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당이 걸어온 길

7. 앞으로의 시간을 위하여

지나온 시간을 돌아본다는 것은 어쩌면 지난 시대에 이루지 못한 꿈을 추억하며, 또 좀더 풍요로운 앞날을 설계하기 위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시간은 구획되며 한 출판사의 역사를 구성하는 실체인 책을 통해 그 시간은 물질적인 것으로 바뀐다. 책을 통한, 책에 대한 평가를 통한 시간 읽기는 조금은 단절적으로 읽힐지는 몰라도, 그 낱낱이 모여 촘촘하면서도 온전한 역사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길을 걷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그 길은 숱한 샛길과 대로가 곳곳에 열려 있는, 그때그때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달리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판단과 선택에 의해 걸어온 길이 지금의 모습이며, 우리가 걸어온 길도 거기서 한치도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길을 걸어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축하를 받거나 자축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길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다채롭게, 제각각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깊이를 가지고 채워져 왔는지를, 투명한 거울에 제 얼굴을 비추어 보듯 돌아보는 일이다. 40년의 시간이란, 더 긴 시간을 실체가 있는 것으로 채워내기 위한 하나의 준비기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시간에 무엇이 어떠한 모습으로 채워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우리 시대를 담아내고 또 이끌어 갈 빛나는 책’을 만든다는 초심을 어느 한때라도 망각하지 말고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그 새로운 출발선에서 앞을 응시하며 호흡을 고르는 우리의 모습이 다시금 눈에 잡힌다.

趙尹衡・李秀廷・趙重浹・朴志洪 정리