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시대

모든 것이 얼어붙은 미래에 단절된 과거의 문명을 찾아나선 탐사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대한 건물 안으로 다가간다. 이 안에서 마주한 루브르 소장품들에 대한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상상력과 해독은 보는 내내 우리들의 유쾌한 웃음을 자극한다. 실사(實寫) 기법과 무수한 세선(細線)으로 그려진 특유의 그림체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고고학적 판타지의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고 고전미술의 보고로 알려진 루브르 박물관, 이 루브르가 가장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시각매체인 만화로 새롭게 그려진다.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의 만화전문출판사 퓌튀로폴리스의 획기적인 기획으로 열화당에서 선보이게 될 루브르 만화 컬렉션은, 이번에 선보이는 니콜라 드 크레시(Nicolas de Crécy)의 『빙하시대(Période glaciaire)』를 시작으로 마르크-앙투안 마티외(Marc-Antoine Mathieu)의 『어느 박물관의 지하(Le Sous-sols du Révolu)』 그리고 후속작으로 엠마누엘 기베르(Emmanuel Gibert)와 베르나르 이슬레르(Bernar Yslaire)의 작품들을 계획 중이다. 세계 만화계가 주목한 이 실험적 작가들의 루브르 만화 컬렉션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루브르를 통해 맺어진 고전예술사와 만화, 예술작품과 만화가, 각기 다른 시공간 사이의 이 만남은 우리가 익히 알아 온 루브르가 아닌,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재현되는 새로운 루브르를 창조할 것이다.

빙하에 파묻힌 루브르의 명작들이 기상천외한 만화로 깨어나다
크레시는 이 책에서 우리를 모든 것이 얼어붙은 미래의 세계로 안내한다. 작가는, 단절된 과거의 문명을 발견하기 위해 밤낮을 눈보라와 빙판을 달리고 있는 미래 탐사대인 쥘리에트 일행과 헐크라는 개를 중심으로 한 이 여정에, 우리를 동참시킨다. 여기엔 연구원들 말고도 말도 하고 스키도 타는 ‘고고학적’ 후각을 지닌 미래형 개들이 함께한다. 그러던 어느날 탐사대의 눈에 빙판 속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빙산과도 같은 건물이 들어온다. 그들은 얼어붙은 대지로 언제 함몰해 버릴지 모를 아슬아슬한 이 건물 속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것들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인들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고대 조각작품에서부터 외젠 들라크루아, 렘브란트 등 18세기 이전 회화사의 풍경들, 그리고 20세기 자코메티까지, 이 안에서 마주한 루브르 소장품들에 대한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상상력과 해독은 보는 내내 우리들의 시지각을 교란시키며 통렬하고 유쾌한 웃음을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예술작품들의 입과 헐크의 코를 빌려 서서히 드러나는 루브르의 윤곽을 통해 수십 세기가 응축된 박물관적 상상력이 크레시에 의해 독특한 필치로 되살아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실사(實寫) 기법과 독특한 필치가 주는 묘미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니콜라 드 크레시 특유의 그림체로 되살아난 루브르란 점이다. 작가는 미술관에 전시된 실제 작품들을 마치 실사(實寫)와도 같이 만화의 컷들로 끌어와 현장감있게 루브르의 내부를 비춘다. 우리가 익히 보아 온 유명 회화들은 만화의 전개 과정을 위한 일종의 수단이 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탄탄한 데생 실력을 인정받은 크레시 특유의 무수한 세선(細線)으로 스케치한 각각의 인물과 배경은 이 작품의 미래적 배경과 더불어 훌륭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작품에 등장하는 실제 루브르 소장품들에 대한 상세정보를 도판목록으로 정리해 독자들이 실제 작품과 대화할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한 점이다. 뿐만 아니라 루브르 지도를 실어 탐사대의 여정을 짐작할 수 있도록 표시해 놓았다. 역사적 사실과 만화적 허구의 간극을 확인해 가며 풀이해 놓은 꼼꼼한 역주 역시 독자들에게 지적 자극과 웃음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만화는 고전작품에 대한 고답적 시선과 권위를 탈피해 미래의 인류가 과거의 유산들과 맺을 수 있는 관계에 대해 다채로운 사색의 장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과감한 상상력과 독특한 구성으로 만화와 회화라는 장르간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만화미학의 탄생을 보여 줄 것이다.

세계 만화계가 주목한 니콜라 드 크레시, 그가 안내하는 루브르 상상기행!
“많은 지식과 독서에도 불구하고, 루브르에 전시된 무수한 컬렉션들 앞에서 나는 전적으로 무지함을 느꼈다. 그래서 수천 년 이후에 루브르를 발견하게 될, 나보다도 더 무지한 사람들을 창조해 보기로 했다. 나는 진정으로 모든 문화에 무지한 인물들이 전시된 작품들을 과연 어떻게 해석할까 상상해 보고 싶었다.” ―니콜라 드 크레시

니콜라 드 크레시 (저자)

1966년 프랑스 리용에서 태어나 만화 삽화가이자 만화 시나리오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1987년 앙굴렘 에콜 데 보자르에서 만화로 학위를 받고, 1990년 프랑스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하며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실뱅 쇼메(Sylvain Chomet)와 함께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각색한 첫 작품 <뷔드 자르갈(Bud Jargal)>(1987)을 각각 스페인어판과 프랑스어판으로 출간한 후, <폴리가토(Foligatto)>(1991)로 수맣은 상을 후비쓸며 비평가들의 찬사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늙은 노파의 비둘기> <벨빌의 세 할머니들> 과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고, <레옹 라 캄> <무슈 프뤼> <못 생긴, 가난하고 병든> 등 다수의 단행본을 냈다.

김세리 (역자)

1972년에 태어났다. 홍익대 미학과에서 「카뮈의 미학 사상 연구」(2003)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프랑스 파리1대학 조형예술 예술학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시각 이미지의 기호학적 분석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07년 현재 홍익대, 한국외국어대, 인하대에서 미술 및 만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만화 루브르를 꿈꾸다 – 역자 해설

역주(譯註)

빙하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