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 Kim Soo Nam
  • 김수남 최성자
  • 136×156 반양장 2017년 9월 20일 144면 15,000원 컬러・흑백 63컷 978-89-301-0590-3 978-89-301-0100-4
  • 사진·영상, 열화당 사진문고

“김수남은 만나는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아픔의 정체와 아름다운 모습을 함께 보는 눈을 지닌 큰무당이다. 단지 방울과 부채 대신에 사진기를 들고 사람들과 만나고, 공수를 내리는 대신에 셔터를 눌러서 자기가 본 것을 형상화하는 것이 보통 무당과 다를 뿐이다.”
—김인회 김수남기념사업회장

방울과 부채 대신 사진기를 든 ‘사진박수’

내림굿이란 무병(巫病)을 앓고 몸에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이 만신이 되기 위해 하는 굿이다. 굿이 무르익을수록 제금을 치는 큰 만신의 손길은 빨라지고, 내림굿을 받으려는 이의 춤사위도 격정으로 치닫는다. 굿이 끝나면 굿을 해 준 만신과 새로 만신이 된 사람 사이에는 신어머니와 신딸의 관계가 성립된다. 신딸은 신어머니로부터 의식(儀式)・무가(巫歌)・춤・음악 등 굿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를 익혀 가며 어엿한 만신으로 성장하게 된다. 신딸 채희아는 황해도의 큰 만신 김금화(金錦花)의 내림굿을 받고 만신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방울과 부채 대신 사진기를 들었다 하여 ‘사진박수’라 불린 김수남(金秀男, 1948-2006)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1970년대 중반, 굿판에서 활약하던 김수남은 별종이었다. 그는 거침없이 굿판 한가운데로 들어가 카메라를 갖다 댔다. 너무 바짝 다가가서 찍는 그를 다른 사진기자들이 좋아할 리 없었다. 짧은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데 앵글에 함께 잡히는 그 때문에 제대로 찍을 수 없었고, 좋은 장면을 독점해서 다 찍고는 술을 잔뜩 마셔 얼큰해져 돌아다니는 그에게 마뜩찮은 시선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카메라 넉 대를 목에 걸고 현장에 뛰어든 김수남은 순간적이고 역동적인 굿판의 현장을 인화지에 그대로 재현해낸 것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샤머니즘 대장정

그가 처음부터 무속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1970년부터 전개된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운동이 확대되면서 근대화를 내세워 무속을 타파대상으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김수남은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제주 4.3 사건으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매일같이 굿판이 벌어지던 제주도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굿 사진 전문작가’로서 김수남의 시작이었다. 그는 한국의 무속(巫俗)에 깊이 파고들어 사라져가는 굿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의 집념은 1983년부터 10년에 걸쳐 20권으로 출간한 사진집 ‘한국의 굿’ 시리즈로 결실맺었다. 한국무속을 전체적으로 보여 준 책으로 평가되는 ‘한국의 굿’ 시리즈는 1995년 히가시카와(東川) 사진상의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다.

‘한국의 굿’ 20권을 완간한 김수남은 국외로 눈을 돌렸다. 한국 안에 전승된 굿만으로는 그 오랜 역사적 실체를 알 수 없다고 판단, 아시아 곳곳의 오지를 다니며 우리 샤머니즘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일본 동짓달에 하는 굿인 시모츠키 마츠리(霜月祭)에 함경도 민요와 유사한 애조 띤 음악이 연주되고, 오키나와의 무당 ‘가민추’들이 ‘오’나무를 바다에 던져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는 모습은 우리의 풍어제(豊漁祭)와 유사했다. 날치잡이용 배를 만들고 신에게 감사하는 의례인 타이완 란위다오(蘭嶼島)의 ‘미바아라이제’는 배를 건조하거나 집을 신축했을 때 지내는 우리나라의 배 영신굿(배연신굿)이나 성주굿을 닮아 있었다.

그는 전통문화가 급속히 해체되면서 무속이 있던 자리가 파괴되기 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건져 올렸다. 끝내 촬영현장에서 생을 마칠 만큼 열정적이었던 김수남은 언제나 대상과 거리감 없이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을 통해 무속의 심미성과 종교적 경건함, 삶의 고뇌와 희열, 억눌린 사람들 간의 사랑과 한과 눈물, 그리고 끝없는 신바람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새롭게 시작하는 열화당 사진문고 41번째 권

국내외 뛰어난 사진가들의 엄선된 작품과 사진설명, 작가론과 연보가 밀도있게 담긴 ‘열화당 사진문고’가 40번째 권을 낸 지 2년 만에 41번째 권을 이어간다. 소셜 미디어로 인해 사진매체는 대중에게 일상이 되었지만 사진작품집의 시장성은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 작은 판형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성을 겨냥했던 사진문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시리즈의 존속 여부를 오래 고민한 끝에 종이책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일부 보완하여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국내 사진가뿐만 아니라 세계 사진가들을 대상으로 시야를 넓히고, 국영문판 동시 출간과 국외 유통 등 시대에 맞는 판로 모색을 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스위스, 미국, 팔레스타인의 사진가를 번역서가 아닌 직접 섭외를 통해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사진가들의 새로운 목록도 준비 중이다.

41번째 권으로 나온 『김수남』은 그의 대표작 ‘한국의 굿’ 시리즈뿐만 아니라 아시아 사진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김수남이 한국 샤머니즘의 기원을 찾아 현장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몰두했던 아시아 샤머니즘을 충분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최성자의 작가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집필되었다.

김수남기념사업회와 네이버의 협력으로 현재 김수남의 많은 사진작품들을 네이버 사이트에서 검색, 조회해 볼 수 있으며, 작가 공식사이트(www.kimsoonam.com)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김수남 (저자)

김수남(金秀男, 1948‐2006)은 서울 출생으로, 1・4 후퇴 때 제주로 내려갔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사 출판사진부 기자를 역임했다. 한국 무속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일구어낸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그는 「아시아의 하늘과 땅」(1995), 「한국 샤머니즘」(1998, 독일 함부르크) 등의 사진전을 참여했으며 「한국의 무속」(1995)으로 ‘히가시카와(東川) 사진상’ 해외작가상을 수상했다. 사진집으로 『한국의 굿』(전 20권, 1983-1993), 『굿, 영혼을 부르는 소리』(2005) 등이 있다.

최성자 (글쓴이)

최성자(崔成子, 1954‐ )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메릴랜드대와 중국 베이징대에서 연수했다. 1975년 한국일보사에 입사하여, 문화부차장, 생활부장, 논설위원을 지낸 문화재 전문기자이다. ‘백제금동향로’ ‘금관가야 왕릉 발굴’ 등으로 특종상을 받았으며, 제13회 최은희여기자상(1996)을 수상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맡았고 현재 무형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저서로 『한국의 미—선・색・형』(1993), 『한국의 멋 맛 소리』(1995), 『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공저, 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