장 상퇴유 Jean Santeuil》를 썼다. 이 무렵부터 건강이 악화되기도 하고, 드레퓌스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보수적인 상류사회 귀족들과 관계가 서먹해짐으로써 사교계와 점점 멀어졌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 《스완네 집 쪽으로 Du cote de chez Swann》는 1911년경 거의 완성했으나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1913년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자비로 출판했으며, 이로써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하다가 1918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2권 《아가씨들의 꽃그늘에 l’Ombre des Jeunes Filles Enfleurs》가 발간된 후 1919년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그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완성을 위해 수도사와 같은 생활이 계속되었다. 1923년 11월 새벽 세 시까지 《갇힌 여인 La Prisonniere》을 추고하다가 극심한 피로 때문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같은 날 오후에 사망한다.

1950년대에 발굴된 방대한 미발표 원고들은 그가 얼마나 문학적 정진에 힘썼는지를 보여주며, 사후 1925년 《도망간 여인》이 출판되고, 1927년 《되찾은 시간Le Temps Retrouve》이 간행됨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완간된다.

정재곤 (역자)

정재곤(鄭在坤)은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꿈 이야기」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 네트워크 ‘사이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생텍쥐페리재단 한국 지부장이며, ‘궁리닷컴’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역서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가족의 비밀』 『외젠 앗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정신과 의사의 콩트』 등 다수가 있다.

스테판 외에 (각색 및 그림)

스테판 외에(Stéphane Heuet)는 1957년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브레스트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고향에서 보낸 후, 군 계통의 중학교를 다녔다. 칠 년 동안 해군으로 복무한 후, 십오 년 동안 광고회사의 예술담당 책임자로 일했다. 여러 편의 광고용 만화영화와 텔레비전용 만화자막을 제작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매료되어, 이를 만화화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어떤 사랑의 행로 – 역자의 해설

역주(譯註)

스완의 사랑 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