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

  • 깨달음을 찾는 책농사꾼 李起雄의 ‘冊과 文化 이야기’ 세번째
  • 이기웅
  • 155×226mm 반양장 2015년 3월 31일 374면 20,000원 흑백 80컷 978-89-301-0479-1
  • 문학·기타, 열화당 영혼도서관

“‘주일무적(主一無適)’, 저로서는 선현들이 그토록 높이 받든 이 말의 깊은 뜻은 모르지만, 글자대로 하나를 주로 하고 쓸데없이 헤매지 않는다는 것만 보아도, 이기웅이야말로 책에 주일무적한 인물에 틀림없다고 여겨집니다. 아니, 제가 더 뭐를 안다면, 그야말로 책에 주일무적 정진해 온 군자君子의 길로 다가선 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도현, 「서문 1—주일무적한 한 군자의 여정」에서

1988년 몇몇 뜻을 함께한 출판인들과 출판도시를 구상 발의한 이래, 그리고 1989년 9월 출판문화산업단지 건설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되고, 1990년 사업협동조합을 창립해 이사장에 추대된 이래 지금까지, 그야말로 이기웅(李起雄) 이사장은 출판도시에만 몰두해 왔다. 어떤 이는 ‘출판도시에 미친 사람’이라 했고, 다른 이는 ‘출판도시에 목숨을 건 사나이’라 했다. 1994년 김영삼 정부 시절, 파주 문발리 현 출판도시 부지 결정에 도움을 주었던 당시 김도현 문화체육부 차관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이기웅 이사장을 ‘주일무적(主一無適)’이라 표현한다.
그동안 출판도시는 2007년 1단계 완성을 이루었고, 2단계는 2016년 완성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이기웅 이사장의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 세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첫번째 권 2001년(눈빛)에, 두번째 권은 2012년(출판도시문화재단)에 발행되었으며, 이번 책은 2012년 이후의 글들을 모아 모두 다시 가다듬었고, 새로 쓴 글들을 보태어 엮었다.

깨달음을 찾는 ‘염꾼’ 이기웅의 생각들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 세번째 이야기의 키워드는 ‘염(殮)’ ‘인간의 속도’ ‘역사의 목숨’ ‘책밥’ ‘책농장’ ‘안중근’ ‘영혼도서관’ 그리고 ‘절제’ ‘균형’ ‘조화’ ‘사랑’ 같은 어휘들이다. 이는 이기웅 이사장이 잡념 없이 출판도시라는 거대한 프로젝트, 이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 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유하고 발견하고 깨달은 언어들이다.
저자는, 인간의 유한한 목숨을 생각하면서 육신을 수습하는 염(殮)에 대해 사유하고, 이러한 생각을 육체적 생명만이 아닌 정신적 생명으로 확장하여 정신의 산물인 책을 상정하고는, 우리 정신의 소산 즉 책을 어떻게 정리 수습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스스로 ‘염꾼’을 자처한다. 그는 “염이란 육신의 것만이 아니라 이데아의 세계 곧 정신의 것이기도 하다는 깊은 경지에 이르던 한 순간이 왔다”고 하면서, 염이 죽은 자의 것만이 아니라 산 자에게도 있다고 깨닫고, 매순간 끊임없이 자기정화(自己淨化)를 도모하는 것, 이를 ‘자기염(自己殮)’이라 부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죽은 자의 것을 통해 산 자의 것을 배운다고 정리하면서, 우리는 결국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운다는 ‘염의 진리’를 얻은 것이라 말해도 좋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서설—염(殮), 그 철학의 서(書), 과학의 장(章)」 참조)
이러한 생각으로 만든 책이 ‘우현 고유섭 전집’이요(「조선 인문학의 글뿌리를 찾는다」 참조), 작가 이청준의 5주기에 맞춰 선보인 『별을 보여 드립니다』 복간본(전2권)이며(「광주·장흥 출신의 소설가 이청준을 추모함」 「이청준 문학의 한 토대를 위한 책만들기」 참조), 또 이러한 생각으로 현재 만들고 있는 책이 ‘정본 백범일지’이다.(「『백범일지(白凡逸志)』를 염(殮)하다」 참조)
한편, 그는 오늘의 문명이 낳은 ‘속도’를 비판하면서 ‘존재의 속도’에 대한 특유의 사유도 펼친다. 우주의 모든 존재는 자기 고유의 속도를 지니고 있는데, 저자의 유년기인 1940년대에 비해 오늘의 속도는 가히 오십 배나 빠른 속도로 삶을 지탱하도록 강요받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지독하기 이를 데 없이 질긴 인간이라는 종(種)의 성정 때문에 강압적으로 환경의 속도에 맞춰지기는 했지만, 많은 부분은 흐트러지고 망가졌을 것임을 지적한다. 나무늘보가 속도를 강요당할 경우 그 존재 자체가 성립되기 힘들듯이, 어떤 존재든 부여된 고유의 속도를 지켜야 하고, 인간 역시 제 속도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우리 시대 문명에 대한 이기웅 식의 일갈이라 할 수 있다.
그 속도를 되찾는 일의 하나로 그가 제안하는 것이 ‘책농장의 도시’ 즉 ‘북팜시티’이다. 출판도시의 세번째 프로젝트로 제안한 북팜시티는, 일산-파주 지역의 절대농지 85퍼센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쌀농사, 책농사, 사람농사를 조화롭게 영위해 갈 수 있도록 나머지 15퍼센트의 땅을 개발하는 것으로, 건강한 우리 땅에서 건강한 농사를 짓고, 참된 생각으로 참된 책을 지으며, 종국에는 인간다운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이 도시의 목표이다.(「책농장의 도시, 새로운 공동체를 꿈꾼다」 참조)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여섯 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서축공업기념관(書築共業記念館)을 만들어 출판도시 2단계인 ‘책과 영화의 도시’를 조성해 가면서 쓴 글과 3단계 ‘책농장의 도시(Book Farm City)’에 관한 구상 등은 1장 ‘다시, 출판도시를 향하여’에, 책과 출판에 관한 저자의 오래된 생각들은 말, 글, 문자, 그리고 문명에 대한 생각으로 발전했는데, 왜 책을 만드는지, 이 시대의 책 만들기는 과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말, 글, 문자 등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등에 관한 글들은 2장 ‘말, 글, 문자, 책, 그리고 문명’에 담겨 있다.
3장 ‘역사를 생각하다’에서는 지나온 역사를 반추하면서 그 속에서 오늘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으며, 4장 ‘나의 책밥 이야기’에는 사십여 년간 대표로 일해 온 출판사 열화당의 역사와 지향점을 밝히고, 또 남다른 뜻으로 출판한 『별을 보여 드립니다』, 현재 출판 진행 중인 『정본 백범일지』 등에 관한 생각, 그 밖의 인연 있는 책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5장 ‘문화유산, 어떻게 보존하고 가꿔 갈 것인가’에서는 한국전통문화 관련 책들을 꾸준히 발간해 온 열화당의 대표로서, 그리고 최근 맡게 된 무형유산창조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우리 문화유산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또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6장 ‘영혼도서관, 그리고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사단법인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를 이끌어 오면서 펼쳐 나가고 있는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 건립사업, 그리고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운영사업 등에 관한 저자의 생각들이 담겨 있다.
글 내용에 적절한 기록사진 80컷을 가려 뽑아 편집했으며, 부록으로 각종 서문, 수상소감, 개회사, 축사뿐 아니라, 언론에 소개된 인터뷰들까지 수록했다.

이기웅 (저자)

이기웅(李起雄)은 1940년생으로 강릉 선교장(船橋莊)에서 자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60년대 중반 일지사(一志社) 편집자로 출판계에 몸담은 이래 1971년 열화당(悅話堂)을 설립하여 우리나라 미술출판 분야를 개척해 왔다. 1988년 몇몇 뜻있는 출판인들과 함께 파주출판도시 추진을 입안하면서 그 조직의 책임을 맡아 사반세기 동안 출판도시 건설에 힘써 왔다. 한국일보 백상출판문화상을 십여 차례 수상했고, 출판학회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중앙언론문화상, 가톨릭 매스컴 대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특별상, 인촌상(仁村賞), 한국미술저작·출판상, 21세기대상 특별상, 자랑스러운 ROTCian상, 우현상(又玄賞), 동곡상(東谷賞) 등을 수상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예술대학 강사, 『출판저널』 창간편집인,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출판유통주식회사 설립 운영위원장,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주빈국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2014 세계문자심포지아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열화당 대표, 파주출판도시 명예이사장,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 이사장, 무형유산창조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다. 저서로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1·2(2001, 2012), 사진집으로 『세상의 어린이들』(2001), 편저서로 『의리를 지킨 소 이야기』(2007),『한국의 전통가옥』(2015), 편역서로 『안중근 전쟁, 끝나지 않았다』(2000, 개정판 2010) 등이 있다.

서문1 주일무적(主一無適)한 한 군자의 여정 / 김도현(金道鉉)
서문2 출판인 이기웅의 헌신을 다시 말하고 싶다 / 김언호(金彦鎬)
서문3·Preface Who is Yi Ki-Ung? / Ken I. Kim

서설 염殮, 그 철학의 서書, 과학의 장章

1 다시, 출판도시를 향하여
책마을 사람들의 다짐
서축공업기념관(書築共業記念館) 개관에 즈음하여
자본과 거대 공기업의 횡포에 맞서자
책농장의 도시, 새로운 공동체를 꿈꾼다
왜, 출판도시에서 육당(六堂)을 기리고자 하는가

2 말, 글, 문자, 책, 그리고 문명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책을 위하여
책은 왜 만드는가
책 만들기로 구원받았으면
재앙을 불러온 책의 문명사(文明史)
말의 가치, 글의 힘
문필(文筆)의 세계, 그 이상향을 꿈꾸며
‘절판선언’ 그리고‘ 절필선언’
출판도시에 오늘의 집현전이 세워지다
인간의 속도, 문자의 속도
인간, 만물(萬物)의 영장(靈長)인가
문자, 인류의 꿈과 지속적인 평화를 위하여

3 역사를 생각하다
역사,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
바람, 그리고 임종국(林鍾國)
안중근(安重根), 그를 읽는 역사의 문법
어릴 적 선교장(船橋莊) 풍경에서 얻은 깨달음
육이오 전란을 돌이켜 보다
우리들이 추석(秋夕)에 만나 주고받는 이야기
두 도시에 관한 단상
광주(光州), 지혜의 도시
‘꽃처럼 아름다운 도시’를 위하여
하늘에 계신 우리들의 두 어머니와 함께 읽는 편지

4 나의‘ 책밥’ 이야기
열화당 출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과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선생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염(殮)하다
조선 인문학의 글뿌리를 찾는다
이청준(李淸俊)을 생각한다
광주·장흥 출신의 소설가 이청준을 추모함
이청준 문학의 한 토대를 위한 책만들기
백영수(白榮洙) 화백의 출판미술을 말한다
유홍준(兪弘濬)의 답사기, 박맹호(朴孟浩)의 자서전
가을, 뉘른베르크에서의 사색
한 출판인을 위하여
책의 문화를 향하여
국회도서관장 추천기(推薦記)
또 하나의 책마을 공동체를 고대한다

5 문화유산, 어떻게 보존하고 가꿔 갈 것인가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
우리에게 진정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주의 깃발을 올리자
우리 무형유산의 올바른 가치인식을 위하여
전통가옥,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문화재 종가(宗家)의 외태(外態)와 실체(實體), 그 조화를 위한 디딤돌
우리 전통가옥의 자화상(自畵像)
조선왕릉-서삼릉(西三陵)과 서오릉(西五陵)
굴업도 지킴이 노래

6 영혼도서관, 그리고 라이프치히 도서전
영혼도서관(靈魂圖書館), 고독한 단독자(單獨者)의 집
‘책의 수도원’을 빛낼‘ 자서전’ 이야기
헤이리의 역사를 정리하며
왜 라이프치히인가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한글과 세종대왕을 소개하다
라이프치히에서 선보이는 한국의 음식문화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다시 라이프치히를 향해 우리 옷을 입다

부록 1 서문·수상소감·개회사·축사
웅진재단의 2012년도 연례보고서를 발간하면서
‘21세기대상 특별상’수상 소감
「제7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 개회사
「제8회 동아시아 책의 교류 심포지엄」 개회사
「에이에프디유(AFDU) 트리엔날레 2012」 축사

부록 2 인터뷰
흔들리는 청춘아, 이 치열한 기록 속 용기를 받으라 / 김문
우리 시대‘ 책의 장인(匠人)’이 던진 벼락 같은 한 수(手) / 김영철
자서전을 쓴다는 건, 자기 인생을 염(殮)하는 것 / 어수웅
“책은 귀하게 찍어야… 출판사는 돈 아닌 가치를 만드는 곳” / 이흥우
“책·쌀·사람 농사 한꺼번에 …‘ 북팜시티’ 세워 생태 지식산업 키우고 싶다” / 이광재
‘북팜시티’ 꿈꾸는 아름다운 책농사꾼 / 이영아

수록문 출처
발문 다시금 말과 생각을 가다듬고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