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옛 살림집

우리 주거 문화의 변천을 보여 주는 서민 가옥, 그 사십여 년의 기록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새[草], 볏짚 등으로 지붕을 인 초가(草家)나, 찰흙으로 만든 기와로 지붕을 인 기와집 등에 살았다. 지역마다 다소간 양식의 차이가 있어, 가령 강원도 산간 지역에는 나무를 활용한 너와집이나 굴피집이, 제주도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집의 몸채와 주변을 돌담으로 쌓은 가옥이 많았다. 이러한 우리 고유의 주거 양식은 한국전쟁 이후로 큰 변화를 겪었다. 콘크리트, 철골 등을 기초로 하고 벽돌, 유리 등으로 마감을 한 양옥(洋屋)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편리함과 쾌적함에 만족한 사람들은 점차 양옥을 선호하게 되었고, 새마을운동 때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또는 함석으로 바꿈으로써 옛집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더욱이 뒤이어 등장한 아파트는 짧은 기간에 우후죽순 생겨나 이제 옛 살림집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가옥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예비라도 하듯 민속학자 김광언은 196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 남아 있던 옛 살림집들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왔다. 옛집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 나섰다. 1969년 문화재관리국에서 벌인 옛집 조사를 시작으로 사십 년이 넘는 세월을 하나의 주제에 성실하게 접근한 결과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방대한 자료들로 남았다. 이 책은 그 중 사진 1000여 컷을 선별하여 지역별로 소개한 것이다. 우리네 살림집은 평면 중심으로 보면 방이 두 줄로 들어선 겹집과 한 줄인 홑집으로 나뉘므로, 원시 주거 형태인 움집을 책의 맨 앞에 두고, 겹집 지역인 함경도・강원도・황해도・경상도와, 홑집 지역인 평안도・경기도・충청도・전라도・제주도 차례로 구성했다. 사진을 중심으로 설명을 달았고, 특징적인 가옥의 평면도를 첨부하여 집의 형태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특히 함경도・평안도・황해도 집을 다룬 것이 특별한데, 함경도 집은 중국 길림성 일대 조선족 가옥의 자료로, 평안도 집은 중국 집안시 일대의 자료로, 황해도 집은 백령도와 대・소청도, 연평도 자료로 대신했다. 인문・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지역의 집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 근대화, 산업화로 나아가던 무렵, 또는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고도 경제성장을 달성하던 시절, 즉 지금으로부터 한두 세대 전에 존재했던 우리 옛 살림집에 관한 방대한 주거민속지(住居民俗誌)이며, 그 사십여 년의 세월을 순전히 발로 뛴 생생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집들은 현재 거의 사라져 버려, 사진으로밖에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사진들 한 장 한 장은 ‘주거’나 ‘민속’을 뛰어넘어 한국의 근현대 생활사를 증언해 주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가옥의 형태와 구조부터 우리 옛 분네들의 생활상까지

책은 가옥의 기원이랄 수 있는 ‘움집’부터 시작된다. 땅을 둥글게 파고 둘레에 여러 개의 기둥을 원뿔꼴로 세우고 새나 나무껍질로 덮는 움집은, 현재는 그 터만 남아 형태를 짐작하게 한다.
이후 지역별로 나뉘어 있는 가옥들은 고유의 형태와 구조를 가진다. 함경도 가옥의 특징인 田자꼴 겹집은 2000미터 이상의 준령을 배경으로 자리한 혹독한 추위에 의한 것이고, 나무가 많은 강원도나 경상도에서는 통나무를 ‘우물 정(井)’자꼴로 쌓아 올린 뒤 그 사이를 진흙으로 메워 벽을 만드는 귀틀집을 짓기도 했다. 황해도와 경기도 서부 지역에는 지붕이 똬리처럼 둥근 꼴인 똬리집이 있다. 함경도의 ‘정주간’은 주부들의 생활공간이자 손님들을 대접하는 공간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이곳 가옥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큰 범주에서의 지역적 특성은 지역 안의 모든 가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으며, 이러한 특성 안에서도 가옥은 저마다의 특징과 개성을 가진다. 따라서 이 책은 지역 안에서의 범주를 더 나누지 않고 다만 가옥별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사진과 설명, 배치도를 따라가다 보면 가옥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그 형태와 구조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히 가옥 자체, 즉 건축적 측면만을 다루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저자는 집의 중심이 되는 구조나 형태 외에도 집 밖에 있는 굴뚝이나 곡물 저장고, 가축의 우리 등을 다루거나, 장독대나 떡돌과 같은 생활도구를 통해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담고자 했다. 집 안에 있는 주문(呪文)이나 성주, 삼신(三神)의 모습 등 민간신앙의 일면을 다룬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외에도 장례를 치르거나, 장승을 만들고 장승제를 지내는 마을 의례의 과정을 담기도 했고, 쟁기 등의 농기구를 이용하여 밭을 갈거나 지붕에 얹을 각단을 꼬는 과정을 보여 주기도 했다. ‘우리 옛 분네들이 집을 왜 그렇게 지었으며,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것을 밝히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하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집 주인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회상하거나 그곳에서의 기억을 되짚는 대목이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답사 당시에 해당 지역에서 사용하던 용어를 가급적 그대로 노출했는데, 이는 생생한 지역성을 살리기 위함이며 지역 언어 역시 또 하나의 기록의 대상으로 본 것이다.

이 책의 편집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1년 초이니, 책이 태어나는 데 꼬박 5년 이상이 걸렸다. 본격적인 작업 전에 저자는 이 책에 수록할 사진을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흑백 네거티브 필름에서 약 2000여 컷의 사진을 일차로 선별하였고, 이를 편집부에서 한 컷 한 컷 스캔한 후 편집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최종 선별하였다. 보완이 필요한 지역은 슬라이드, 인화지, 인쇄물 등을 찾아 스캔하고, 최근 답사한 지역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들로 추가되었다. 내용에 따라 사진의 크기를 정하고, 크로핑하고, 또 사진의 흐름 등을 고려하여 배치하는 등 수많은 시안과 수정 작업 끝에 이 책은 탄생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꼭 삼십 년 전인 1986년 시작된 ‘한국기층문화의 탐구’ 시리즈의 열한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우리 전통문화, 그 중에서도 서민들의 삶과 관계 깊었던 주제를 시각자료 중심으로 기록해 온 이 시리즈로는 그동안 『한국 호랑이』 『장승』 『한국무신도』 『초가』 『조선땅 마을지킴이』 『마을숲』 『한국의 나무꼭두』 『우리의 원형을 찾는다』 『한국의 놀이』 『옹기』 등이 출간된 바 있다.

언론매체 기사
경향신문
한겨레
새전북신문
조선일보

김광언 (저자)

김광언(金光彦)은 1939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고고인류학과, 그리고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대학교 문리과대학 조교수와 국립민속박물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인하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민속학 관련 저서 가운데 집에 관한 책으로 『동아시아의 부엌』(2015), 『뒷간』(2009), 『바람・물・땅의 이치』(2009), 『박장흥댁』(2009), 『백불고택』(2008), 『송석헌』(2008), 『동아시아의 뒷간』(2007), 『우리 생활 100년-집』(2000), 『한국의 집지킴이』(2000), 『한국의 주거민속지』(1988), 『한국의 옛집』(1982), 『정읍 김씨집』(1980) 등이 있다.

저자/역자의 다른 책들

머리말
A Summary

움집
함경도
강원도
황해도
경상도
평안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