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만

김녕만(金寧万, 1949- )은 고향땅 남도 특유의 토속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해학적 시각을 일관되게 지켜 온 사진가다. 칠십년대 근대화로 변모해 가던 농촌을 기록하기 시작한 그는, 일간지 사진기자가 되면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적 격변의 현장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그 후 청와대와 판문점을 드나들며 권력무상과 분단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지켜보면서도, 언제나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내려놓지 않았다. 고된 현실 속에 거짓말처럼 깃든 한순간의 여유를 포착한 그의 사진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내는 판소리 한판을 보는 듯 우리의 감정을 해방시킨다. 그의 데뷔작부터 최근에 찍은 사진까지, 기자와 작가라는 서로 다른 위상 가운데 관점을 조화시키며 이어 온 그의 작업이 충실히 담겨 있고, 또한 국문연보와 함께 영문연보도 수록돼 있다.

20세기 후반 한국현대사의 증언자들
국내외 뛰어난 사진가들의 엄선된 작품과 사진설명, 작가론과 연보가 밀도있게 담긴 ‘열화당 사진문고’는, 반년 만에 한국사진가 세 명을 새로이 선보이며 서른여덟 권째 시리즈를 다시 이어 간다. 이들은 모두 전쟁과 분단, 가난과 경제개발, 독재와 민주화라는 20세기 후반 한국현대사의 굴곡을 가까이에서 체험하고 기록했던 시대의 증언자들이다.
‘한국 일세대 사진가’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 ‘한국 사진계의 산 증인’이라 불리는 임응식(林應植, 1912-2001)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이름이다. 그는 종군기자로 육이오전쟁이라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순간을 경험함으로써 기존의 살롱사진 경향과 결별, 리얼리즘 사진미학을 추구한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기록한다는 사진의 특성이 그것을 회화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된 예술장르이게 함을 주장한다. 그는 이를 토대로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음으로써 사진가들의 지위향상과 사진의 이론적 확립에 기여한 교육자이자 비평가이기도 했다.
전후(戰後) 온 나라가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자 경제개발에 매달렸던 시기, 젊어서 사진가를 꿈꿨지만 생계를 위해 집과 일터만을 오가야 했던 평범한 삼남매의 가장(家長)이 있다. 우리에게 『윤미네 집』의 ‘윤미 아빠’로 널리 알려진 전몽각(全夢角, 1931-2006)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해 자신의 일상에 카메라를 밀착시켜 매일같이 셔터를 눌렀다. 직장과 가정이라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평생을 끈질기게 이어온 그의 작업은, 경부고속도로 공사현장을 비롯한 개발독재시대의 명암과 한국 중산층 가정사의 세밀한 풍경을 그 어떤 사진가보다도 더 견고하게 완성해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절실함 못지않게 민주화를 향한 열망 또한 뜨거웠던 그 시절, 일간지 사진기자로서 정치적 격변의 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녔던 김녕만(金寧万, 1949- )이 있다.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 등 수많은 비극적 순간과,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분단의 아픔을 추적하면서도, 그만이 지닌 고향 남도 특유의 해학적 시각을 잃지 않았다. 이 점이 동시대 다른 사진가들과 그를 구별해 주며, 무엇보다 그것이 ‘사진의 기록성과 역사성’이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단한 현실 속에 깃든 한 순간의 여유 ― 김녕만
분주하게 모내기를 하다가 나온 허름한 차림의 엄마가 누나 등에 업힌 아이에게 선 채로 젖을 먹인다.(p.25) 한겨울 거리의 노점에서 일하는 엄마는, 거칠고 굵은 마디의 손으로 찬바람이 불어오는 아이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p.21) 김녕만의 촌스럽고 가난했던 칠십년대 농촌풍경들은, 당시의 시대적 정황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고달픈 현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리얼리즘 사진이라는 이름 아래 극적이고 비참한 면을 부각시키는 사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민의 삶이 물질적으로 구차해 보일지라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표정이나 삶에서 얼마든지 존엄성과 행복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작가의 섣부른 선입견이나 일반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일종의 횡포입니다. 표피 속에 감춰진 내면을 포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녕만의 해학적인 시선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으며, 이러한 생각은 그의 사진 작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고향을 떠나 이십삼 년간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재직하며, 광주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수많은 거리 시위들, 국가 권력의 심장부 청와대의 권력자들, 판문점에서 벌어지는 분단국가의 비극 등, 우리 시대의 면면을 부지런히 담아낸다. 이처럼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도 김녕만은 예기치 못한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예리하게 포착한다. 남북의 장교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장면(p.137), 시위가 잠잠해진 틈에 등을 맞대고 쉬고 있는 두 전경(p.91), 판문점의 살풍경에서 남쪽 기자의 망원렌즈에 관심을 보이는 북쪽 군인(p.127)의 모습에서, 그의 따뜻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고달픈 삶에 거짓말처럼 깃든 한순간의 여유를 포착한 김녕만의 사진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내는 판소리 한판을 보는 듯 우리의 감정을 해방시킨다.
2001년 신문사를 퇴직하고 홀로 선 지 십여 년이지만, 사진가로서의 그의 행보는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서 있는 바로 그 자리, ‘현장(現場)’에서 사진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관찰했던 것처럼, 그는 여전히 시대와 호흡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자’와 ‘작가’라는 두 가지 관점을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새로운 보도사진의 영역을 개척했던 김녕만. 보다 원숙해진 그의 새로운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서른여덟 권째인 『김녕만』부터는 작가의 국문연보와 함께 영문연보가 수록되어 있다.

김녕만 (저자)

김녕만(金寧万, 1949- )은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사진과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고창군청 공보실에서 사진담당으로 일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1978년부터 2001년까지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한국 현대사의 면면을 촬영했고, 현재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으로 있다. 기자 시절 타사 사진기자 다섯 명과 함께 ‘투영동인’을 결성하여 언론사 최초로 동인 활동을 했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동강국제사진제 운영위원, 2006년 대구 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을 맡으며 사진계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유머가 있는 풍경』(1991), 『판문점』(1993), 『광주 그날』(1994), 『격동 20년』(1999), 『장사익』(2009), 『김녕만』(2013) 등이 있다.

윤세영 (작가론)

윤세영(尹世鈴, 1956-)은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월간 『사진예술』 편집장으로 있다.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때론 길을 잃어도 좋다』(2006), 『한국의 사진가 14』(2009)가 있다. 『육명심』 『김녕만』의 작가론을 썼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김녕만 (사진설명)

김녕만(金寧万, 1949- )은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사진과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고창군청 공보실에서 사진담당으로 일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1978년부터 2001년까지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한국 현대사의 면면을 촬영했고, 현재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으로 있다. 기자 시절 타사 사진기자 다섯 명과 함께 ‘투영동인’을 결성하여 언론사 최초로 동인 활동을 했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동강국제사진제 운영위원, 2006년 대구 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을 맡으며 사진계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유머가 있는 풍경』(1991), 『판문점』(1993), 『광주 그날』(1994), 『격동 20년』(1999), 『장사익』(2009), 『김녕만』(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