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힘

  • 밖에서 들여다본 한국문화의 오늘
  • 장소현
  • 140×220 반양장 2017년 4월 1일 264면 15,000원 978-89-301-0581-1
  • 예술일반, 미술이론 및 에세이

“이 책의 큰 주제는 우리의 정신적 줏대를 바로 세우자, 스스로를 사랑하자, 그러기 위해서 뿌리를 튼튼하게 돌보고 북돋우자는 것입니다. 우리 문화가 건강해지고,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우뚝 서기 위해서는 그 일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토막글들을 통해 어떤 해답을 내놓으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대답이 아니고 물음들입니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함께 생각하며 뿌리를 더듬어 보자는 뜻의 물음들입니다. 그렇게 묻고 또 묻는 동안 땅속에 있는 거대한 뿌리의 모습이 조금은 드러나지 않을까, 그런 야무진 기대를 갖는 것이죠. 튼실한 열매를 얻으려면 뿌리를 제대로 알고 보살펴야 할 테니까요.”

—「책을 펴내며」 중에서

『그림이 그립다』(2008), 『그림은 사랑이다』(2014)를 통해 유쾌한 언어로 현대미술 이야기를 풀어냈던 저자가 범위를 넓혀 한국문화의 현재를 짚어내는 책을 펴냈다. 전작들이 현대미술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음 직한 의문들에 답하는 한편 미술을 심도 깊게 이해하려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충실했다면, 이 책은 미술뿐만 아니라 역사, 음악, 언어 등 한국문화 전반을 저자 특유의 탐구력으로 파헤친다. 특히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살아온 탓으로, 한 발짝 떨어져서 숲을 조망하듯 한국문화의 오늘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가 아무런 의문 없이 지나쳐 온 세부적인 문화현상들에 문제제기를 하고 이에 대한 해답의 단서들을 제시하고 있다. 학술서나 논문에서 엿볼 수 있는 묵직한 주제보다 저자와 자유롭게 나누는 편안한 대화 속에서 우리 주변의 문화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묻는 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화를 향유할 자유

“문화는 번드르르한 겉포장이 아니라, 속 깊은 이야기요 정신이어야 합니다.”

저자는 문화나 예술이 일부 엘리트나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는 곧 사람 사는 이야기로 모든 이들의 것이며, 누구나가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고전이요 명작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사람만이 지적 즐거움을 느끼고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지독한 오만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문화적 주체성을 가져야 하며, 그 중심에 대중이 있음을 주목한다. 웃음과 풍자가 뒤섞인 화법으로 대중을 향해 끊임없이 말 걸기를 시도해 온 저자는 무겁게 폼 잡거나 젠체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류 호들갑’에서는 한국문화와는 동떨어진 채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버린 한류가 아닌 한국 특유의 감성이나 문화적 가치가 담겨 있어야 진정한 한류가 보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과감하게 다른 문화와의 결합을 통한 문화적 돌연변이의 출현을 기대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문화 유전자도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밥 집으로 바뀐 책방’에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서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책을 통해 지혜를 얻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정보를 인스턴트식으로 소비하기만 하는 세태를 걱정한다. 저자는 텔레비전이나 사이버 공간에서 범람하는 문화와 인스턴트 식품을 동일하게 바라본다. 그저 빠르고, 짧고, 재미있고, 자극적으로 흐르다 보니 영양가는 바람처럼 날아가 버리고 깊은 철학이나 끈끈하고 진한 사람 냄새를 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음악의 힘, 우리의 아리랑’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분단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힘을 발휘하는 음악에 관해 언급한다. 2008년 평양에서 로린 마젤(Lorin Maazel)의 지휘로 아리랑이 연주되었을 때 전 세계인들은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울려 퍼진 평화의 메시지에 감동했다. 한국인과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아리랑이 오랜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여 치유하는 데 밑바탕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저자는, 말없이 스며들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음악에서 희망을 읽어낸다.

이 외에도 얼마전 미술계를 들썩하게 했던 조영남 사건,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라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 무심코 써 온 ‘한반도’라는 말, 왜 우리나라는 중요한 기념일을 숫자로 표시하는지, 대중가요에 대한 새로운 인식, 미국 내의 우리 문화재, 시를 사랑하는 나라이지만 시가 어렵게 씌어지는 풍조, 띄어쓰기와 세로쓰기, 외래어 표기법 등 언어문화에 대한 문제 등 종횡무진 이어지는 37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문화의 현주소와 더불어 참다운 ‘문화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작지만 중요한 단서들을 찾을 수 있다.

장소현 (저자)

장소현(張素賢)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일본 와세다대학교 대학원(동양미술사 전공)을 졸업했고, 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사회에서 극작가, 시인, 언론인, 미술평론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칭 ‘문화잡화상’이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집 『서울시 나성구』 『하나됨 굿』 『널문리 또랑광대』 『사탕수수 아리랑』 『사람 사랑』 『사막에서 달팽이를 만나다』, 희곡집 『서울 말뚝이』 『김치국씨 환장하다』, 소설집 『황영감』, 꽁트집 『꽁트 아메리카』, 칼럼집 『사막에서 우물파기』 등이 있고, 희곡 「서울 말뚝이」 「한네의 승천」(각색) 「춤추는 말뚝이」 「사또」 「어미노래」 「사람이어라」 「사막에 달뜨면」 「민들레 아리랑」 「김치국씨 환장하다」 「오! 마미」 「엄마, 사랑해」 등 삼십여 편이 한국과 미국에서 공연되었다. 미술 관련 저서로는 『동물의 미술』 『거리의 미술』 『툴루즈 로트렉』 『에드바르트 뭉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그림이 그립다』 『그림은 사랑이다』 등이 있고, 역서로 『중국미술사』 『예술가의 운명』이 있다. 제3회 고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차례

책을 펴내며 5

손과 머리 13
추상화와 부대찌개 28
미국이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39
‘美國’이냐, ‘謎國’이냐 45
이름 타령 50
통쾌한 사투리 영어 60
음악의 힘, 우리의 아리랑 67
통일을 위한 예술 78
빨강, 파랑, 보라 85
높은 물, 낮은 산 89
‘한반도’라는 낱말 95
스트라빈스키 우표 100
한류 호들갑 106
아니요, 저는 일본인입니다 115
일본제품 불매운동 119
숫자에 갇혀 버린 역사 126
문화의 하향평준화, 상향평준화 131
정경화와 이미자 136
두마안가앙 푸우른 무레에 141
미국 속의 우리 문화재 146
우리 문화재 지킴이들 155
우리 박물관이 필요하다 164
시(詩)의 나라에서 168
무슨 시(詩)가 이렇게 어려워? 174
디지털, 아날로그, 디지로그 183
개밥 집으로 바뀐 책방 187
띄어쓰기와 세로쓰기 194
참 마음을 찍는 기술 204
다수결의 함정 210
돈 알레르기 214
당신들의 취미 생활 221
집과 뜰 226
멋있는 쟁이들 229
광고도 기사다 234
음식 문화와 퓨전 239
삶이 곧 문화다 247
꿈꾸러기의 반성문 252

참고한 책, 권하는 책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