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사랑이다

“미술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조형언어로 표현했을 뿐이지요. 흔히들 예술, 미술 이런 건 나와는 상관없는 특수한 것이라고 여기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삶과 미술을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미술은 결국 사랑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야, 그거 예술이네!’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렇게 감탄하는 순간, 우리 삶은 곧 예술이 되는 거죠. 그 말 속에는 물론 다양한 뜻이 담겨 있을 텐데, 그것은 곧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이기도 할 겁니다.” —저자의 ‘앞풀이’ 중에서

조근조근 나누고 자근자근 되씹어 보는 미술의 속내

2008년 『그림이 그립다』를 통해 웃음과 풍자가 뒤섞인 현대미술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저자가 그때 미처 다하지 못했던 주제들을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전작이 현대미술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음 직한 의문들에 관한 저자의 에세이였다면, 이 책은 미술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고 싶거나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미술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골몰하던 저자는 “미술이 분석이나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결국은 사랑”이라는 데 이르게 된다. 자연과 사물에 대한 사랑,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한 사랑뿐만 아니라, 그림을 보고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에도 마지막에 남는 것은 사랑인 것이다. 바로 그 사랑 때문에 미술이 아직까지도 수천 년의 시간을 이어 가며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나 진부해지고, 때로는 천박하게 너덜너덜해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참사랑을 잃지 않은 미술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림이 그립다』의 속편 격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책 『그림은 사랑이다』는 이야기하듯 되도록 알기 쉽게 풀어 쓴 저자의 문체 덕분에, 골치 아픈 것이라 생각될 수 있는 미술의 세계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소설, 콩트, 시를 넘나드는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와 미술 관련 서적이나 신문기사의 적절한 인용은 텍스트 읽는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삶과 미술은 결국 하나다.” — 「앞풀이」에서
“그림은 결국 구원이다. 그 바탕에 사랑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 「미술과 구원」에서
“새로운 작품 백 개를 보는 것보다 좋은 작품 하나를 백 번 보는 것이 낫다.” — 「보고 또 보기」에서
“그림과 인생은 한 몸이다. 그림 속에는 이야기나 시가 들어 있어야 한다. 절실하게 말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 「그리다 보면 뭔가 된다?」에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아무리 양보해도 이 말씀은 ‘인생은 짧고, 극히 일부의 예술은 길다’로, 더 정확하게는 ‘인생은 짧고, 극히 일부의 재수 좋은 예술은 길다’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 「예술은 길다?」에서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제1부 미술과 우리의 삶에서는 소박하고 평범한 것들 사이에 숨어 있는 미술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로 꾸며졌다. 동서고금의 많은 미술작품들을 접해 본 저자는 석굴암(石窟庵) 본존상(本尊像)을 마주한 순간 눈물을 주체 못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 이유를 따라가기도 하고,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수제비가 그리운 것처럼 간절히 보고 싶은 그림이 연상되는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기도 한다. 「원화(原畵)를 봐야 하나」에서는 인파로 도떼기시장이 되어 버린 미술관에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탄하면서도 원작만이 가지고 있는 감동과 그 질감이 주는 생동감은 놓치기 아깝다고 강조한다.
「길거리 미술가 뱅크시」에서는 거리의 낙서화인 그라피티를 주요하게 다룬다. 저자는 특히 영국의 길거리 미술가 뱅크시를 금세기 최고의 현대미술가 중 하나로 평가한다. 시위대가 화염병 대신 꽃을 던지거나 월남전의 이미지로 유명한 벌거벗은 소녀가 미국을 상징하는 미키마우스와 맥도널드 햄버거 모델의 손을 잡고 뛰어오는 장면 등을 그린 뱅크시의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그만이 가지고 있는 유머와 패러디로 종횡무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현대미술의 저력을 환기시키고 있다. 거리에 붙인 정치 풍자 포스터 때문에 작가가 갖은 고초를 겪는 우리네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 보인다.
가뜩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미술작품을 따라다니는 미술평론에는 어려운 말들만 넘쳐나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일 때가 많다. 이런 답답증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틀에 박힌 글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 미술평론을 ‘시’라는 형식에 담아낸 「시로 쓴 작가론」은 텍스트를 이해하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제2부 미술의 본질 더듬기는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흥미로워 할 만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문화와 미술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학창시절을 아쉬워하는 「음력 크리스마스」와 미술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 스승의 가르침을 담은 「다르게 보기」는 미술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 선배가 들려주는 따뜻한 충고로 다가온다. 그리고 ‘전문화’란 이름으로 잘게 쪼개져 우물 안에 갇혀 있기보다는 학문이나 예술 사이를 자유롭게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림과 노래」와 미술 외의 예술들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길 바라는 「연극 경험」은 두고두고 곱씹을 만하다.
「미술의 바탕, ‘뎃상’ 실력」에서는 “조형예술에 있어 형체가 명확하게 되려면 첫째, 물체에 대한 관찰과 인식이 철저”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각가 김종영의 말을 빌려 데생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사물의 겉모습만을 그럴듯하게 그려내는 ‘데생’이 아닌 대상을 꿰뚫어 그 내면을 생생하게 잡아내 표현할 줄 아는 심안(心眼)을 기르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글은, 미술학도들에게 미술의 기본이 무엇인지 되짚어 볼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보도자료 PDF

장소현 (저자)

장소현(張素賢)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동양미술사 전공)을 졸업했고, 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에서 극작가, 시인, 언론인, 미술평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칭 ‘문화잡화상’이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집 『서울시 나성구』 『하나됨 굿』 『널문리 또랑광대』 『사탕수수 아리랑』 『사람 사랑』 『사막에서 달팽이를 만나다』, 희곡집 『서울 말뚝이』 『김치국씨 환장하다』, 소설집 『황영감』, 꽁트집 『꽁트 아메리카』, 칼럼집 『사막에서 우물파기』 등이 있고, 희곡 「서울 말뚝이」 「한네의 승천」(각색) 「춤추는 말뚝이」 「사또」 「어미노래」 「사람이어라」 「사막에 달뜨면」 「민들레 아리랑」 「김치국씨 환장하다」 「오! 마미」 「엄마, 사랑해」 등 삼십여 편이 한국과 미국에서 공연되었다. 미술 관련 저서로는 『동물의 미술』 『거리의 미술』 『툴루즈 로트렉』 『에드바르트 뭉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그림이 그립다』 『그림은 사랑이다』 등이 있고, 역서로 『중국미술사』 『예술가의 운명』이 있다. 제3회 고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앞풀이—삶과 미술은 결국 하나다

미술과 우리의 삶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그림과 눈물
미술과 구원
미술과 웃음, 풍자와 해학
길거리 미술가 뱅크시
어머니의 수제비
그림 무당
원화(原畵)를 봐야 하나
보고 또 보기
눈꺼풀 귀꺼풀
미인의 기준
미술가는 별종인가
미술과 돈
짓궂은 사람들
죽음과 미술
시로 쓴 작가론

미술의 본질 더듬기
미술을 공부하는 젊은 벗들에게

음력 크리스마스
다르게 보기
그림과 노래
쓰기와 그리기
연극 경험
미술과 말/미술의 바탕, ‘뎃상’ 실력
그리다 보면 뭔가 된다?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이름값, 나잇값
독재자와 미술의 운명
예술은 길다?
디지털 시대의 미술

인용문 출처 및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